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김용귀 원장

“단지 의술(醫術)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미래외과 김용귀 원장

지역내일 2011-01-13 (수정 2011-01-13 오후 10:59:38)

                       
 얼마 전 내린 눈이 아직도 거리 곳곳에 자취를 남기고 있다. 찬바람이 온 몸에 몰아치며  그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이런 날은 따스한 사람과 두런두런 세상얘기를 하고 싶건만, 차가운 메스를 들고 인간의 육체에 가혹(?)행위를 하는 외과의사를 만났다. 냉정하리라는 예상은 기우였을까. 마주한 미래외과 김용귀 원장에게서는 훈훈한 기운이 감돈다. 한참을 얘기하니 그 기운의 실체가 하나씩하나씩 제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는 의대진학부터 참으로 인간미를 풍긴다. 히포크라테스를 읊조리지도, 슈바이처를 말하지도 않았다. 공학도나 생물학도가 되고 싶었지만 뜻하지 않은 진학실패 후 재수를 했다. 다시 도전한 대학, 친구 하나가 꼬드겼다. 의대는 어떨까? 그래 볼까? 그렇게 의대생이 되었지만 처음부터 운명이었던 것처럼 의사의 삶은 편안하게 녹아들었다. 힘들어서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는 외과에 대한 선택도 마찬가지. 레지던트 시절, 자신을 믿어주고 멘토가 되어 주는 참 스승들을 보면서 혈관외과를 택했다. “5년간의 교수생활 동안 밤 12시 이전에 퇴근한 날이 손꼽을 정도입니다. 항시 급박한 수술에 대비해야 했고요.” 김 원장의 말속에는 고단했던 순간들이었지만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를 지켜내 왔던 자부심이 묻어난다. 미래외과를 개원하고 또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자신이나 환자를 위해서 한 우물을 파고 매진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무수한 경험이 우수한 치료 결과를 가져오고, 환자들에게 보다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나더군요.” 변화는 환자들과 대화를 많이 시도하는 것으로 찾아왔다. 그 결과 질환의 치료뿐 아니라 자신을 이해해 주는데 고마움을 느끼는 환자들의 입소문으로 미래외과를 찾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혈관을 다루다
 그는 혈관을 다루는 의사다. 그 중에서도 많은 환자들이 정맥이상으로 그를 찾는다. 인간은 혈관으로 피가 흐르지 않고 심장이 정지하면 사망이라는 선고에 맞닥뜨리게 된다. 혈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터. 모든 질환의 근본이 되는 혈관이상은 다른 치료에 우선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혈관은 생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동맥과 삶의 질과 관련된 정맥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러나 하지정맥류의 경우, 단순한 외관상의 문제를 넘어 혈관의 변형으로 인해 다리 기능의 이상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비수술적 혈관 경화요법과 하지 정맥류 제거 수술, 레이저 치료 등 자신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단다. 외관이나 기능상의 문제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에 흉터가 남지 않게 수술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레이저치료는 고비용임을 감안할 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조언하는 그를 보며 환자들이 보내는 무한신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진료에 불만이 있었던 환자도 결국에는  지속적으로 그를 찾게 만든 것도 믿음을 주는 치료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오히려 김원장은 그 환자와 관계를 회복하며 고비를 넘긴 것이 또 한 번 자신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었다고 전한다.
 
진료,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해
 그에게서는 긍정의 힘이 느껴진다. “내 손으로 수술한 환자가 좋아져 고마움을 표시할 때,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이라 흐뭇하죠. 삶의 질이 나아지는 환자들을 보면서 정말 의사하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뒤이어 의사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적은 없었냐는 질문을 던졌다. 혼란스런 세상에 한 눈 안 팔아도 되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반문한다. 대한정맥학회 이사직을 맡을 정도로 한 분야의 일을 묵묵히 해온 김원장에게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대답, ‘우문현답(愚問賢答)’이란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닐까.
 “요즘 환자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많은 의학정보를 알고 있는 듯해도 전문 분야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수록 의사는 환자에 대한 이해와 치료의 확실성을 가지고 제대로 진료해야 합니다. 아님 말고 식의 실험적인 치료를 해서는 안돼요.” 환자들의 나약한 마음을 이용하기보다는 솔직한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들도 전문가 앞에서 미리 질병에 대한 지식을 드러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의사의 얘기를 경청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서로 간의 신뢰로 다져진 참된 소통은 더 나은 치료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부언했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일이니 상술(商術)이 아닌 인술(仁術)을 펼치며 몸과 마음의 내면 깊은 곳까지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는 그다. 인문학의 바탕인 인간에 대한 밀도 있는 이해가 우선되며 진료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한결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이야말로 자신의 현재이며 또한 미래란다.
 
 김용귀 원장과의 만남 후 다시 거리로 나섰다. 찬바람의 위용은 그대로인데 한결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정녕 착각만은 아닐 테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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