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빼꼼이 열고 들어온 작은 체구의 김씨(32세, 주부)는 얼굴이 너무나 창백하고 수심이 가득했다. “원장님, 저도... 엄마가 되고 싶어요.” 본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이 가장 원하는 일이지만, 이렇게 솔직히 말을 꺼내기 시작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결혼한 지 3년차라는 김씨는 결혼하고 병원을 찾기 시작한 지 이제 2년째라고 하였다. 1년 정도가 지났는데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을 찾았었는데 둘 다 별다른 이상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단순히 몸이 좀 약한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서 지정해주는 스케줄대로 치료도 받아보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고, 원래도 약했던 체질인데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점점 식욕도 잃고 우울해지기 시작하였다며 고개를 숙였다.
먼저, 김씨의 맥을 짚어보았다. 끊어질 듯 미세한 그녀의 맥은 그녀가 느끼는 힘겨움을 온몸으로 전달해주는 것 같았다. 게다가 이따금 한번씩 팽팽하게 긴장된 맥이 불규칙하게 나의 손끝을 울렸다. 맥을 보니 김씨의 자궁은 너무나 약하고 한기가 팽배한 상태였으며, 정신적 울체로 인하여 복부가 긴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평소에 손발도 차고, 가끔 저리기도 하시죠? 땀도 잘 나지 않으시고, 생리 때가 되시면 변비 증상이 심해지기도 하진 않으신가요?”
“네, 맞아요. 제가 땀도 원체 없고, 생리 기간이면 온몸이 붓고 소화도 잘 안 되요. 이런 것도 다 관련이 있는 건가요?”
자궁은 혈부(血府)라고 하여 피가 많이 모이는 곳이다. 자궁이 약하고 한기로 혈이 울체되어 있으면 전신의 혈액 순환에 악영향을 미쳐 팔다리가 저리고 손발이 차며 생리통이 심하고 몸이 부을 수도 있다. 또한 착상이 잘되지 않아 임신이 어려우며 임신이 되어도 계류유산의 위험성이 클 수 있다. 나는 자궁의 순환을 돕는 보궁단과 기혈을 따뜻하게 해주는 좌훈을 함께 처방하였다. 치료를 시작한 지 2개월, 김씨의 얼굴에는 완연한 혈색이 돌고 있었고, 좌훈실을 찾을 때마다 아랫배가 따뜻해지고 긴장이 풀어지는 느낌이 너무 좋다고 하였다. 치료가 마무리될 무렵, 활짝 웃는 김씨의 얼굴을 보니 나의 마음도 덩달아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임신 초기 태반을 안정시키는 탕약을 처방해주면서 축하의 인사를 대신했다.
경희보궁한의원
박성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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