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폴 포트’ 강원도교육청 최수길 사무관

가난을 넘어 희망을 노래한 입지전적 인물

지역내일 2011-01-25


아마추어로 공무원 음악대전 은상 수상
집안이 가난해 검정고시로 공부했고, 아마추어이면서 전문합창단에서 활동하며, 음악대전에서 은상을 수상해 ‘강원도의 폴 포트’라는 별명을 얻은 사람이 있다. 특이한 이력의 주인공은 현재 강원도교육청 감사1팀장인 최수길 사무관.
그가 은상을 수상한 <대한민국 공무원 음악대전>은 행정안전부가 개최하는 행사로, 작년으로 4회째를 맞았다. 전국의 공무원이 참여할 수 있는 이 대회는 가요부문 개인 및 단체, 클래식 성악, 기악, 그리고 국악 등 5개 분야가 있다. 이번 음악대전은 총 293개 팀이 참가했고, 클래식 성악에는 최수길 사무관을 비롯해 총 50여 개 팀이 응모했다. ‘내 맘의 강물’(이수인 작사?작곡)을 불러 은상을 수상한 최사무관은 금상을 수상한 팀보다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가난을 이겨낸 특이한 이력 때문이었다.


이북출신 아버지와 장애인 어머니
최 사무관이 태어난 곳은 화천군 상서면 신대리이고, 그의 부모는 땅 한 평도 없는 빈농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몸통보다 큰 아이스케키통을 메고 장사를 했고, 좀 더 커서는 서울에서 신문배달과 날품팔이를 해야만 했다. 최 사무관의 아버지는 이북 출신으로 남한에는 일가친척도 없었고, 어머니는 한국전쟁 기간 중 장애를 입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1976년 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통과하고, 춘천에 있는 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공부를 시작했다. 학교 근처에 허름한 방을 하나 얻어 친구와 자취를 했지만, 어머니가 품을 팔아 보내주는 돈으로는 방세내기도 힘들어 자주 굶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와 친구는 학교 기숙사에서 밥을 훔쳐 먹은 것을 들켜 정학 처분을 받았다. 정학은 곧 풀렸지만 숙식비를 해결할 방법이 없던 그는 결국 그토록 다니고 싶던 고등학교를 1학년도 마치지 못한 채 그만두었다. 최 사무관은 학교가 얼마나 가고 싶었던지 고등학교 때 처음 입었던 교복을 40이 넘도록 집에 보관했다고 한다. 후에 그는 고등학교 과정도 검정고시로 마치고, 한양대에서 사이버과정으로 영어를 전공해 소원을 풀었다.


아마추어로 전문합창단에서 활동
그는 1990년에 창단된 춘천시립합창단에서 10여 년 동안 활동했다. 대전엑스포조직위원회에서 해외홍보를 담당할 때는 2년간 <인칸토레스 합창단>에서도 활동했다. 최 사무관은 전문합창단의 오디션을 통과한 원인에 대해 “지휘자 선생님의 실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라며 유머를 발휘한다.
아버지의 영향인지 딸 최은혜 양은 음대에 진학해서 성악을 전공하고 있다. 주말에 은혜 씨가 집에 오면 두 사람은 함께 음악 연습을 한다. 딸 은혜 양은 시간이 날 때면 아버지와 함께 한림대학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음악회에 출연해 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의 쾌유를 돕고 있다.
최 사무관은 일평생 특별히 레슨비를 내고 배운 것은 없다. 피아노는 스스로 연습을 통해서 배웠고, 성악은 유명한 성악가들의 음반을 듣고 귀동냥으로 배웠다. 그는 “그 분들이 모두 저에 스승이었으니까 저는 훌륭한 스승을 누구보다도 많이 가졌다고 자부합니다.”라며 스스로를 격려한다.


어린 시절 잊지 않고 봉사활동에도 적극적
2001년 캄보디아를 여행하던 최 사무관은 인생의 극적인 순간을 경험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남루한 옷을 입은 소년이 얼굴을 반쯤 식당 안으로 내밀고 그가 밥을 다 먹기만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남은 밥을 달라고 할 것 같아 수저를 내려놓았더니 소년은 식당주인의 시선을 피해 달려와 밥을 가져가도 되겠냐는 손짓을 했다. 그가 허락하자 소년은 남은 밥을 비닐봉지에 담아 급히 빠져 나갔다. 소년을 뒤따라가 보니 지뢰로 발목을 잃은 것 같은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와 허걱지겁 밥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최 사무관은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고, 이후 해외봉사활동에 나서게 된다.
그는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필리핀 등 제3세계 국가의 오지를 방문해 약품과 옷가지 등을 나눠주고 작은 음악회를 열어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인성을 갖도록 돕고 있다. 그가 음악봉사를 하는 이유는 빵과 옷을 나눠줘 허기진 배를 불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속에 희망이란 단어를 심어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퇴직하면 제3세계로 이주하여 어린이합창단을 만들기로 부인과 약속했다.


좌절은 누구나 겪는 인생의 과정
최수길 사무관은 지금까지 어려운 처지를 부모님 탓으로 돌리거나, 누구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는 “어린 시절이 가난했었다고 표현하지, 한 번도 불행했다고 말해 본 적이 없다.”며 “지금 어려운 환경에 있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자신의 미래를 향해 꿈을 펼치기 바란다.”고 청소년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최 사무관의 아버지는 104세이고, 어머니는 신체장애를 갖고 있고 지금은 남의 도움 없이는 거동이 불편하시다. 그의 부인은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 후 치료 중에 있다. 그래도 그는 “이 정도면 노래할 분위기가 아니잖습니까? 그러나 좋은 생각을 갖고 주변을 살펴보면 감사할 일이 너무 많이 있더군요.”라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명성 리포터 grace98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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