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여성은 다정한 친구들!“선샌님~ 한국에선 설거지 핸는데 행주로 왜 다끕니까? 그냥 업어 아니 어퍼두면 되는데..”
중국인 손청혜씨의 질문이다. “네~ 한국의 조상들은 설거지가 끝나면 깨끗이 삶은 행주로 그릇을 닦아두는 풍습이 있었어요. 지금도 한국의 어머니들은 그렇게 하죠.”
부천오정노동복지회관 다문화 한국어교실에서 결혼이민자 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나광금(39, 사진 가운데)씨가 정확한 발음으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광금씨는 복지관 한국어 교실 초창기인 2006년부터 한글을 가르치면서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베테랑 강사다.
다문화 여성의 입장에 서서
“지인의 소개로 필리핀 친구를 알게 됐어요. 그 친구를 만나면서 다문화 여성들의 현실과 고민을 접하게 됐죠. 그래서 한글을 가르치게 됐고 보람까지 얻고 있습니다.” 나 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들을 친구라고 부른다. 친구란 어떤 의미일까. 친구라는 말 속엔 엇비슷한 나이와 누구의 아내이자 며느리인 점, 아이 키우는 어머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적은 다르지만 세계적으로 통하는 공감어, 여성이라는 입장이다.
“다문화 여성들의 고민은 한국에 잘 적응하는 거예요. 시댁과의 원활한 관계 형성을 중요하게 여기지요. 그 중 큰 고민은 한국 주부들의 마음과 같죠. 경제적인 고민과 자녀 교육문제입니다.” 처음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이 겪는 큰 문제는 우리나라 말을 모르는 것. 나 씨는 한국어 교실 중, 고급반을 통해 이들을 돕고 있다. 다문화한국어교실은 기초, 초급, 중급, 고급반이 있다. 기초반은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대상이다. 초급반은 의사소통이 조금 되는 사람, 중급반은 기본소통은 되나 문화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교육한다. 고급반은 자아발전의 욕구가 강한 취업이 목적인 사람들이 다니고 있다.
대화가 오가는 치유의 공간
“초급까지는 열심히 와요. 아이를 출산할 즈음인 중급반이 되면 발길을 끊었다가 아이가 말할 때 다시 나오는 것이 한국어교실의 특징이죠.” 나 씨는 이주여성은 결혼해서 한국어를 배우다가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 담당과 산후 우울증 관리에 집안일까지 정신없다고 말한다. “중급반 쯤 되면 한국생활과 자국생활의 차이를 느끼면서 정서적으로 힘들어져요. 또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한국말을 가르쳐야 한다는 난관에도 봉착하죠. 자국어로 말하면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다문화 여성들의 이런 고민을 나 씨는 ‘다’ 들어준다. 햇수로 5년 째, 한글을 가르치는 것에 비해 생활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지긋이 들어주며 답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아이를 키웠고요, 시어머니 관계까지 잘 풀리게 됐어요. 우리 선생님은 경험이 풍부한 백과사전이고 컴퓨터예요. 다른 문화센터에서 보지 못한 귀한 선생님입니다.” 중국인 경풍(42)씨가 나 씨를 칭찬한다. 곁에 있던 손청혜(36)씨도 거든다. “이런 선생님 처음 봤어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가족처럼 우리들을 계속 가르쳐주시면 좋겠습니다. 헤어지지 말아요.”
사각지대 다문화 가정 도움 필요해
“가르치는 것은 힘들어요. 그래서 같이 배운다고 말해요. 한국어교실은 다문화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발음을 교정해주며 저도 배울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니까요.”
나 씨와 수업한 다문화 여성들의 자신감은 성장한다. 언어능력을 키운 그녀들은 부천지역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어를 마스터한 제자 중 몇몇은 부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 오정구보건소 등에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나 씨는 아이 셋을 키운다. 그 일 뿐일까. 오정동 지역사람들은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노동복지회관 행복한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지역주민모임인 하늘맑은 오정동팀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해서다. 이 팀은 매 월 벼룩시장 운영으로 유니세프와 오정지역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며 지역사회를 밝히고 있다. “다문화 가정 2세 교육기관이 필요해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는 말아야죠. 오정노동복지회관에 한국어 교실이 있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다문화 친구들에겐 복이죠. 안타까운 점은 사각지대에 묻혀있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도움이 부족해요. 정말 필요한 곳에 지원이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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