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 반디’는 공전하는 지역미술의 한계 속에서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해 대안적, 발전적, 진보적 미술문화 형성에 도움이 되고자 설립된 비영리 공간이다. 전시, 교육프로그램, 신진작가 및 기획자 발굴, 세미나, 작가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홍보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는 부산의 몇 안 되는 귀한 공간 반디를 찾았다.
김태희 작가 작품 ‘반사의 현’
김태희 작가의 ‘바위와 가상사이’
대안공간 ‘반디’는 한 때 많은 사람들의 쉼터였을 목욕탕을 갤러리로 재단장 시킨 발상이 참신한 곳이다. 전시 공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작품이다.
반디에서는 12월 4일부터 김태희 작가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예사롭지 않은 기술과 예술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작품은 신기하고 재밌게 다가 왔다. 미술에 문외한인 리포터로서는 마침 만난 김태희 작가의 친절한 해설이 반가웠다.
“미디어 작품의 감상 포인트는 작품을 만나는 과정 속에서 내가 어떤 느낌을 받는지가 중요합니다.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도 생각해보겠지만 본인의 느낌이 더욱 소중하다”며 작품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바위와 가상사이’라는 제목 아래 대부분의 작품들은 보는 사람이 작품 속으로 들어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형태였다. ‘나는 관객에 의하여 변하는 작품, 관객을 알아보는 듯이 보이는 작품을 만든다. 관객이 무엇을 경험하게 될 지는 관객과 작품이 소통하면서 드러난다. 관객이 가지게 되는 경험이 관객에게 선사되는 작품이 되도록’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작품과 나 사이에 일종의 긴장감이 느껴져 한층 더 능동적인 감상이 가능했다.
전시 전경
다양한 시도가 어우러져 더욱 가치 있는 공간
김성연 대표와의 만남은 2층에 있는 예전 남탕에서 이루어졌다. 탕 속에 놓여있는 탁자에 앉아 있으니 기발한 상상력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김 대표는 “1990년대 후반부터 기존 상업 갤러리와 달리 좀 더 자유롭게 작품을 전시할 공간의 필요성을 느껴 시작하게 됐다. 상업적 갤러리의 역할은 아무래도 팔리는 작품 위주로 기획되다 보니 다양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그런 획일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전시를 시도하고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실험 정신이 있어야 내용이 풍부해진다. 예를 들어 무용에서도 발레만 계속 본다면 춤의 다양한 모습을 접할 수 없는 것처럼”이라며 특히 문화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부산의 현 상황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현대 미술은 난해해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는 말에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도 그 시대에는 조롱거리였는데 후대인 요즘에 이르러 제대로 사랑받고 있다.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만큼 보인다”며 “현대 미술은 해석의 폭을 넓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해석하고 느끼면 된다. 어쩌면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 하기 때문에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또 작품을 보면서 생각을 끌어내는 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반디의 발자취가 담겨 있는 영상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반디에 지속적으로 오는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에 속해있는 공간이라 더욱 거리낌 없이 찾아오는 모습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작품을 가까이서 만나고 느끼며 호흡하는 것이 얼마나 본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알고 있을까 싶었다.
대안공간 반디 김성연 대표
여유를 가지고 작품을 대할 때 제대로 보여
부산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관심도 부족하다. 그래서 반디처럼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실험적인 창작 활동이 보장되는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온전히 작품으로만 다가서기에 현실은 그리 너그러운 편이 아니어서 결국 재정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고 반디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술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는 불편한 진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돼 씁쓸했다.
작가 본인의 만족감을 위해 창작 활동을 하고 전시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결국 작품은 많은 사람들과 교감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작품을 스쳐지나가듯이 봤을 때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대할 때는 분명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라는 김 대표의 말처럼 제대로 감상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 작품이 내게 친절히 말을 걸어줄 것 같다.
대안공간 반디 051)756-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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