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임은진

내 몸에 꼭 맞아야 내 옷이다

맞춤양복 ‘제이카리스’ 임은진 대표

지역내일 2010-12-01 (수정 2010-12-01 오후 10:51:06)

  
 페셔니스트와 금융맨들이 집결된 인계동에서도, 트렌드에 민감한 영통에서도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맞춤양복 <제이카리스>다. 임은진(38)씨는 5년째 제이카리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모든 패션이 ‘빠르게, 색다르게’를 외치는 패스트패션의 시대. 임은진씨는 맞춤양복을 고집한다. 기성복에 비해 어떤 점이 좋냐는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백인백색(百人百色)이죠. 팔길이,허리,목둘레가 각자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은 기성복이 편안할 수 있을까요.” 길을 걸을 때도 앞사람의 어깨모양을 보고, 백화점을 가도 당연히 남성복 매장을 습관처럼 들른다.
 맞춤양복을 고가(高價)로 알고 있었다면, <제이카리스>를 들러볼 필요가 있다.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도 초반, 맞춤양복이 호텔이나 개인샵으로 숨어들면서 ‘비싸게, 더 비싸게’를 속삭일 때, <제이카리스>는 길을 걷다 편안히 만날 수 있는 ‘로드샵’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가격은 38만원 선부터. 편안한 가격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 브랜드나 값비싼 양복의 유통 마진을 대폭 줄인 덕택이다. <제이카리스>의 옷은 임은진씨의 표현을 빌자면 ‘양복을 유니폼처럼 입는 직장인’들에게 딱이다.
 “유명브랜드와 동일한 원단을 사용하구요. 고객의 얼굴빛과 몸의 모양에 꼭 맞는 양복을 지어드리기 위해 깊이 있게 상담합니다. 가봉 이후에는 숙련공들께서 정성들여 옷을 짓습니다. 얼마나 걸리냐구요? 8~10일이면 완성됩니다.”
 70~80만원 대의 기성복과 견줄 수 없는 피팅감, 숙련공들의 날렵한 솜씨로 그려내기 때문일까. 여러 벌의 양복이 필요한 금융맨이나 영업직 고객이 많고, 고객연령도 다양하다. 장년층의 아버지가 아들을 데려오고 아내의 손에 끌려 어렵사리 이곳을 찾은 남편도 마니아가 되고 만다. 임은진씨 특유의 안목 때문이다.
 “양복(색상)이 강하면 코디가 쉽지 않습니다.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양복을 권해드리는 대신, 원단을 좋게 가죠, 맞춤 셔츠나 넥타이로 멋을 부려보시는 것도 좋아요. 기성복 와이셔츠는 목치수가 맞추면 품이 맞지 않고, 품이 맞으면 목치수가 맞지 않죠? 그래서 셔츠도 맞춤으로 짓고 있습니다.”
 임은진씨는 사람에게도 인격이 중요하듯, 옷에게 격을 부여하는 것은 입는 사람의 몫이라 권해준다.
 “옷도 휴식이 필요해요. 여러 벌이 있으면 입었던 옷을 쉬게 해 줄 수 있고, 결과적으로 같은 옷도 훨씬 오래 입을 수 있으니까요. 맞춤양복 입어보시면 그 매력에 빠지실 걸요. 초기에 약간 더 비용을 들이더라도, 더 오래 입을 수 있고 정이 가거든요.”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지은 양복을 곱게 오래도록 보관하기 위해 세탁소마저 가려서 선택해야 한다는 임은진씨. 누구보다 옷을 사랑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의천모천(衣賤母賤:옷을 천하게 여기는 것은 어머니를 천히 여기는 것과 같으니, 옷을 귀하게 다루라)’의 사자성어를 되새길 수 있었다.


권일지 리포터 gen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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