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듀스토리-우리 동네 공신을 찾아서

박지훈 (야탑고 2학년)

지역내일 2011-01-18

180등에서 1등 되는 과정에서 학습전략가 되다
고교 진학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습플래너 기록하며 스스로 시간관리 

중학교 1학년 전교 석차 180등에서 시작해 고등학교 2학년 전교 1등까지 성적을 끌어올린 박지훈 군. 원래부터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중고등 과정을 거치면서 성적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는 점이 박 군의 성적이 더 의미 있는 이유다. 180-160-130-110-70-40-30-10...박 군의 중학교 1학년에서 2학년 때의 전교 석차다. 박 군은 1학년 중하위권에서 시작해 중학교 3학년 때는 전교 10등 권을 유지하게 됐고 고교 진학 이후 전교 1등을 유지하고 있다.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않고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박 군의 공부 히스토리가 궁금하다.

중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 충격과 좌절의 기억  
“초등학교 때는 제가 공부 잘하는 줄 알았어요. 공부 안하고 시험 봐도 늘 90점은 넘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매중학교에 진학해 첫 시험을 봤는데 글쎄 전교에서 180등이라는 성적을 받은 거에요. 이게 나의 현실적인 위치인가 싶었죠.”
보통 초등학교때 우등생인 줄 알았다가 자신의 중학교에 올라가 첫 시험을 보고 많은 학생들이 좌절을 겪는다. 박 군도 그랬던 것. 이때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면 이 후 성적을 치고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 박 군 역시 당시에는 아무리 공부해도 쉽게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공부는 잘하고 싶은데 성적은 안 나오니까 무척 속상했고 당황스러웠죠. 성적에 대해 스트레스를 주시지 않으시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어요. 한번은 답답한 마음에 성적표를 조작해 어머니께 보여드린 적이 있어요. 제 성적보다 50등정도 올려서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개념 없는 아이였죠.”
당연히 엄마께 들켰고 그 때문에 호된 꾸중을 들어야 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다. 성적 때문에 계속 이렇게 굴욕적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열등생으로 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 와신상담 
엄마 친구 아들과 딸들 그리고 친척 들…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공부 잘하는 사람뿐이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다.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성적향상을 위한 박 군의 와신상담이 시작됐다.
“외고에 진학해 주위를 깜짝 놀래키자고 마음먹었어요. 외고 진학은 그동안의 굴욕을 설욕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죠. 공부얘기가 나오면 저는 늘 소외되었거든요. ‘박지훈, 너 초등학교때 공부 잘했잖아!’ 하고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어요.”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박 군은 학습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박 군은 중학교 1학년때부터 현재의 성적표를 모두 스크랩해 가지고 있다. 자신의 성적 추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도 그 덕분.
“성적표를 보면서 늘 생각해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100등 안에 들겠구나, 다음에는 꼭 50등 안에 들어야겠다. 이렇게 목표가 생기거든요. 정말 신기한 건 목표대로 되었다는 거에요. 성적그래프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게 되니까 성취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맛보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 공부가 정말 재미있어 지더라구요.”

모든 공부과정 기록한 플래너는 보물 1호
박 군이 보물 다루듯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은 노트가 있어 펼쳐보았다. 깨알 같은 글씨로 1년의 공부내용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바로 박 군의 학습플래너. 오늘의 공부계획, 실천, 성취도 표시, 공부에 관한 정보, 그날 그날의 느낌이나 반성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적어 놓았다. 박 군의 고교 2년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 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박 군이 가져온 몇 개의 파일에는 중·고등 성적표 자료가 있었고, 공부법과 관련해 그동안 모아 온 자료도 있었다.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을 스스로 모니터 하면서 필요한 것을 채워나가는 것. 이것이 전교 1등 비결 박 군의 공부비결이다. 
“어느 순간부터 정리본능이 생겼어요. 책상도 어지러우면 공부가 안되구요. 계획대로 공부를 하고 그것을 플래너에 기록하는 순간이 가장 뿌듯해요. 제 학습플래너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해요. 보여달라는 친구들도 있을 정도죠. 친구들에게 플래너의 장점이나 쓰기법을 알려주며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편이에요.”

스스로 터득한 공부법 공유하는 스터디그룹 결성
자신이 개발하고 터득한 모든 학습정보나 학습법을 적극적으로 친구들과 공유하는 박 군. 학원이나 교재에 관해 쉬쉬하는 다른 우등생들과 박 군이 다른 점이다.
“공부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성적이 낮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죠. 플래너 쓰기가 효과적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모든 학생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많은 우등생들의 공부비법을 참고 했지만 자신에게 꼭 맞는 공부법을 찾았다는 박 군. 공부법을 공유하는 비공식 모임인 스터디그룹도 운영 중이다. 친구들이 터득한 공부법이나 학습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무척 도움이 되고 있다고.
“모두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지만 라이벌 의식은 거의 없어요. 모이는 친구들이 다 강점을 가진 영역이 다르죠. 때문에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측면이 더 강해요. 어떤 친구는 영어달인, 어떤 친구는 수학 달인이죠. 내신관리비법은 제가 전수하는 편이죠.”

공부법 전수하는 교육기업 설립하는 것이 꿈
문과인 박 군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싶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공부법을 전파하는 교육기업을 세우는 것이 최종 목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지만 공부법을 몰라서, 동기가 부족해서, 목표가 없어서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돕기 싶기 때문이다.
“제 경험도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아요. ''공부가 제일 쉽다''고 말하는 공신들은 주변 친구들에게 좌절을 주는 경우가 많잖아요. 솔직히 저는 공부 자체에 시간을 쏟은 만큼 공부법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결과적으로 두 가지가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스스로 학습전략가가 되기까지 부모님이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박 군은 말한다. 공부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서 묵묵히 지켜봐주셨기 때문이다.
“대입까지 1년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정말 저를 많이 배려해주세요. 모든 부모님들이 그렇겠지만 정신적 물질적 지원도 아끼지 않으시구요. 그래서인지 솔직히 부모님께 잘 보이려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되요. 부모님은 저의 가장 큰 학습동기죠.”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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