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콘테츠 ‘사물놀이’. ''사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란 뜻의 ''사물노리안(samulnorian)''이 대영백과사전에 등재 돼 있을 정도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장단이 낯설어도, 역동적인 에너지로 넘쳐나는 기운이 너와 나를 하나로 만들어 주기 때문은 아닐까? 자연과 인간, 더 나아가 이 세상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전통 예술이라 말하는 홍성순 회장을 만나, 국악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악은 ‘내 자신의 거울’
방송에 국악이라도 나오면 바로 채널을 바꿔버리는 아이, 중학생이 돼서야 처음으로 풍물학기를 본 아이, 학교에 장고 한 대가 없어서 라면 박스로 세마치 장단을 배웠던 아이가 어떻게 풍물꾼으로 살게 됐을까? “대학시절 풍물패 동아리 방에 놀러갔다가 묘한 이끌림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말을 시작한 홍성순 회장은 왜 이 길을 걸어왔는지 자신도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하루하루 멈출 수 없어서 걸어왔습니다. 계속 배워야 했고, 배우다 보니 내가 할 일이 생겼고, 이제는 내 자신의 거울이 되었습니다. 매일 마주하며 내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죠”
국악이 자신의 운명이 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가장 먼저 집안의 반대였다. “대학교 때 후배들을 이끌고 합숙을 간다고 하니, 아버님께서 뉘집 부모와 원수가 되려고 애들을 그런데 끌고 가냐며 나무라셨죠. 솔직히 부모님 뜻을 일관되게 거역하면서 버티니까 포기하신 겁니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는 시작에 불과했다. 연주자로서 성장을 위한 자신과의 싸움은 훨씬 고통스러웠다. 동료들과 마음을 맞춰 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극심했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 웬만한 어려움은 어려움이 아니라고 여길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시각, 청각 장애 학생들에게 사물놀이 가르쳐
국악을 비롯한 우리 문화예술은 전통적인 철학이나 가치관을 이해하지 않고는 본질에 다가서기 힘들다. 때문에 국악은 우리민족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다. 홍대표가 요즘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전통예술이라고 하는 것들이 예전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가르쳤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오히려 어르신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한번 단절된 국가 철학과 예술성은 복원이 힘들다”며 우리문화예술에 대한 질 높은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가 가르치는 일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함이다. “자연을 관찰하고 함께 호흡하며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것에서 미학적 근거와 연희의 방법론이 생겨납니다. 장단을 연주해도 자연스러워야 하며 연주자와 관객들도 조화를 이루어야지요. 이것을 조금 확장해서 생각하면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겠어요?” 특히 작년 10월 ‘전국장애학생직업기능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강원명진학교’ 사물놀이팀은 그에게 특별한 제자들이다.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악기는 눈으로 보고 배워야 합니다. 손의 움직임, 몸의 움직임이 중요하거든요. 수많은 반복과 훈련이 필요하죠.” ‘개성학교’의 청각장애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는 그는 “음악은 세계와 국경을 초월하 듯 장애도 초월한다”며 사람들의 편견을 깰 수 있어 보람되다고 했다.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솔직하고 정직하게 풀어 나갈 것
10여년 지냈던 단체에서 나와 개인 활동을 하면서 팀 연주활동을 못했다는 홍대표는 작년부터 몇몇 지인들과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올해에는 풍물이 중심이 되는 큰 놀이판과 어린이 도서관과 연계한 작은 음악회을 기획하고 있다. “자만하거나 방심하는 사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는 긴장을 유지하며 정직하게 두드리고 싶습니다. 그거 하나만 해도 감당하기 벅찬 과제 아니겠습니까. 다만, 어디 산속에서 홀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 이상 세상과 끊임없이 만나게 되겠지요. 그 안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과제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고 정직하게 풀어 나갈 것입니다.”
문의 010-6347-4481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