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송파구 신년간담회 행사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 ‘기부를 오래 한, 뜻 있는 의사구나’ 싶었다. 젊은 산모들이 문산부인과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그저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이구나’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막상 좁은 공간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영규 원장은 ‘의사’라는 딱딱한 호칭보다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사람’ 문영규가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내 마음이 편해서’ ‘산모들이 건강했으면 해서’ ‘환자들을 돕고 싶어서’ 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 문 원장. 그의 열정적인 삶을 소개한다.
산부인과 의사의 보람
문 원장이 지금의 자리에 산부인과를 개업한 것은 1993년. 지금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가 허허벌판이던 시절이었다. 병원으로 바로 통하는 도로도 없었다. 병원 간판은 보이는데 입구를 못 찾아 헤맸다는 임산부들의 불평도 넘쳐났다. ‘이런 곳에 병원이 있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그의 병원을 두고 ‘몇 해를 못 넘기겠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냥 조용한 곳에 병원이 있는 게 그저 좋기만 했다.
아기를 갖지 못해 가슴 조이는 여성들을 보며 ‘불임’에 관심을 갖게 됐고 97·98년까지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기도 했다. 지역의 가장 인지도 있는 분만 산부인과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다. 그렇기에 기억에 남는 산모들도 많다.
“아이가 없던 45세 주부가 아들을 낳았어요. 불임이라 포기했는데 임신이 된 거죠. 건강하게 아기를 낳고 그 후 오랫동안 명절 때면 병원에 찾아왔어요. 선물과 편지를 남기고는 얼굴도 보지 않고 돌아섰던 그 산모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런 산모들을 볼 때면 보람도 많이 느끼지만, 요즘은 아기를 적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 여성들을 보며 걱정이 앞설 때도 많다.
자연분만, 여성이 건강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적극적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아울러 자연분만을 권장하는 자연분만 전도사를 자처한다. 분만은 아기의 크기와 임신부 골반의 크기에 상관관계가 있다. 여성 골반은 크기가 정해져 있지만 운동을 통해 유연성을 키워주면 골반이 작아도 자연분만할 수 있다는 것이 문 원장의 설명. 뱃속에서 아기를 너무 키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의 건강이 아주 나빠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기가 힘든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연분만을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아이를 가지면 바른 먹거리와 생활로 아이 낳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엄마가 건강해야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를 찾은 임신부에게 문 원장은 꼭 지켜야 할 세 가지 규칙을 말해 준다. 모두 건강한 아기와 자연분만을 위해 중요한 것들이다. 첫째, 저염식 식단이다. 특히 국과 찌개, 김치 섭취를 줄이라고 충고한다. 먹더라도 간을 싱겁게 하거나 김치를 씻어 먹는 게 좋다. 둘째는 단백질의 충분한 섭취다. 뇌 기능을 활성화하고 비만을 막기 위해서다. 지나친 비만은 자연분만을 위험하게 하는 큰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꾸준한 운동이다. 이 세 가지 원칙만 잘 지키면 누구나 별 탈 없이 자연분만할 수 있다고 문 원장은 강조한다.
“의사는 자연분만을 잘 하기 위해 환자를 인도하는 것 밖에는 할 일이 없습니다. 주위에서 잘 조절하도록 도와주고 별 탈 없이 자연분만하는 길을 가르쳐 주는 거죠. ‘아이를 잘 낳게 하는 의사로서의 비법’은 없습니다. 아기를 건장하게 잘 낳는 것은 모두 엄마의 노력입니다.”
대체의학에 눈을 돌리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많은 임신부를 진료하던 중 그에게 고민이 하나 생겼다. 대부분의 임신부들이 입덧과 허리통증의 고통을 호소하는데 의사로서 달리 해 줄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고통을 직접 해결해보고 싶었던 문 원장은 그들을 위한 대체의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진료가 끝나면 저녁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구에 몰두했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와 궁금증이 풀어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그의 연구 결과물인 입덧해소 테이프는 그 놀라운 효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문 원장은 “입덧 테이프가 TV에 방송된 후 땅끝 마을에서 강원도에까지 안 찾아온 환자들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며 “2~3년 후 둘째를 가졌을 때 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있을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많은 임신부들에게 편안함을 찾아줬지만 그의 연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고 호기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요즘도 그의 귀가 시간은 밤12시를 넘긴다. 혼자서 또는 그룹을 만들어 계속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요즘 그가 푹 빠져 있는 것은 단백질. 분자를 결합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정신을 빼앗겨 좋아하던 운동도 할 시간이 없을 정도다. 자신에게 ‘열정’과 ‘수술할 수 있는 좋은 시력’을 준 누군가에게 늘 감사한다는 문 원장. 그는 지금의 노력을 언젠가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암환자들에게 더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아기를 분만하고 여성들의 건강을 돌보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는 암환자들을 위한 암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꿈입니다. 암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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