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향한 무한 질주, 기대하셔도 좋아요
‘경축, 제12회 국제 로봇 올림피아드 2010 세계대회 우승’.
방문객을 먼저 맞는 건 교문에 걸려 진 현수막이다. 함박눈 소복이 쌓인 교정, 방학 중이라 학교는 고즈넉한데, 교실 한 칸 로봇을 향한 열기가 가득하다. 이곳은 탄천초의 ‘Hi 로봇반’ 교실. 로봇교육 1년이 채 안된 고사리 손들이 국내외의 각종 대회를 석권할 수 있게 만든 동력의 산실이다.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탄천초등학교는 경기도 교육청이 지정한 ‘초등교과 특성화 학교’ 로 로봇반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재능에 초점을 맞추다
탄천초에서는 2학년생 전체를 대상으로 월 1회 기본 로봇수업을 진행한다. 기본 수업이라지만 움직이는 장난감, 고리비행기 만들기 등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 놀이란 게 정확한 표현이다. 저학년이기에 과학 원리를 재밌게 접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한편으로는 2년 넘게 진행해 온 방과 후 수업 로봇반 수강생 중 눈에 띄는 학생을 학부모에게 알려 재능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4~6년생 20명으로 ‘Hi 로봇반’을 꾸렸다.
“개개인의 자질과 재능을 발견하고 장기적으로 키워주는 게 공교육의 임무죠. 탐구적 호기심이 왕성한 초등학생 시기에 재미와 결합할 수 있는 게 로봇이라고 생각했어요. 연령과 지역 특성을 고민한 결과로 ‘Hi 로봇반’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정갑수 교사의 설명이다.
탐구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양질의 수업
‘Hi 로봇반’에서는 개개인이 로봇을 탐구하는 게 자유롭다. 단순히 조립하는 과정을 넘어 자유롭게 프로그래밍화 할 수 있도록 수업시간에는 5대의 컴퓨터를 가동한다. 로봇마다 기본 프로그램이 있지만 아이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응용하고 변형하는데 관심이 많았다.
“볼링 로봇을 만드는 데 좌우로 이동하는 방법을 배웠다면 공을 잡고 뒤로 젖혔다 던지는 동작까지 만들어보는 식이죠.” ‘왜?’란 호기심이 ‘답’을 찾는 과정을 보며 놀란 적이 많았다는 게 김수진 지도강사의 회상이다.
‘Hi 로봇반’의 수업은 치밀하다. 주2회 240분, 학기당 30회의 수업을 통해 기초적인 이론을 배우고 레이싱봇, 댄싱봇, 범퍼봇, 버그봇(보행로봇), 휠체어 봇등 단계를 업그레이드하며 다양한 로봇을 만들어 봤다. 서브 모터를 사용하여 바퀴 굴리는 법을 배웠다면 다음 수업에선 스쿠터 모양의 로봇을 만들고, 잡는 기능을 익힌 뒤엔 바스켓볼 로봇을 만들어 보는 식. 수업 시간이 부족하다며 아이들은 학교 현관에서도 만들 정도였다.
그러나 초기의 열의가 감소하고 바쁜 스케줄에 쫓기면서 하나 둘 결석생이 늘자 흥미를 지속시키기 위해선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다. 크고 작은 대회에 학생들을 참가시킨 것이 바로 그것. 동기부여란 소박한 생각은 ‘대박’을 쳤다. 아이들은 몇몇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더니 전국특성화 경진대회와 챌린지 고성로봇코리아에서 주요 상을 휩쓸었고 로봇올림피아드 한국대회 대상에 이어 호주 국제대회(2010년 12월14~17일)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몰입하면서 꾸준히 다져온 실력은 큰 대회에서 편안(?)한 자신감으로 발현됐고 로봇의 무게, 전지의 g수, 부품까지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했던 것이 주효. ‘평소처럼만 하면 된다’는 평범한 이치를 경험 한 것은 가장 값진 수확이다.
“음…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우리 실력도 괜찮았고요.(웃음) 어른이 돼서 당당히 겨뤄볼 만 하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Hi 로봇반’의 아름다운 질주, 계속 기대해 봐도 좋겠다.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Hi 로봇반’에서 만난 로봇꿈나무
최지원(6학년)
‘단순 원리를 고차원적으로 만드는 게 탁월하다’는 지원이는 로봇공학자를 꿈꾼다. 로봇을 향한 꾸준했던 관심이 특성화 수업으로 날개를 단 케이스. 부모님 역시 지원이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인 조력자가 되기로 했다.
“로봇만드는 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휴먼로이드부터 피부까지 사람과 비슷한 안드로이드 로봇까지 멋진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가 될 거에요.”
김재욱(4학년)
4학년답지 않게 손끝이 야무지고 침착한 재욱이는 기억력과 변신에 대한 창의성이 형들 못지않다는 게 주위의 평. “로봇 손으로 한 개씩 들어 올리는 것 보다 뭔가를 달아 한꺼번에 옮길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생각한 대로 만들어서 경기를 잘했을 때 정말 신이 났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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