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 - 메트로합창단(가칭) 김문희 교수
“맑고 고운 하모니로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고 싶습니다.”
‘남자의 자격’ 덕분인지 전국 곳곳에서 합창의 열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합창곡이었던 ‘넬라 환타지아’는 어린 아이까지도 흥얼거리는 노래가 됐고, 합창이 주는 감동을 새삼스레 느끼게 하면서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했다. ‘남자 그리고 하모니’는 끝났지만 그 여운만은 여전히 남아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래서 용호동 엘지메트로아파트에서도 합창단을 모집하고 활동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인터뷰를 자청했다.
삭막한 마음에 여유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해
약속을 잡기 위해 통화한 김문희(69·용호동) 부산대 명예교수는 명예교수라는 말을 미리 듣지 않았다면 40대라고 착각할 만큼 젊고 청아한 목소리였다. 워낙에 저음인 리포터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김 교수는 만나자마자 합창단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털어놨다.
“예전에 지하 주차장에서 역주행 하는 차 때문에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창문을 내리고 ‘역주행 하셨네요’라고 했더니 대뜸 ‘사고 안 났으면 됐잖아요’라며 너무나 쌀쌀맞게 대꾸하는 겁니다. 젊은 엄마였는데 정말 충격이었어요. 또 한 번은 엘리베이터에서 채 내리기도 전에 밖에 서 있던 새댁과 아이가 먼저 들어오는 거예요. 아이에게 ‘내리고 타야지’라고 했더니 새댁은 들은 척도 안하고 아이에게 어서 타라고만 하더군요. 그 때 생각했죠. 마음에 여유들이 없어 인심이 팍팍해지는 것은 아닐까하고요.”
두 번의 잊을 수 없는 경험 때문에 합창이 대세가 되기 훨씬 전부터 합창단 창단을 계획했다는 김 교수.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마음을 합쳐야지만 고운 소리를 낼 수 있는 합창은 모래알같이 흩어져있는 삭막한 마음을 한 데 모으는 역할에 제격이다. 그래서 몇몇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말하고 도움을 청했다.
열성적인 단원들 덕에 합창단 이끌어 갈 용기 얻어
메트로합창단(가칭)은 수강비가 없는 순수 아마추어 합창 모임으로 지도하고 있는 김 교수와 피아노 반주를 맡은 대학원생의 봉사로 꾸려가고 있다. 1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합창단은 현재 고정적으로 20여명 정도가 참가하고 있다. 앞으로 40~50명 정도의 인원을 목표로 계속 모집 중에 있다. “남구문화원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 8시에 모이는데 아직도 들쑥날쑥 해요. 6개월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겠지요. 다른 아파트 경우에는 1년 정도 지나니까 완전히 자리가 잡혔다는 말도 들리고요.”라고 했다.
오디션을 거쳐야하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별다른 오디션은 없어요. 나이 제한도 없고요.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환영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연습은 동요로 시작하고 있어요. ‘엄마엄마 우리집에’라든가 ‘바람이었으면’ 같은 동요로 소리 연습을 먼저 하고 소리가 잘 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요. 꾸준히 연습하다보면 소리가 윤택해집니다”라며 단원 중 몇몇은 프로 못지않게 아주 잘 한다고 자랑했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특히 15명 정도는 여태껏 결석 한 번 안할 정도도 열심입니다”면서 좋은 뜻을 가져도 혼자로는 역부족인데 자발적으로 힘을 보태는 사람들이 있어 모임을 이끌어 갈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합창은 사람들을 단합시켜요. 마음을 열고 노래를 부르다보면 언젠가 아름다운 마을이 만들어지겠지요”라며 소녀같이 맑게 웃는 김 교수의 모습에서 따뜻한 열정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 남몰래 노래 몇 소절을 불러봤다. 알토는커녕 바리톤도 거뜬히 소화할 만큼의 굵은 저음이 흘러나왔다. 좋은 음악을 열심히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나? 합창단도 열광적으로 호응해줄 청중이 있어야 더욱 흥이 나겠지라며 애써 위로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메트로합창단(가칭). 아직까지 파트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신생 합창단이지만 가슴 가득 찬 열정을 담아 낸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질 수 있기를 응원한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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