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신나게 뛰놀며 배웠던 추억의 놀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진정한 놀이의 즐거움 선물하고파
이제는 이름도 생소한 비석치기, 사방놀이, 살구받기…
어린시절 기억 저편에서나 떠올려볼 수 있는 추억의 놀이가 돼 버렸다. 학원 왔다갔다 바쁜 아이들이 잠깐 짬을 내 할 수 있는 놀이는 겨우 TV시청, 닌텐도, 인터넷 게임 등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밖에서 맘껏 뛰놀며 신나게 놀았던 어린시절 추억의 놀이를 가르쳐주고 싶은 건 어쩌면 욕심일지 모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세대를 그런 놀이를 통해 함께 어울리는 법, 운동 신경, 노래, 셈 공부를 익히고 배웠을 정도로 놀이는 우리에게 스승같은 존재였다.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어린시절 추억의 놀이를 함께 해 보며 옛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는 건 어떨까.
<편집자 주>
하늘까지 뛰어보자, 고무줄뛰기
“우리 때 초등학교 여자아이들은 거의 다 고무줄뛰기를 하면서 놀았어요. 그 때는 재밌기만 했는데 돌이켜보니 노래해야지, 잘 뛰어야지,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 친구들과 어울리지, 좋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에요. 그래서인지 방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오락기를 가지고 놀거나 컴퓨터로 온라인게임을 하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절로 한 숨이 나와요”라며 예전 놀이가 정말 건전하고 건강에도 좋았다는 박소연(36·용호동) 씨다.
지금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고무줄뛰기. 검정 고무줄 묶어 깡충깡충 뛰다보면 몸도 마음도 유쾌해지던 그 때와 달리 각종 기기들에 몸과 마음이 묶여있는 요즘 아이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란다.
“좋아해서였는지 괜히 고무줄을 끊어 놓고는 냅다 달아나곤 하던 그 까까머리 남학생들도 이젠 희끗희끗 흰머리 중년이 되어 살아가고 있겠네요.(웃음)”
“딱지치기 덕에 조카와 더욱 친해졌어요.”
얼마 전 초등학교 조카와 딱지치기를 하고난 뒤 팔이며 어깨가 너무 아파 혼이 났다는 김현준(40·광안동) 씨. “살살해도 될 일인데 하다 보니 승부욕이 생겨 죽자사자 딱지를 쳤거든요. 조카한테 이겨서 얻은 건 딱지요, 잃은 건 건강한 팔과 어깨예요”라고 엄살이다.
“우리 때는 종이로 접었는데 요즘 애들은 대부분 사더라고요. 우리는 딱지가 재산이었는데 요즘은 잃어도 사면되니까 애착도 덜하고” 라며 조금 씁쓸해 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하는 놀이에 즐거웠다며 딱지치기를 통해 조카와 한층 가까워졌다고 좋아하는 김 씨다.
비석치기 기억나세요?
“어린시절 놀이 중에서는 돌을 이용한 놀이가 참 많았어요. 비석치기, 사방놀이가 대표적이죠. 비석치기는 넓적한 돌을 어깨, 등, 배, 발등 위에 올리고 일정 거리를 걸어가서 세워놓은 돌(비석)을 맞춰 쓰러뜨리는 놀이예요. 사방치기는 바닥에 커다란 그림을 그린 후 숫자를 적어 놓고 돌을 던지고 차며 하는 놀이였어요. 돌이켜보면 이런 놀이를 통해 균형감, 순발력, 지구력, 집중력 등을 크게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아이들처럼 돈주고 태권도, 수영 등을 배우지 못했어도 체력이 뒤처지지 않았던 건 이런 다양한 바깥놀이를 많이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린시절 놀이라면 빠지지 않고 다 해 봤다고 자부하는 주부 박수연(38·용호동)씨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바깥놀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살구받기 놀이에 날 가는 줄도 몰랐죠”
종종 초등1년생 딸아이의 공기놀이 상대가 되어주곤 하는 김연숙(34·대연3동)씨는 가끔 어린시절 살구받기(공기놀이의 사투리)놀이하던 시절을 회상한다.
“지금은 공기놀이라고 하죠. 어릴때는 ‘살구받기’라고 불렀어요. 어린시절 동네 친구들과 공사장 근처 등에서 살구받기에 적합한 작은 공기돌을 구하러 다니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어요. 동글동글 참한 놈들을 수백개씩 골라 골목길 귀퉁이에 옹기종기 모여 어둑어둑 해질때까지 살구받기 놀이를 했어요. 새끼손가락 피부가 까지면 대일밴드를 붙여가며 했어요. 하하.”
지금의 플라스틱 자그마한 공기로는 손에 착 감기던 살구돌의 촉감과 무게감을 대신할 수 없단다. 누가 덧셈, 뺄셈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둘, 넷, 여섯, 여덟…” 둘씩 짝지어 셈하던 놀이 덕분에 산수공부가 절로 됐다고.
“직접 인형 그리고 오리는 재미에 푹 빠졌었죠”
지금의 아이들은 컴퓨터 모니터 속의 인형에 마우스 클릭으로 옷을 입히고 놀지만 예전에는 종이에 그려진 인형과 인형옷을 직접 가위로 오려서 옷을 입히고 놀았다. 여자아이들이라면 한번쯤은 사 보았을 종이인형을 조금이라도 잘 못 자르면 찢어질까봐 하나하나 조심조심 잘라서 소중하게 보관하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인형을 대고 직접 옷을 그려 입히기도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옷을 만들어 입히는 재미가 있었죠. 모자, 구두, 목걸이 등도 직접 그려서 인형에게 바꿔가며 씌우고 신겨보는 게 무척 재미있었어요”라며 권은형(41·사직동)씨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오리는 과정에서 손근육을 많이 써서 머리가 좋아지고 창의력이 발달된다고 말한다.
얼음판에서 썰매 타고 팽이도 돌리고
어린시절, 추운 겨울 찬 바람쯤은 문제 되지 않았다. 움츠리지 않고 추울수록 더 밖에서 활개를 치며 뛰놀고 다녔다. 썰매타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등 겨울철 놀이가 더 많았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직접 나무로 썰매를 만들어주셨어요. 썰매가 잘 미끄러지게 굵은 철사를 썰매 밑에 대어 주셨죠. 그 썰매를 타고 골목길 얼음 빙판 위에서 타고 놀곤 했어요.”
주부 김은진(39·대신동)씨는 ‘얼음’만 봐도 친정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주시던 썰매가 떠오른단다.
기장 연구리에서는 미나리밭에 물을 받아 얼려 만든 썰매장을 무료로 개방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예전엔 흔히 썰매를 탈 수 있는 장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눈썰매장 이외에서는 썰매를 탈 만한 공간이 없었는데 그곳에서는 썰매도 타고 즐겁게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바람을 막아줄 만한 것이 없어 춥긴 했지만 눈썰매장이 아닌 색다른 장소에서 아이들과 썰매도 타고 군고구마도 사먹고 어릴적 기억을 되살리는 거 같아서 즐거웠어요”라며 이승윤(36·광안동)씨는 다시 한번 아이들을 데리고 찾을 예정이라고 한다.
얼음판에서 놀 수 있는 놀이로 팽이를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엔 직접 나무를 깎고 팽이채를 만들어서 팽이놀이를 했지만 요즘은 문구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 꼭 얼음판 아니어도 팽이놀이를 할 수 있다.
“어릴때 아버지께서 나무를 깎아 만들어 주신 팽이에 색칠을 직접 해서 돌리면 팽이가 돌면서 예쁜 색깔을 내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흔히 파는 플라스틱 팽이는 예쁘긴 하지만 예전에 가지고 놀던 투박한 팽이가 그리워지네요”라고 말하는 박은수(45·재송동)씨는 손재주가 없어 예전 아버지처럼 아이들에게 팽이는 만들어 줄 수 없지만 함께 팽이를 가지고 놀아줄 수는 있다며 즐거워했다.
아이와 만화 보면서 친구처럼 얘기 나눠요
추운 겨울날, 뜨끈한 아랫목에 누워 군것질하면서 낄낄대고 만화책을 본 경험이 있는지. 어릴 적부터 만화라면 껌뻑했던 강나연(39·남천동) 씨는 지금도 열혈 만화팬이다. “우리 때는 순정만화계의 대모 황미나가 대세였어요. 남자들은 이현세에 열광했고요”라며 만화책 얘기에 눈을 반짝거린다.
“만화책 보는 걸 말리지는 못하겠어서 차라리 딸애와 같이 만화책을 빌려봤더니만 엄마를 친구처럼 가깝게 느끼더라고요. 말이 통할 것 같다나뭐라나.” 예전에는 만화방하면 매캐한 담배냄새가 먼저 떠오르지만 요즘 세대들은 과학이나 한자, 역사 상식조차 만화책으로 습득한다. 잔인하거나 허황된 얘기가 주를 이루는 만화도 있지만 잘만 고르면 인물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면서 감동적인 내용도 많다는 게 강 씨의 설명이다.
박성진·이수정·장정희 리포터 sj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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