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운동통합이란 무엇이기에 이 기능이 떨어지면 아이의 능력을 끌어내리게 되는 걸까
감각운동신경계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성적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HB두뇌학습클리닉
어릴 때는 네발로 걷다가 커서는 두발로 걷고 늙으면 세발로 걷는 것은?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퀴즈의 내용이다. 사람은 목을 가누고 기기 시작하다가 생후 1년쯤에 드디어 직립 보행자로서의 당당한 두발 서기에 성공하게 된다. 박수가 터지고 환호하는 가족들 속에 우뚝 선 자태는 정말 자랑스럽다. 태어난지 1년 만에 기어 다니는 네 발 짐승의 신세를 모면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조짐이다. 물론 생후 1년에 중력과의 전쟁에서 두발 서기에 성공했다고 해서 인생이 순풍에 돛 단 것 같지는 않겠지만 유리한 출발임에는 분명하다.
공부를 해도 안 된다는 아이들이나 공부를 아예 안하려는 아이들의 과거력을 조사하다 보면 몸을 일으키는데 1년 반이 걸리기도 하고 심지어 2살 때 걷기 과업을 성취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듣게 된다. 이렇게 운동발달이 느린 경우 대체로 유치원에 입학해서 남들 다하는 율동을 따라하지 않으려고 버티고, 율동을 따라하더라도 로봇 같이 뻣뻣하거나 동작의 어색함이 웃음을 참아야 하는 수준이 된다.
태권도를 가르쳐도 남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수영도, 훌라후프도, 달리기도 뭐 하나 다른 집 애들만큼 하는 게 없다. 다리가 몸에 형식적으로 달려 있다뿐이지 본연의 기능을 못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은 데 이렇게 운동조절능력이 떨어지면 여러 가지 증상으로 나타난다. 어떤 친구는 숟가락질이 안 돼 초등학교 2학년인데도 턱받이를 하고 밥을 먹는다. 물론 밥을 먹고 나면 턱받이에 빼곡히 밥알들이 메밀꽃 피듯 흐드러져 있다. 또 다른 친구는 노트 필기가 그림 수준이다. 10칸 노트의 한 칸에 한 자를 단정히 들어 앉혀서 적는 것은 기대하지 말아야 된다. 밑으로 빠지고 옆으로도 넘쳐난다. 줄 노트에 글 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자의 크기가 다양한 것은 물론이고 글자 간격도 천차만별이어서 띄엄띄엄 쓰다가 어떨 때는 밥풀데기 처럼 다닥다닥 붙혀서 적어 일관성이라고는 없다. 연필도 세 손가락으로 잡거나 연필 끝이 건들거릴 정도로 연필 잡은 손에 힘이 없다. 이런 미세 근육의 조절만 힘든 것이 아니라 대근육 조절도 힘들다. 그래서 잘 넘어지고, 잘 부딪쳐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고 눈길도 아니고 돌길도 아니고 보행에 아무런 장애도 없는 아스파트길에서도 뜬금없이 넘어져 앞니를 부러뜨리는 황당한 일도 감각운동통합 기능이 저하되면 나타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럼, 감각운동통합이란 무엇이기에 이 기능이 떨어지면 아이의 능력을 끌어내리게 되는 걸까? 정보가 감각기관(시지각, 청지각 등)을 통해 들어와 두뇌에서 정보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운동신경을 통해 표현되는 전 과정이 감각운동통합기능이라고 보면 된다. IQ는 이 과정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IQ가 좋아도 정보처리의 결과(말, 글, 행동, 성적)는 안 좋을 수 있다. IQ가 좋은 것은 정보에 대한 판단의 정확도가 높을 가능성에 대한 지표일 뿐 학습이나 운동이나 말을 잘하는 것과는 별도의 문제이다.
“머리는 좋은데..., 이해는 잘하는데...왜 책을 더듬거리며 읽고 문제행동이 많고 운동을 못하지....” 자녀를 키우다보면 무수한 물음표가 머리를 도배할 때가 많다. 그 물음표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찾기 힘들 때 흔히 “건성으로 해서 그래..., 게을러서...., 조금만 신경 쓰면 될 텐데... ” 서운한 마음에 야단을 쳐보지만 같은 일로 백번 야단치고 돌아서면 똑 같은 잔소리를 해야 한다면 꼭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아이의 심리적인 문제라기 보다 기능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이도 노력하는데 안 되기 때문에 못하고 있다는 것과 만약 두뇌 기능적 문제라면 백번이 아니라 10년을 야단쳐도 잘 고쳐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없었는가? 유전자 지도를 밝혀낸 것은 엄청난 과학적 쾌거라고 할 수 있지만 두뇌기능이 완전히 밝혀진다면 그에 비할 데 없는 과학의 르네상스 시대가 될 것이다. 모래알 한 알 크기에 10만개의 신경세포가 들어있는 두뇌의 기전을 밝히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1990년도 들어오면서 부터이다. 따라서 뇌기능의 연구 성과에 대한 발표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새로운 연구는 기존의 연구 결과를 뒤집는 단계라 아직도 베일에 쌓여 있으나 읽기, 쓰기, 운동능력 등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행동양상들이 왜 그런지에 대한 추측은 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과학의 힘은 질병 치료에 요긴한 것으로 희귀병 환자들의 경우 더 빠른 과학적 진보를 원하고 있지만 과학의 힘으로 감각운동통합기능이 좋아져 걷기가 변하고 운동 능력이 좋아지고 자기 표현 능력이 좋아진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다.
질병도 인간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 주지만 감각운동통합기능 저하도 사람에게 평생 고통스런 업이 된다. 땅에 발이 닿지 않고 껑중껑중 걷는 아이와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 보라! 말을 할 때 마다 한 박자 늦고 예, 아니오 정도로 자기 표현 능력이 떨어질 경우 그보다 더 떨어지는 아이의 자존심을 생각해보고 똑 같은 체격 조건인데 운동을 익히는 속도가 2배 늦다면 이 또한 남모르는 고통이 된다.
자극의 입력(감각)과 운동(말, 글, 행동, 성적)을 연결해주는 감각운동통합 훈련을 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런 문제들이 훨씬 가벼워진다.
두 살 아래 동생보다 달리기가 늦다면, 아이의 대답을 기다리기가 답답해 매번 엄마가 말 대답을 대신해주게 된다면, 미세근육과 대근육 사용이 미숙하다면 한번쯤은 감각과 운동을 연결하는 회로를 점검해봐야 한다.
글 : HB두뇌학습클리닉 노원센터 이명란 소장
문의 : 932-7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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