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김용주
평범함이 가르쳐 준 진실, ‘의사답다’는 것에 관하여
다애요양병원 김용주 원장
오전 6시 48분이면 다애병원 원장실에는 불이 켜진다. 언제나 새로운 하루는 일찍이 시작된다. 120여개 병상을 찬찬히 둘러보고 환자들의 차트를 점검하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아침. 남보다 먼저 시작해, 서두름이 없는 김용주 원장의 일상이다.
다애, 사랑을 퍼뜨리는 홀씨
김용주 원장을 만난 토요일은 겨울치고는 포근한 날씨였다. 경기도청 초입, 소담하게 자리잡은 다애병원을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원장’이라는 직함은 권위적인 이름이었다. 그러나 막상 원장실 문을 열고 나온 김원장의 표정은 시골분교의 담임 선생님마냥 편안했다. 커피 한잔까지 직접 타다 주는 소탈한 모습 때문일까.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서 ‘다애병원’을 검색해보면 ‘다녀본 병원 중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했다’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다애병원은 김용주 원장의 아내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2007년 개원을 하면서 아내가 병원 이름을 짓는데, 다애병원만 없더라구요. 많은 다(多)자에, 사랑 애(愛)자를 써서 ‘다애’라 지었습니다.”
사랑병원, 박애병원이 아니라 다애병원이다. 사랑이 가득한 병원이라 해도 좋을 것을, 다애병원이라 지은 것은 그와 함께 한 사람들의 많고 많은 사랑을 다 표현하기 어려워서다. 화학도를 꿈꾸었던 김용주 원장에게 ‘용주야, 에미가 살아보니...의사가 참 뜻 깊은 직업이더라...’며 의대를 권유해주신 어머니, 아들의 미래를 말없이 지켜봐 주신 아버지, “김닥터, 카디올로지(cardiology.심장학)전공해 보는 건 어때?”라며 어깨를 툭툭 치던 대학 선배, 넉넉하지 않았던 신혼생활에 만삭의 몸에도 말없이 뒷바라지를 해 주던 아내... 그 모든 사람들이 다애병원을 있게 한 사람들이다. 어떤 일이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시작하면 유유히 결과를 도출해 내는 사람, 늘 편안하게 환자를 대하는 모습은 치열하게 살아온 김원장 특유의 내공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심장, 생사를 결정하는 그것
“의사가 되지 않았더라도, 그 분야에 최선을 다했을 겁니다. 기본적인 노력의 분량은 같으니까요.” 그 노력의 크기를 차마 가늠하기는 어려워도 김용주 원장의 ‘열심’을 공감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절대 쉽지 않아 보이는 심장학을 택한 것이 그렇고, 개인병원으로는 자주 만나기 어려운 심장클리닉을 개원한 선택이 그렇고, 재활치료 전문 요양병원으로 자리매김한 현실이 그 노력을 보여준다. 왜 심장학을 전공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도 천천히, 조용히 하지만 요점을 짚어 대답했다. “생사가 눈앞에 보이지 않아요? 그러면 의사로서 굉장한 책임감을 가집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이 저에게는 (적성에) 맞더라구요.” 지금처럼 환자들을 편안하게 진료해 줄 수 있는 밑바탕에는 수회에 걸친 심장 수술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혈관외과를 전공하려고 했죠. 하지만 심장학이 더 끌렸어요. 긴박하지만 보람이 있고 리스크(Risk:위험요소)가 큰 만큼 의사가 해야 할 폭이 큰 분야입니다.” 묵묵히 주어진 분야에서 열정을 다한 결과, 1996년부터 7년간, 대전성모병원 재직당시에는 대한심장학회로부터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과 대전 성모병원, 수원 백성병원 등에서 진료한 경험을 살려 다애병원을 시작한 것이 2007년이다. 대학선배가 근무하는 요양병원을 보고 ‘한번 해 볼만 하다’라고 생각한 게, 다애병원을 결심하게 했다.
진실, 그 특별한 가치
사실, 다애병원은 화려하지 않다. 평범한 병원 로비에, 열심히 환자들을 진료하는 세 명의 의사, 그리고 간호사들이 전부다. 그러나 심장클리닉, 재활치료에서는 결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종합병원에서는 예약하고 나서 한참을 기다리는 심장검사(24시간 생활심전도 검사,심부하검사,칼라도플러 심장초음파 검사 등)를 내원하자마자 즉시 받을 수 있는데다, 향후 10년간 심장질환이 발생할 확률까지 측정해 준다. 겨울이면 은근히 걱정되는 협심증이나 부정맥 등의 심장질환을 베테랑 전문의에게 곧바로 진료받을 수 있다는 것. 엄청난 편리함이 아닐 수 없다. 재활치료 분야에서도 특출하다. “우리 아이의 소아재활 치료를 받기 위해 대학병원만 다녔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재활치료 병원이 있어서 정말 좋다. 병원에 있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선생님이 참으로 고맙다”는 평가(네이버 ID ry75***외..)들은 그냥 나온 결과가 아니었다.
인터뷰 말미에 김용주 원장이 생각하는 삶의 원칙을 슬쩍 물었다. “의무를 다하자, 그리고 거짓말 하지 말자, 입니다.” 한번이라도 다애병원을 이용해 본 환자라면, 그의 평범한 열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된다. 환자에게 의사로서 의무를 다하는 삶, 진실된 모습으로 환자를 대하는 삶. 진정한 의료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이 거기에 있는 까닭이다.
◇김용주 원장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강남성모병원 심장내과 전임의를 거쳐 가톨릭대 심장내과 교수를 역임했다. 가톨릭대 의대에서 의학석사·박사를 취득했고 수원 백성병원 내과 과장을 거쳐 다애병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권일지 리포터 gen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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