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치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분당·용인지역 중학생들의 학력이 경기도 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과정에서 규정하는 교과목표와 내용을 충실하게 학습하였는지 파악하기 위해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으로 학력을 제대로 증명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다양한 해석이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강남 등 교육환경이 우수한 지역 학생들일수록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평가에 대한 해석과 의미부여 논란은 차치하고 수치로 나타난 분당·용인지역 학생들의 학력을 분석해보았다.
배운 것을 50%이상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보통 이상’인 학생의 비율이 높은 경기도 중학교 순위 1위는 청심국제중(98.9%) 2위 수내중(91.3%) 3위 정자중(90.6%) 4위 샛별중(89.9%)으로 2위에서 4위까지 분당지역 내 중학교가 차지했다. 이매중(88.7%)은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용인지역은 5위 이현중(89.9%)을 비롯 신촌중, 죽전중, 소현중이 15위안에 랭크되어 경기도지역 상위 15개 학교 중 8개가 중학교 분당 용인지역 학교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학교 수가 10개 이상인 경기지역 내 21개 시·군 중 국·영·수 3개 교과에서 ‘보통 이상’인 학생의 비율이 높은 상위 세 곳은 1위 용인시(72.0%) 2위 안양시(70.7%) 3위 성남시(69.7%) 순으로 나타났다.
분당·용인지역이 중학교 학력이 높게 나타난 이유는 용인외고와 성남외고, 경기외고 등 경기남부지역에 특목고가 많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목고 선호가 높은 만큼 교육환경이 잘 갖춰져 있고, 일찍부터 내신이나 입시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내중, 정자중, 샛별중의 특목고 합격률이 높은 중학교들이다.
전국 공교육학부모지원단 신동원(휘문고 교사) 회장은 “중등 학력이 강한 것은 분당·용인지역의 특수성중의 하나”라며 “학부모들의 높은 학구열과 경제적인 뒷받침 그리고 비평준화 정책, 특목고가 밀집되어 있는 지리적 측면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분당지역은 대치동으로 진입하기 위한 길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중학교 진학을 위해 초등고학년 이후 분당지역으로 유입되는 교육인구가 많다는 게 신 회장의 의견.
“지방이나 해외에서도 좋은 교육 여건을 찾는 수요가 강남을 대신해 부담이 적은 분당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분당 지역이 특목고 준비환경이 잘 갖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분당학원장협의회 이승호 원장도 “중학교의 경우 우수한 학생들이 분당으로 몰리기 때문에 인적 자원이 많다”며 “우수한 학생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교육환경의 저변이 확대됐고 고교 진학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분당 중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초등 고등 학력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
하지만 중학교에 비해 분당·용인지역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학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의 경우 보통 이상 학생비율이 높은 학교 1위부터 15위 안에 용인의 독정초(97.5%)만이 11위에 이름을 올렸고 분당지역 초등학교 중 15위 안에 드는 학교가 한 곳도 없었다.
중등학력에 비해 초등학력이 낮은 이유에 대해 신동원 회장은 색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내신이나 교과목 위주의 공부부다는 다양한 체험 위주의 활동을 선호하는 분당 지역 초등학부모들의 경향이 작용한 것 같다.”
이러한 분석을 감안하더라도 중학교가 경기도 내에서 가장 학력이 높은 것에 비해 초등학교 학력이 낮은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경기도 지역에서 학력이 높은 상위 학교들은 대부분 소규모 학교로 학생들에 대한 집중지도와 관리가 용이한 측면이 있고 반면 규모가 큰 대도시의 학교들은 집중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초등학력이 낮게 나타난 것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고등학교의 경우도 마찬가지. 용인의 수지고(98.8%)가 3위에 보정고(98.4%)로 4위다. 경기지역 일반고는 대부분 광명시의 진성고(99.6%), 화성 병점고(99.5)등 비평준화 지역의 명문고들이 상위에 랭크됐다. 분당지역 일반고는 한 학교도 15위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물론 평균학력과 대학 진학률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대학 진학률이 높은 분당지역 일반고가 15위 안의 상위그룹이 랭크되지 않은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분당학원장협의회 이승호 원장은 “분당 지역 고등학교의 학력이 낮은 이유는 중학교의 극상위권이 외부지역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 큰 이유”라고 진단한다.
“매년 상위 10%의 중학생들이 특목고나 자사고 등 외부로 빠져 나간다. 때문에 남은 학생들은 고교 시작부터 위축될 수밖에 없고 자연히 경쟁심리가 떨어져 전체적인 학력 저하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분당지역이 평준화된 이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다.”
평균학력은 낮지만 분당 지역 일반고의 대학 진학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 이 원장은 “분당지역이 재수생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분당 일반고가 3년 동안 학생들의 학력을 만족할 만큼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신동원 회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 2002년 고교평준화가 시행되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바로 분당지역 일반고. 서현고를 비롯한 전국적인 명문고가 집중되어 있던 과거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신 회장은 “상위권 중학생들이 특목고나 강남 등지로 빠져나가는 것이 일반고 학력이 낮아지는 이유다. 실제로 분당은 외고나 자사고 지방 자율고 등의 진학률이 강남 못지않게 높다”며 “교육정책과 교육과정의 변화로 일반고의 선호가 높아진 만큼 분당지역 일반고의 앞으로의 변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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