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쓰기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가꾸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줄 뿐만 아니라 관찰력, 판단력, 표현력 등의 향상도 가져온다. 그러나 막상 자녀의 일기쓰기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그저 일기를 쓰라고만 다그치다보면 아이는 지루해 하고 매일 똑같은 일상만 나열하게 된다. 쉽고 재미있게 일기를 쓰는 방법들을 모아봤다.
매일매일 다르게, 무엇을 쓸까요?
혜린이(영통동, 초5)에게는 1학년 때부터 차곡차곡 모아 둔 일기장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그 속에는 날씨에 대한 지식과 기후 변화에 대한 걱정, 인류의 출현부터 우리나라의 형성과정, 아이돌가수 박재범의 한국폄하사건, 가족이랑 다녀왔던 유적지 등이 자료나 사진들과 함께 망라되어 있다. 또한 영화나 읽은 책에 대한 감상, 동시, 영어일기까지 자신의 성장과 함께 했던 무수한 얘기가 녹아있다. 처음에는 혜린이도 일기 쓰기를 힘들어 했다는 혜린 엄마는 “하루 일과 중에서 아이의 감정이 가장 도드라지는 한 가지에 대해 얘기한 후 일기를 쓰도록 했다. 차차 체험활동이나 행사 등에서 쓸 거리를 찾아보고, TV나 신문 등의 매체를 같이 보면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관심거리를 골랐다”고 쓸거리 찾기 방법을 설명했다.
사실 아이들이 스스로 매일 새로운 일기를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 엄마와 함께 글감 찾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향숙 독서지도사는 ‘하루에 있었던 일을 먼저 대화로 나눠 볼 것’을 권했다. 말로 표현하는 것이 글보다 쉽기 때문에 대화는 쓸거리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시간·장소에 따라, 혹은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일 중심으로 얘기하도록 도와준다. “하루를 돌아보며 무엇이든 생각나는 것을 적어본 다음 그 중에서 쓸 만한 것을 고르는 브레인스토밍이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들을 그림이나 생각그물을 이용해 그리면서 글감을 찾는 방법도 있다”고 이 지도사는 덧붙였다. 생각그물을 이용할 때는 하루 중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일 하나를 종이 한가운데 적는다. 이어서 떠오르는 생각을 낱말, 기호, 그림 등으로 표현하면서 큰 생각에서 작은 생각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도록 한다. 혜린이처럼 TV, 신문, 공연, 영화 등에서 쓸거리를 찾으며 매체를 활용하는 것도 주요한 글감 찾기 방법이다.
글쓰기는 힘들어요, 어떻게 쓰면 될까요?
한 일 위주로만 일기를 쓰다 보면 몇 줄 채우지 못한 채 끝나버린다. 날씨부터 한 문장으로 쓸 수 있도록 연습해 본다. ‘하루 종일 눈이 와서 빙판길이 되었다’, ‘따뜻한 날씨와 추운 날씨가 결투를 해 추운 날씨가 이긴 날’ 처럼 문장으로 쓰다 보면 날씨에 대한 관심이 주변 환경에 대한 관찰로 이어지고 표현력을 높여 주기도 한다. 이향숙 독서지도사는 “실제로 일기를 써 갈 때는 ‘1.본일, 들은 일 등의 겪은 일 쓰기 2.반드시 글감은 하나만 3.자세하게 풀어쓰기 4.느낌, 의견 넣기 5.실제 했던 말을 큰 따옴표 안에 그대로 넣어서 대화글 쓰기 6.나타내고자 하는 중심생각은 꼭 드러나게’를 주의한 6단계 쓰기법을 적용하면 어렵지 않다”고 조언했다.
저학년은 주로 생활일기 위주로 지도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정보, 시사 등의 주제일기도 함께 써 본다.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게 예를 들어 ‘월(감상), 화(효도), 수(견학), 목(생활), 금(매체이용) 등’ 요일별로 주제와 쓰기 방법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에 따라서 다양한 형식으로 일기를 쓸 수 있다. 생활문·동시 등의 형식으로 솔직하게 글을 써 보는 정서 표현이 주가 되는 글이 있다. ‘할머니의 생신’이 글감이라면 왜, 누구랑 갔는지, 가서 어떤 일을 했는지 등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는 방향으로 일기를 쓰면 한결 풍부한 내용이 된다. 정보 전달이 목적인 설명문으로도 써 본다.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종이접기·요리·게임의 방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견학 다녀 온 곳의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생활 주변에서 발생했거나, TV나 신문을 보면서 흥미 있는 내용들 중 따져보고 싶은 일은 의견을 또렷이 밝히는 주장글을 써 본다. 책 또는 영화 속 주인공에게, 혹은 실제의 대상에게 편지·초대·소개글 등의 형식으로 일기를 써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일기 쓰기도 힘든데, 자꾸 맞춤법으로 야단쳐요~
일기쓰기가 제대로 안 된다면 이유는 분명히 있다. 아이북랜드 조월신 독서지도사는 “일기쓰기로 글쓰기나 국어 공부를 시키려고 하면 아이는 부담을 느낀다. 잠자기 전, 반성을 내용으로 한 일기쓰기도 일기를 싫어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짐과 반성만이 아닌 자신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사실만을 쭉 나열했다면 중심생각이 드러나도록 지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이나 느낌을 너무 강조해 아이를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고 부언했다. 아이 나름대로 쓴 글의 내용을 가지고 야단을 치거나 엄마가 고쳐 주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맞춤법을 먼저 지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맞춤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리 없이 틀린 글자를 교정하는 빠른 길이다. 일기 쓰기를 생활화해 날마다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숙제로 여기지 않게 한다. 엄마 또는 선생님께 감시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해서도 안 된다.
일기쓰기가 고역이 아닌 스스로 즐겨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다양한 형식의 일기쓰기는 갈래별 글쓰기의 기초가 된다.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쓰거나 접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진다”는 조월신 독서지도사는 아이의 경험에 대해서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쓴 일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이향숙 독서지도사, 아이북랜드 조월신 독서지도사
참조 <쉽고 재미있는 일기 쓰기>(신현숙 저)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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