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인문학센터 ''백년어''는 ''또따또가''를 순회하다 지친 발걸음을 쉬어갈 수 있는 ''백년어서원''을 겸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새로운 주제의 인문학 강좌와 스터디가 열린다.
''또따또가''를 찾아가는 길은 미로 찾기 게임같다. 도시철도 1호선 중앙동역 11번 출구를 나와 두 블록 뒤에서부터 시작되는 ''또따또가'' 는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40계단을 중심으로 조성된 원도심 창작공간. 부산에서 최초로 시도된 예술의 거리인 ''또따또가''는 좁고 오래된 골목에 숨어있다. ''또따또가'' 라는 명패가 걸린 창작공간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시커먼 그을음이 세월을 말해주는 밥집과 술집을 눈으로 훑으며 한 점 한 점 짚어가다 보면 간혹 셔터가 내려진 빈 건물도 만난다. 퀭한 시선으로 순례객을 응시하는, 소리 없는 어둠을 바라보노라면, 여기가 바로 사람이 떠나고 있는 원도심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깨닫는다. ''또따또가''가 사람과 자본이 떠난 빈 공간에 둥지를 틀 수 밖에 없었던 역설의 이유를 깨우치게 된다. 사람의 온기가 식은 거리를 예술의 입김으로 훈훈하게 데우자는 것, 새 봄이 죽은 나무의 싹을 틔우듯이 젊은 예술가들의 패기와 열정,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예술애호가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구시가지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또따또가''는 무엇?
''또따또가''는 지난해 3월 세상에 나왔다. 부산시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중구 중앙동 40계단 주변과 동광동 빈 상가 18곳(2천380㎡)을 리모델링해 부산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만들었다. 부산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민간단체인 부산문화예술교육연합회가 운영을 맡았다.
''또따또가''는 관용이나 문화적 다양성을 뜻하는 프랑스어 ''똘''레랑스(Tolerance)와 ''따''로 활동하지만 ''또'' 같이 활동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 거리나 지역을 나타내는 한자 ''가(街)''를 덧붙여 만든 용어다.
현재 이곳에는 무대예술 트레이닝 센터, 또따또가 갤러리, 수공예 아티스트 센터, 원도심 인문학센터 ''백년어'', 독립영화 갤러리 ''보기드문'', 소극장 ''자유바다'', 사진 커뮤니티 공간 ''기프트'', 문화잡지 ''보일라'', 수공예숍 ''은여우'' 등 모두 18곳이 입주했다.
어떤 활동 있었나?
''또따또가''는 예술창작촌이다. 운영지원센터인 사무국 차원의 행사 보다는 개별 작가 혹은 단체별 창작활동이 기본. 여기에 시민과의 ''소통''이 중요한 활동과제다. ''또따또가''가 출범할 당시 시민과의 소통을 통한 예술 향수 기회 확대를 기치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또따또가''사무국이 기획한 문화예술 행사로는 지난해 9월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 예술문화축전''이 큰 성공을 거두며, ''또따또가''의 존재감을 알렸다. 사흘동안 음악회, 전시회,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열려 모처럼 원도심 거리에 활기가 넘쳤다.
''비타민 C30''은 ''또따또가''의 저력을 보여준 행사. 사무실이 밀집한 중앙동의 지역특성에 맞춘 직장인을 위한 점심 프로그램으로, 매일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행사를 열고 도심 속의 오아시스같은 역할을 해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작가들의 개별 활동도 활발했다. 소설 ''옥탑방 고양이''의 저자 김유리 씨는 ''옥탑방 고양이''를 새롭게 연극으로 만들었다. 전통예술 아티스트센터에 입주한 남산놀이마당, 무대예술 트레이닝센터에 입주한 춤패 연분홍, 댄스씨어터 ''집(集)''이 각각 새로워진 모습으로 관객과 만났다.
''또따또가''는 인근 상가에도 활력을 주었다. 40계단 주변에서 13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묘순 씨는 "''또따또가''가 생기면서 손님들이 조금 늘었다"고 말한다. 문화예술행사가 열린 주말에는 근래 드물게 장사가 잘돼 모처럼 장사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인근 슈퍼마켓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모두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생긴 변화다.
신묘년 새해에는 어떤 일이?
''또따또가''는 올 한해 작가들의 개별 창작활동에 좀더 전념한다는 계획.
독립영화 갤러리 ''보기드문''을 운영하고 있는 김희진 감독은 "''또따또가''의 성공을 얘기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분명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부산 문화의 중심이 해운대로 옮겨가면서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에서 소외된 원도심에 필요했던 공간이 바로 ''또따또가''"였고, "''또따또가''가 생기면서 예술인들은 안정적인 창작공간을 가지게 돼 작품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이 갖춰졌기 때문"이라는 것.
''또따또가''와 함께 사람들이 떠난 낡은 원도심에 젊은 예술인들이 활보하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예술거리로 힘찬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또따또가''에서 미래의 피카소 혹은 쿠엔틴 타란티노와 같은 걸출한 작가들이 나올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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