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가장 즐거운 문이과 통합형 영재
학과성적 전교 1등에 영어 수학 토론 등 각종 대회 섭렵한 민사고 합격생
문과 이과를 아우르는 진정한 공신만이 진학한다는 민사고. 올해 민사고 국제반에 합격한 분당 백현중학교 김자은 양을 만났다. 스탠포드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진로계획을 밝힌 김 양은 전교 1등을 도맡아하는 학과 성적에 수학과 영어 그리고 토론글쓰기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어린 재원이다.
수줍음 많은 학생에서 발표왕이 되기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힘든 것처럼 보통 수학과 영어를 모두 잘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하지만 좋아하는 수학을 공부하기 위해 민사고 국제반에 진학한 김 양은 두 영역을 아우르는 문이과 통합형 영재라고 할 수 있다. 중학교 3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김 양은 공부 자체를 즐기고 토론하기를 좋아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성적을 내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글쎄요. 제가 공부를 잘하는 건가요. 주변에 저보다 우수한 친구들이 많은데. 토론대회나 경시대회 이런데 나가 보면 깜짝 놀랄 만큼 똑똑한 애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 친구들보면서 열등감 느끼고 이기고 싶고 그래요. "
겸손이 지나친 김 양. 한국과 미국의 각종 수학경시대회, 교내외 토론논술대회, 영어말하기 대회 등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의 수상실적을 가지고 있다. 입시스펙을 쌓기 위해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즐겁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김 양은 말한다.
"중1때까지만 해도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도 어려워할 만큼 수줍음이 많았어요. 이런 성향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다니던 학원에서 발표대회가 있었는데 발표에 자신이 없었던 터라 스트레스가 심했죠.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더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결과는 장려상에 머물렀지만 프리젠테이션 기술, 청중과 눈 맞추는 법 등 그 때 많은 것을 배우게 됐어요. 그 이후론 발표가 두렵지 않게 됐어요."
토론형 공부, 민사고 구술면접에 결정적 도움
이런 실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숨겨진 내공이 발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어려부터 독서로 쌓아 온 지적 소양과 학습 내공이 발표대회 참가를 계기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 이후 친구들과 비공식적으로 토론 클럽을 결성해 토론을 즐기는 정도가 됐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급반이 있어요. 여기서 만난 친구들과 비공식 토론 모임을 결성해 과학적인 내용을 주제로 자주 토론을 벌였어요. 토론은 훈련인 것 같아요. 많이 할수록 설득의 기술이 좋아지는 걸 느꼈거든요. 결국 이 경험들이 민사고 심층구술면접에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민사고는 올해부터 지필평가를 없애고 1차 내신, 2차 자기소개서, 3차 심층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했다. 심층면접은 당락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영어로 된 동영상을 보여주고 이해한 내용을 토대로 1시간 동안 자유 형식으로 토의를 했어요. 그 외에 1대 1 면접에서는 ''재미없었던 수업 경험에 대해 말하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본인이 수업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말하라'' 이런 식의 문제였는데 토론에 익숙한 저에겐 그다지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분리된 교과 내용 연결하면서 통합적 사고력 길러
말하고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희미한 개념들이 선명해진다. 그래서 공신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부법중의 하나는 설명하기, 가르치기인 것. 김 양도 예외는 아니다.
"가끔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친구가 있으면 정말 반가워요. 가르치는 것이 정말 재밌거든요. 설명하면서 저도 개념이 명료해지기도 하구요. 가끔 공부안하는 친구 있으면 붙잡고 가르치기도 한답니다. 하하."
자사고나 특목고 지망생들은 국?영?수?사?과 주요과목 관리에 중점을 두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김 양은 당장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과목인 도덕이나 한자 음악 미술 등 주변과목도 소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를 들어보았다.
"우리 민요인 ''아리랑''은 국어에서도 배우지만 음악교과에도 나와요. 국어는 가사에 담긴 의미를 음악은 음악적인 내용을 다루죠. 토론의 기본논리인 3단 논법은 도덕에서 배우고, 수학에서 배운 내용을 과학에 적용하면 더 재밌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주변과목은 입시에서는 비중이 낮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꽤 재밌고 실생활에 유용한 지식들이 많거든요."
분리된 여러 교과를 내용을 중심으로 스스로 통합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고력이 향상된다는 것이 김 양의 설명. 문이과통합형 영재의 공부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공부 자체를 즐기게 되면 성적은 덤으로 따라오는 것
iBT토플 성적이 108점인 김 양은 초등학교 때 남들이 다 다닌다는 영어학원도 다니지 않았다. 중학교 이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일정기간 학원의 도움을 받는 정도였다고.
"5살 때까지 미국에서 살았어요. 그리고 국내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죠. 영어를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영어에 대한 친근감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빠께서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시게 되어 6학년을 마치고 약 1년간 미국에서 생활했구요. 그래서인지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영어문법은 여전히 어려워요."
잘 하는 공부라기보다는 좋아하는 공부가 수학이라고 김 양은 말한다. 좋아하는 공부이기에 다른 친구들보다 진도가 빠르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는단다. 언제든 할 수 있는 공부라 생각하기 때문. 수학에 즐거움을 느낄 겨를 없이 과도한 선행을 해 온 학생들과 김 양이 다른 점이다.
"미국에 있는 1년 동안 우리의 KMO에 해당하는 USJMO에 도전했고, 미국과학올림피아드 각종 경시대회에 참가해 3위에 입상했어요. 현재는 수학Ⅰ까지만 훑어본 정도인데 진도가 빠른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수학은 민사고 가서도 잘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어요."
가르치는 것이 가장 즐거워 과학과 수학 분야의 교수가 되고 싶다.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을 잃지 않는 것이고 그 다음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김 양은 말한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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