컴맹으로 살면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정도로 컴퓨터는 우리네 삶에 일상으로 들어왔다. 최근에는 노년층들의 컴퓨터 사용도 활발해지면서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노인세대를 지칭하는 실버(Silver)의 합성어인 웹버(Webver)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디지털 라이프문화를 즐기는 이들은 단지 컴퓨터로 인터넷만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을 섭렵해 블로그, 홈페이지, 카페 등을 운영하며 자신의 끼와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컴퓨터를 통한 소통과 교류로 나이를 잊고 젊게 살아가는 이들을 지금 만나본다.
관심을 가지고 문을 두드리면 새로운 세계가 열려
버드내 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유금자(69·여)씨와 박남열(71·남)씨는 컴퓨터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메일을 확인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버려 나이 먹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란다. 이들은 컴퓨터 기초를 끝내고 요즘 사진편집과 동영상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포토샵 등을 배우면서 처음에는 새로운 분야라 어려웠지만 사진에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는 유씨는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스위시맥스에도 도전해 컴퓨터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볼 생각에 들떠있다. 채선기 강사는 ‘기초반에서 3개월 정도 컴퓨터 용어를 익히면서 힘들게 공부하면 그 다음 단계는 쉽게 받아들여진다’고 용기를 준다. 사진이나 동영상 편집도 알씨, 포토스케이프 등의 사진편집 프로그램이나 무비메이커 등의 영상제작 편집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작업할 수 있단다. “동영상을 만들어 멀리 있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보내면 전보다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한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와 소통이 된다고 좋아한다”고 채 강사는 말했다.
컴퓨터를 모를 땐 세상과의 단절감, 소외감이 느껴질 때가 많은 것이 사실. 그러나 단지 시작이 어려운 것일 뿐, 관심만 가지면 각 동사무소, 구청, 시청 등의 기관이나 노인복지관 등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많다. 초보자를 위한 컴퓨터 기초, 한글·워드 등 문서작성이나 이메일 사용법, 전자쇼핑 등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 활용법 등을 익혀 새로운 소통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
함께 모여서 즐겁고 배워서 신나는 동아리공간을 만들다
보다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고 싶어 동아리를 결성한 열성파들도 있다. 청솔노인복지관 스위시 동아리도 그 중의 하나. 스위시초급반을 수료한 뒤, 더 공부하고 싶은 65세~83세 어르신들이 모여 월·수 3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함께 하고 있다. 리포터가 찾아갔을 때 회원들은 마침 설날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고 있었다. 컴퓨터 화면에는 스위시 동아리에 걸맞게 움직이는 영상들이 펼쳐진다. 닫혔던 커튼이 열리면 떠오르는 해를 뒤로하고 색동옷을 입은 아이들이 큰절을 올린다. 회원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강사의 설명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작업을 완성하려고 열중한다.
이명의(73·남)회장은 “3년 전부터 배우기 시작해 파워포인트, 포토샵, 스위시 등의 프로그램 등을 익혀왔다. 배울수록 더 알고 싶어지고 두뇌운동을 많이 하게 된다”며 장점을 설명했다. 동아리 회원인 박정희(68·여)씨는 “그림을 움직이게 하는 스위시는 창의력도 필요하다. 효과를 주면 파도가 치고 나비가 움직이는 등 생동감 있는 영상들을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어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며 컴퓨터의 대다수 프로그램을 섭렵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스위시의 매력을 자랑한다. 박씨는 회원수 1400여명을 거느린 카페 영랑호반의 카페지기이기도 하다. 컴퓨터 관련 기술을 배우고 카페에서 활용하고 있는 그녀의 노익장이 놀라울 뿐이다. 스위시 동아리의 심원주(78·남)강사도 99년 교단에서 퇴직한 후 컴퓨터의 세계에 입문한 경우. 회원들은 강의 후에 청솔스위시세상 카페에 작품을 올리고 서로의 장단점도 비교하면서 실력을 높여간다는 심 강사는 ‘정적인 그림과 사진들을 TV나 영화의 장면처럼 움직이게 만들면서, 성취감을 만끽하고 발전해 가고 있다’며 모두가 열심인 동아리분위기를 전했다.
직접 찍은 사진, 취재한 기사를 카페에서 공유하는 실버기자단
직접 사진을 찍고 기사를 작성하며, 카페에서 그 내용들을 편집해 공유하는 버드내노인복지관 실버기자단원들은 컴퓨터를 원활하게 다룬다. 초보를 벗어났긴 했지만 처음부터 컴퓨터를 잘 다룬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취재·사진·편집 팀으로 구성해 1주일에 한 번씩 만나 컴퓨터나 사진 등에 관련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가르친 결과였다. 실버기자단의 카페에는 관장의 이취임식, 자선음악회 등 크고 작은 버드내의 행사나 염태영 수원시장 취임식 등 수원시의 각종 행사를 취재한 글과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버드내 소식지에 실릴 신임관장과의 인터뷰기사에서도 그들의 멋진 활약상을 엿볼 수 있다.
단장인 취재팀 유창균(75·남)씨는 카페에 회원들이 잘 모르는 사실을 알리고 행사의 이모저모를 전해주는 일을 하면서 보람뿐만 아니라 사명감도 느낀단다. 사진팀 김경희(62·여), 이옥자(65·여)씨의 사진실력은 웬만한 프로에 버금간다.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었다는 김경희씨는 컴퓨터와 친해지고 기자단으로도 활동하다보니 우울할 여유가 없다고. 현장에서 찍어 온 사진이나 동영상을 편집해 카페에 올려놓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이옥자 씨는 기자단에 들어와 사진을 찍으면서 모자란 부분들은 더 배워가고 있다. 그녀가 열성적으로 찍은 사진들은 실버기자단카페 곳곳을 자랑스럽게 장식하고 있다. 편집팀의 전정숙(66·여)씨는 올라오는 사진과 기사들을 능숙하게 편집해낸다. 다른 컴퓨터 강좌의 보조강사를 할 정도의 실력자인 그녀는 “1주일에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라도 할애해 컴맹을 벗어나면 시대나 정보화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활기찬 노후생활을 위해 나이가 많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꼭 배워야 한다”며 컴퓨터학습을 강조했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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