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봉래산 둘레길 걷기

산허리 둘러 둘러 풍경 속을 걷다

지역내일 2011-01-07 (수정 2011-01-07 오전 11:18:22)


나무를 깎아 만들어 멋스러운 둘레길 이정표


딱히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다. 비싼 등산화나 기능 빵빵한 등산복을 갖추지 않아도 괜찮다. 별 다른 준비 없이도 부담 없이 걷기 좋은 곳. 바로 영도 ‘봉래산 둘레길’이다.
‘몇박 몇일’로 대박을 터트린 ‘지리산 둘레길’이나 전 국민을 ‘제주 올레길 앓이’에 빠지게 할 만큼 거창하게 이름나지는 않았지만, 그저 한 번 걸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도 훌쩍 오를 수 있는 우리 동네 근처 둘레길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둘레길, 가족들과 함께 걷다

한 해의 마무리는 함께 하자며 삼형제가 뭉치기로 한 날. 그저 먹고 마시다 헤어지기에는 너무 허무하다 싶어 유용한 오락거리를 찾던 중 셋째 형님이 집 근처 봉래산 둘레길을 추천했다. 등산만큼 힘들지도 않고 한 바퀴 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는 말에 바로 고고.
매서운 바람에 목도리를 칭칭 둘러 감고 장갑이 부족해 목장갑을 나눠끼고서 산으로 출발. 형님 아파트가 산 중턱에 위치해있는 관계로 산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어서 바로 나무를 깎아 만든 멋스러운 봉래산 둘레길 표지판을 만날 수가 있었다. 인증샷을 남겨야 한다며 표지판을 둘러싸고 다같이 다정스레 한 컷.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다른 사람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 힘들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라서인지, 나지막한 산허리를 따라 아이들을 앞세우고 어른들은 뒤따라가는 길은 참으로 흥겨웠다.


멀리 오륙도를 볼 수 있는 조망을 자랑한다


쉬엄쉬엄 걸어가는 운치 있는 길

시원스레 뻗은 나무들 사이로 걷다보면 탁 트인 전망이 눈에 들어온다. 가깝게는 해양대학교에서 멀게는 오륙도까지. 푸른 바다를 눈 아래 두고 쉬어가자며 벤치에 앉았다. 늘 그랬듯이 준비성 좋은 셋째형님의 배낭에서는 귤과 커피, 유자차가 나왔다. 따뜻한 차 한 잔에 유유자적 바다를 보고 있노라니 제주도 올레길이 부러울까 싶었다. 물론 아직 가보지 못했다는 자격지심과 내 고향의 둘레길이 더 멋지다는 다소 유치한 애향심이 더해진 감상이긴 하지만.
제법 넓은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너무 추워 더는 둘러 가지 못하겠다며 바로 내려가기로 했다. 가는 중간 마련된 체육 시설에서 다들 멈춰 섰다. 근래에 몸무게 감량에 나름 성공한 남편은 바로 역기에 도전. 얼마나 들었다놨다를 반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옷에 끈적한 나무진이 묻어 ‘나 역기들었다’는 걸 제대로 표나게 보여줬다. 그러게 평소에 안하던 걸 왜 추운 겨울에 굳이 하는 건지 참.
체육공원 근처 길은 ‘임도’라 불리는데 꽤 멋있었다.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 왔더라면 더욱 운치 있을 길. 몹시 추웠고 점심도 먹어야했기야 서둘러 산책을 마쳤지만 무엇보다 맑고 깨끗한 풍경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정겨운 이야기가 있어 더욱 좋은 둘레길


태종대 자갈 마당 조개구이집

점심 식사는 태종대 자갈 마당 조개구이로 의견을 모았다. 얼마 전 롯데의 모 선수와 모 가수가 만나 회포를 풀었던 바로 그 곳. 각종 해산물이 얼마나 먹음직스럽게 장만되어 나오던지 영도에 가면 꼭 먹어주리라 마음먹었던 차에 옳다구나 싶었다.
점심에 벌써 조개를 팔까 싶은 생각에 반신반의 하면서 태종대로 갔는데 세상에, 차량 행렬이 줄지어 자갈마당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특히 방송을 탔던 그 조개구이집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이었다. 방송의 위력이 대단하긴 했다. 단지 몇 분 나왔을 뿐인데 수십 개나 되는 조개구이집은 그야말로 대박. 밀려드는 사람들에 다 먹은 음식을 제대로 치우지도 못할 만큼 정신이 없었다. 조개는 신선해 맛났지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나와서는 자판기 커피가 아닌 비싼 커피로 스스로를 접대(?)했다. 우리가 돌아갈 때는 전보다 더 많은 차들이 자갈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어 그야말로 허걱 놀랜 점심시간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동안 그렇게 한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꽤 운치있는 ‘임도’ 길


부담 없이 멋진 풍경 속을 걷고 싶을 때 봉래산 둘레길

시간을 맞추고 일기예보를 챙겨보고 준비한 다음 떠나야하는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우리 동네 야트막한 산을 찾아 가보자. 요즘은 등산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산허리를 도는 둘레길을 조성해 가는 추세다. 또 굳이 둘레길이라 이름 붙여 놓지 않으면 어떤가. 시간 날 때 언제든 편하게 걷다보면 그 길이 바로 나만의 둘레길일 터.
깃털처럼 가볍게, 하지만 결코 실망하지 않는 멋진 풍경 속을 걷고 싶을 때 영도 봉래산 둘레길을 추천한다. 철마다 다른 매력을 품어내는 산(山)만의 멋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게다.


둘레길에서 바라 본 송도


영도 봉래산 둘레길 info.

봉래산 둘레길 입구는 여러 군데다. 그 중 접근성이 좋은 곳은 목장원을 통해 올라가는 길과 7, 70, 71, 508, 9-1번 버스 종점 근처 원우아파트 위로 올라가는 길이다.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뿜어져 나온다는 편백나무 숲도 들러볼 만하다. 특히 편백나무 열매가 많이 떨어져 있는 봄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열매줍기에 여념없다.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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