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시니어가 사는법

우리문화보존회 ‘노을’ 이주명 단장

지역내일 2011-01-11

함박눈과 함께 만난 베레모의 단장님

그를 만나러 가는 날엔 사방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함박눈이 쏟아져 내렸다.
도로는 전 날 내린 눈길 위에 연방 새로운 눈길을 덧대고 있었고 약속시간은 이미 30분을 넘기고 있었다.
게다가 우격다짐으로 인터뷰 약속을 잡고 찾아간 리포터에게 초로의 늙은이를 뭐 하러 신문에 내려하느냐 타박 아닌 타박을 준다. 그렇게 십여 분을 변죽만 두드리다가 이내 마음의 빗장을 풀고 먼지 켜켜이 묻은 옛 앨범과 자료까지 꺼내오는 이.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고 가란다. 단체명은 우리문화보존회. 별칭으로는 고운 우리말인 ‘노을’로 이름붙이고 우리 가락과 노래를 알리고 전달하고 있는 이주명(66ㆍ신갈동)단장, 그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군 제대 후 태평소에 꽂히다
그가 단장으로 있는 ‘노을’은 풍물과 민요, 무용 등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역 봉사를 주 목적으로 만든 단체다. 그 역시 20년 넘는 군직 제대 후 태평소에 꽂혀 10년을 배우며 그때 같이 익힌 풍물과 민속 악기로 지역 주민들에게 봉사를 해온지 20년 세월이 흘렀다.
“어려서부터 우리가락과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남사당패나 농악소리만 나도 가슴이 두방망이질 하곤 했으니까. 그러다 군 제대하고 모처럼 시간이 나니 그때부터 취미로 배우기 시작 한 거지”
배우기도 어렵고, 배운다 해도 금새 지치고 만다는 태평소를 무려 10년 동안 배우고 익히며 태평소의 달인경지에 오르게 된 이주명 단장. 북, 꽹과리, 장구, 징을 앞세워 흥겨운 가락이 고조에 이를 때 태평소 한가락을 멋스럽게 뽑아내면 비로소 무성의 소리에 색깔을 입힌 듯 풍성한 우리 가락의 풍류를 느낀단다. 익히고 배웠으니 필요한 사람들과 나눠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북 장단과 민요, 춤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였고 혼자선 하기 어려워 함께 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단체를 꾸렸다. 우리문화보존회, 노을의 탄생 배경이다.

우리 것도 관객이 재미있어야 좋은 것이여
그렇게 1998년 태평소, 풍물, 무용, 민요 등 우리문화 기능인 15명이 모여 결성된 ‘노을’.
“죄다 나이들이 있으니 서쪽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남은 우리인생도 멋스럽게 살아가자는 의미로 붙였죠.”
그렇게 때깔 나는 이름을 달고 주민자치센터와 노인대학, 장애인학교 등 오라는 곳, 부르는 곳으로 연방 달려가 강습을 펼치고 있는 이주명 단장과 회원들.
“우리가 예전에 알고 있던 민요나 아리랑도 지금 사람들에게 맞도록 조금씩 변형이 되고 있어요. 예전 고어를 현재 우리 노랫말로 바꾸어 부르면 사람들 귀에 더 쏙쏙 들어오거든.”
요즘 세태를 풍자하는 익살스런 노랫말의 퓨전 민요, 어려운 장단 대신 쉽고 재미나게 참여할 수 있는 난타 풍물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 것도 살리고 재미도 실해진 이주명표 수업이 펼쳐진다. 하지만 그가 더욱 공을 들이며 갈고 닦는 무기는 또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유머.
“암만 우리 것이 좋다고 해도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이 좋아라들 하죠. 웃음과 움직임이 있어야 사람들이 재미 속으로 들어올 수 있거든요.”
어려서 들었던 재미난 이야기와 속담, 지금의 노인들을 풍자한 유머러스한 개그 등 그가 따로 모아둔 유머노트엔 수백 가지 웃음보따리들이 둥지를 틀고 앉아있다.
“한번 웃으면 우리 몸의 200개 근육이 움직여요. 100세까지 장수하려면 많이 웃는 게 좋지요. 늙어서도 아름답게 사는 법,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만 아프고 죽는 거는 모든 노인들의 소망일거예요. 그런 작지만 도움 되는 얘기들을 풀어놓으면 웃는 가운데에도 메시지가 있으니까 귀담아 들으시더라고요.”

화려한 수상보다 내 재미가 행복
노래와 풍물과 유머가 함께 어우러져 재미난 난장이 펼쳐지는 수업. 일흔을 눈앞에 둔 그가  광대 탈을 쓰고 알록달록 눈길 사로잡는 옷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이유다.
“아들이 목회일을 보고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내가 하는 일을 예술과 취미 활동으로 적극 밀어주고 인정해주니 고마울 따름이지요.”
우리문화보존회의 이름을 갖고 고루한 전통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과 퓨전, 재미와 유머 등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흐름에 풍자와 해학을 가지고 어울리고 있는 그이. 20년을 신명나게 즐기며 우리 가락과 사람들과 만나온 그의 공로(?)는 6명의 시장이 바뀌는 동안 6번의 시장 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2008년에는 경기도지사 표창장을 받는 등 수상 기록만으로도 강습실 도배벽면이 모자랄 정도.
“상도 좋고 뭐도 좋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좋은 거지, 누가 시켜서 하겠어요? 우리가 가면 얼굴가득 한바가지 웃음으로 맞아 주니 너무 행복한거지. 이 나이에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그리고 사람들과 내가 재미나게 만날 수 있는 우리 가락이 있다는 것이  좋은 거지요. 하하하”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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