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중학생, 상위권은 ‘토플·텝스’ 중위권은 ‘내신’
급변하는 입시환경에 따라 영어교육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외고입시 바람을 일으키며 크게 성장했던 대형 어학원들이 몸집을 줄이는 등 크게 위축되면서 다양한 컨셉트의 학원들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는 내신영어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공인인증시험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등 특목고의 선발방식이 크게 바뀌면서 촉발된 것이다.
또 정부에서는 2016년부터 수능을 대체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실시를 예고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걱정은 가중되고 있다. 당장 학교 내신은 물론이고, 영어인증 시험, 수능 외국어영역 대비 등 영어공부에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에 내일신문에서는 중등부터 대입까지 급변하는 영어평가 환경을 점검해보고 영어학습 전략과 진로에 따른 솔루션을 5회에 걸쳐 정리해 본다.
‘무조건 가고 보자’는 외고수요 줄었지만 상위권은 여전히 선호
과고입시가 수학 선행을 촉발시켰다면 과도한 영어선행은 외고입시가 불을 지폈다. 어느 지역보다 외고 열풍이 강했던 분당 지역은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중학생들은 외고를 목표로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1년 이상 해외어학연수는 외고 진학을 위한 필수코스로 여겨지기도 했다.
외고입시가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과도한 사교육비를 유발하게 되면서 정부는 작년 영어듣기와 면접만으로 선발토록 한 것에서 올해는 영어내신과 면접만으로 제한을 더 강화했다. 이를 계기로 7~8년간 지속됐던 외고 경쟁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올해 입시부터 본격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리더스빌어학원 임성진 원장은 이에 대해 “외고에 대한 선호가 줄었다기보다는 내신으로 인한 지원 가능 인원이 줄었다고 봐야한다”고 분석하며 “여전히 분당의 최상위권 학생들은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대부속어학원 김호성 원장 역시 “외고에 대한 선호는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최상위권을 중심으로 용인외고나 민사고, 상산고 등의 명문학교를 선호하는 욕구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접근방법이 달라지긴 했어도 결국 경쟁력 있는 학생들은 명문대학 진학에 유리한 특목고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입시목표에 따라 각자의 길 가는 분위기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느냐에 따라 실력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영어학습의 이상적인 매뉴얼처럼 여겨지던 학원의 외고 대비프로그램이 사실상 없어진 지금학생마다 공부 방향은 달라졌다. 내신중심 공부로 머무르는 학생과 인증시험 공부를 하는 학생으로 크게 나뉘어지고 있는 것. 임 원장은 이런 현상으로 인해 학생들의 실력 양극화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전에 외고 입시영어를 했던 상위권 학생들이 지금은 외고입시보다 더 어려운 토플같은 공인 인증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특목고를 생각하지 않는 상위그룹은 대입을 내다보며 수능과 텝스를 공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중위권 학생들은 내신을 위주로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원장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겨울방학특강만 하더라도 다음 학기 대비 문법반과 토플·텝스 등 인증시험대비반이 거의 같은 비율로 신청했다”며 “이는 학교시험이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영어실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도구를 활용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반증”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유학 해외연수 영어캠프 수요 확연히 줄어들어
연간 15조원 이상을 영어교육에 쓴다는 우리나라. 영어가 사교육의 주범이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조기 유학이나 해외 연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유학이나 해외연수를 보내지 못하는 학부모는 방학을 이용한 영어캠프에 참여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영어교육의 변화는 이런 분위기도 바꿔 놓았다. 유학이나 연수를 떠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대신 영어학원의 맞춤형 특강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고 리더스빌어학원 임 원장은 설명한다.
“과거에는 방학이면 해외연수나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이 꽤 많았는데 최근에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연수보다는 국내에서 특강을 들으며 공부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대부분 토플이나 텝스 등 영어인증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다.”
김 호성 원장도 이에 대해 “유학이나 해외연수를 떠나는 학생은 눈에 띄게 줄었고, 영어 캠프의 인기도 예전 같지는 않다”며 “다만 영어만을 위한 캠프보다는 용인외고나 민사고 캠프 등 컨셉트가 명확한 영어캠프는 여전히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대입에 맞춘 공부해야, NEAT 실시여부에 따라 변수 생길 것
중등 영어실력은 고등이후 대입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언어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 영어공부에 장기적인 로드맵이 중요한 이유다. 외고 이슈가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일반고 선호가 높아지고 더불어 외고에 맞춰져 있던 영어공부도 대입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강해졌다. 현재의 대학 입시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교 내신과 수능 외국어영역이라고 분당 대진고 길형수 교사는 설명한다.
“몇몇 전형을 제외하고는 영어인증성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리한 선행을 할 필요는 없지만 중3까지 일정수준의 독해능력과 듣기능력은 갖추어야한다.”
길 교사는 앞으로 영어에 변수가 많다며 변화하는 영어교육의 흐름을 읽어내 적절히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확실한 것은 듣기가 강화된다는 사실이다. 수능에서 듣기평가를 현재 33%에서 5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현재 학교 내신도 수능형으로 출제되는 등 이러한 흐름은 내신에도 당연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정부가 예고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실시 여부에 따라 영어교육에 또 다른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도움말 분당 대진고, 리더스빌어학원, 외대부속어학원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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