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소비자시민모임을 만나다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

지역내일 2011-01-20 (수정 2011-01-20 오후 1:45:05)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소시모)에 대한 관심은 순전히 개인경험에서 출발했다. 몇 년 전 리포터의 집에 설치했던 스카이OOO TV가 단초. 아이들 교육용으로 영어채널이나 볼까 하는 마음에 설치했는데 1년이 체 안 돼 텔레비전 브라운관이 터져버린 것이다. 평균 수명을 다한 고장이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TV없는 거실을 만들어보자’는 결심도 했는데 정작 3년 약정한 스카이OOO 처리문제가 골치였다. 업체측에서는 “사유 불문하고 ‘3개월 일시정지’의 편의를 봐 주는 것 외에는 도움을 줄 수가 없다”고 했다. 그 기간 내에 새로 TV를 장만해 계속 이용하라는 뜻. “재구입할 의사가 없다”고 여러 번 말하고 현장 방문도 수차례 요청했으나 결국 생돈을 물어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던 기억.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측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던 그때, ‘소시모 같은 단체를 알았더라면…’하는 생각이 취재 내내 맴돌았다. 

23년간 성남 소비자를 위해 묵묵히 걸어온 길
성남소시모는 1988년 4월 1일 소시모의 전국 첫 지부로 설립된 이래 23년째 우리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소비자 단체다. 흔히 소비자 단체라고 하면 리포터의 경우처럼 ‘구입한 상품이 이상이 있는데 판매처 혹은 제조사에서 환불, 교환을 거부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단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성남소시모는 기본적인 상담업무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열정적인 활동을 인정받아 작년 12월 제15회 소비자의 날에 김경의 대표가 국민포장을, 유인상 운영위원장이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한 단체가 주요 상을 휩쓴 건 쉽지 않은 경우로 성남소시모의 탁월성을 입증해 주는 대목이다.

소비자의,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활동  
1년 평균 2000건, 상담경력만 20년이 넘었다는 정경우 실장은 “분쟁 당사자를 조율하는 역할인데 오히려 욕설이나 억지소리를 듣게 되면 힘이 빠진다. 그러나 뭔가 억울해 전화를 주셨다고 생각하고 심정을 헤아려 들어 주면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도 많아 꼭 해야 할일이라는 사명감이 있다”고 했다. 리포터 사례를 듣더니 “기간이나 월정액을 줄이는 중재방법이 있었겠다”며 조언해줬다.
기본 상담 외에 성남소시모에서 자랑할 만한 활동은 바로 소비자 교육이다. “유치원에 갈 때는 일부러 하늘색과 회색을 준비해요. ‘오늘 하늘 색깔이 어떤 거 같아?’ 하고 물으면 아이들은 회색을 선택하죠. 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생각한데로 답하는 게 아이들이니까. 자연스레 나무이야기, 종이 아끼는 얘기까지 풀어 갈 수 있어요.” 김경의 대표의 설명이다.
대학 신입생들은 자격증과 외국어교재 사기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어르신들은 불량 건강 제품에 현혹되는 사례가 많아 연령대별 맞춤교육이 필요하다고. 교육을 통해 소비자문제에 관심이 생긴 소비자가 있다면 집중교육을 통해 전문 모니터 요원으로 양성하는 것도 소시모의 몫이다. ‘활동이 아주 활발해 타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60명의 정예 요원들은 1주일에 한번 씩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을 돌며 생필품과 개인서비스 요금을 조사한다. 이렇게 조사한 자료는 성남시의 물가관리 정책에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김 대표는 “같은 가게를 방문하면 변동수치를 비교하기가 좋고 방문 자체만으로 감시의 효과가 크다”며 “원산지와 성분, 용량까지 소비자가 꼼꼼히 체크하는 밀착성으로 지역 물가안정에 더욱 기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소시모가 지난 2001년부터 경기도와 함께 운영 중인 ‘경기도농산물지킴이’ 활동은 농장에서 식탁까지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사례. 특히 경기도내 1800개 학교 급식에 1등급 한우를 공급하는 활동은 소비자에게는 믿음, 농가에는 수입 개방화 등으로 불안정한 유통 시장에서 고정 판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도농 상생’의 의미를 갖는다. 김 대표는 “일회성이 아닌 안정적인 수급에 신경을 썼다”며 “조례규정에 맞는 농가를 선정한 후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생산, 가공, 유통 단계를 모니터링하고 보고서를 토대로 심의하니 품질은 절로 따라 오더라”고 했다. 품질 인증을 획득한 후에 오히려 사후관리에 소홀해지는 경우를 예리한 시선으로 간파한 점이 돋보인다.
이밖에도 사법연수원생이 참여하는 ‘무료 법률 상담’이나 세탁물 사고 발생 시 전문가와 함께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과실 책임을 조정하는 ‘사고 세탁물 심의회’까지 말 그대로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의 활동’이 주를 이루는 성남소시모. 그들은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시민단체가 되기 위한 열정으로 오늘도 뛰고 있다.
성남소비자시민모임 031-756-9898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미니 인터뷰 - 성남소비자시민모임 김경의 대표

1988년 책상 두 개와 직원 3명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던 시절, 민원을 해결하고 현장을 발로 뛰던 성남소시모의 산증인은 바로 김경의 대표다.
“대학 졸업 후 우연히 일할 기회가 생겼죠. 한번쯤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주저 없이 참여했는데 소비자 운동이 불모지였던 때라 고충도 많았어요.”
참기 힘든 욕설을 듣는 날이면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란 억울함에 눈물 쏟던 세월도 부지기수. 그때의 담금질은 어느덧 결정해야 할 사안에 지혜를 주는 자산으로 자랐다.
“재정적인 어려움도 컸죠. 시청 내에 사무실을 쓰라는 제의도 받았지만 독립적이어야 할 시민운동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응하지 않았어요. 사서 고생을 한 셈이죠.(웃음)”
그렇게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이제는 700여명의 후원자와 함께 보기 드물게 비영리적이면서 비정치적인 단체로 성장할 수 있어 자부심이 크다고. 
“후원하는 만큼 시민단체는 성장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또 하나, 쏟아지는 많은 정보 중에서 정보의 제공 주체가 누군 인지 정확히 파악하시길 당부합니다. 믿을만한 정보를 접해야만 어떤 판단으로 어떻게 소비할지에 대한 바른 시각이 생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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