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난로 위의 주전자처럼, 모락모락 끊임없이 뿜어내는 이야기, 세상사가 있다. 주전자에서 막 따라낸 듯 뜨거운 차 한 잔에선 세상사도 잠시 쉬어간다. 수다와 쉼표가 공존하는 그곳, 공방에선 지금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아듀2010, 공방에서 만난 세 가지 이야기, 세 가지 색 엽서가 2011년의 소망을 그려낸다.
첫 번째 엽서. 남문의 추억을 담아, 윤슬공방 <한지·순은점토·칠보공예>
“TV드라마 덕분에 덩달아 유명해졌다니까요.” 순우리말인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한지와 칠보가 뿜어내는 은은한 색감과 닮은꼴이라 붙이게 된 이름이 이렇게 덕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공방 쥔장 이은하씨가 그간의 얘기를 들려준다. 또 다른 쥔장 임은택씨와 작업실 용도로 만들었던 공방인지라 구석구석 예쁘게 정리된 맛은 없지만, 그런 자유분방함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공예는 순수미술과는 또 달라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임은택씨는 “은점토나 칠보공예는 작품을 구워냈을 때 굽기 전과는 전혀 다른 색의 그림이 나오는데 바로 이런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은점토에 열을 가하면 수분은 날아가고 99.9%의 순은만 남게 되는데, 말랑말랑한 점토가 목걸이, 반지, 브로치로 탄생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칠보로 만든 나비가 생동감 넘치는 한지스탠드, 칠보노리개 등 경계를 넘나드는 소재의 어우러짐은 윤슬공방에서 맛보는 문화다. 2010년을 보내면서는 수강생들과 함께 천연비누를 만들어보고, 조촐한 케이크 파티도 열 모양이다.
“선생님과 궁합이 잘 맞는 것도 중요해요. 시간에 쫓기는 느낌 없이 맘이 예쁜 선생님들과 함께 하다 보니 오랜 작업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곳과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1년이 됐다는 양은숙씨의 소감에서 공방에서의 소소한 일상이 전해졌다. 2011년 윤슬공방 전시회를 준비 중인 두 쥔장과 함께, 그의 2011년도 아마도 지금처럼 ‘윤슬공방과 함께’가 아닐까.
♡윤슬공방의 소품제안_ 마치 초롱꽃모양 같기도 한 스탠드가 참 앙증맞다. 선물이나 인테리어용으로 가장 무난하게 각광받고 있는 한지라는 소재는 스탠드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초롱꽃스탠드는 합지라는 소재로 만든 것으로 낮에는 화분처럼, 밤에는 나만의 독특한 스탠드가 된다. 특강으로도 배울 수 있어 이참에 한지공예의 맛을 느껴볼 수 있다. (242-0822)
두 번째 엽서. 포근포근 엄마의 마음, 맘스가든 <퀼트·뜨개질 공방>
붉은 페치카, 그 한켠에선 엄마가 포근포근 실로 한 코 한 코 뜨개질을 하고 있다. 맘스(mom’s)가든의 전경이 그렇다.
문을 열자마자 퀼트액자, 퀼트인형, 퀼트 인테리어소품 등 퀼트가 만들어낸 나지막한 카페가 리포터를 맞아준다. 카페 옆 공간은 퀼트와 뜨개질을 할 수 있는 공간 겸 수강생들의 수다방이다. 예전부터 눈에 익혀뒀었던 맘스가든의 문을 두드린 건 두달 전, 새해선물로 남편 조끼를 뜨고 있다는 노광례씨는 “집에서도 할 수 있지만, 공방에 오면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게 많아서 수시로 들락날락 한다”고 했다. 솜씨가 수준급이라 벌써 점퍼 스웨터와 목도리, 모자를 짰다. 가족을 그리는 마음은 퀼트도 마찬가지. 천 위에 천을 대는 방식의 아플리케, 천과 천을 잇는 기법인 조각잇기 등으로 이불을 만들고 예쁜 스커트도 만들어낸다.
“퀼트도 기술이에요. 바늘 잡는 방법부터 매듭법까지 기본적인 것부터 배우고, 몇가지 기술만 익히면 눈썰미나 감각이 없어도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죠.” (사)한국수공예협회 퀼트공예분과 회장이기도 한 ‘맘스가든’의 장미숙씨는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의 수다와 한 땀 한 땀 뜰 때마다 사라지는 잡념이 삶을 건강하게 해준다고 했다. 퀼트재료를 사러 오는 손님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엄마의 다락방을 닮은 정감어린 퀼트카페에서 카페라떼 한잔을 마시며, 그들도 나도 그렇게 2011년을 꿈꾼다. 군데군데 놓인 컨트리돌(퀼트로 만든 옷 갈아입히는 인형)말고도 장미숙씨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만든 퀼트도안들을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맘스가든의 소품제안_ 퀼트 크리스마스트리와 목도리 뜨기가 맘스가든의 크리스마스 기념 아이템이었다면 빨강, 초록 하트리스는 새해소망을 담아 장식할 수 있는 작은 소품이다. 기본적인 바느질에 솜만 채우면 리스완성. 여기에 금색의 리본을 달아주는 센스도 좋다. 맘스가든에서 반제품을 구입해 만들어볼 수도 있는데 이외에 장미숙씨가 도안해서 만든 가방이나 소품들도 친절한 설명서와 함께 패키지제품으로 판매 중이다.(269-8026)
세 번째 엽서. 내가 만들어가는 꿈·소망, 돌하우스월드 <미니어처>
일주일에 한번 어른 대상의 특강이 있는 날, 오늘의 주제는 ‘백수의 하루’다. 양은냄비라면에 김밥, 한물은 간 것 같은 베개, 여기저기 널린 만화책 등 백수의 하루를 담은 장면이 유리액자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미니어처의 맛은 이런 게 아닐까. 점토와 나무, 물감, 종이, 천 등 표현해내고픈 이미지에 어울리는 재료를 선택, 내가 살고 있는, 혹은 소망하는 것들을 만들어낸다. “공방에서는 재료와 도구 설명은 물론 양철통, 빵, 꽃 등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 방법을 알려드리죠.” 경험이 쌓이면 재료표현방법도 더욱 다양해지고, 어렵긴 하지만 미니어처의 관건인 색 배합도 어느 정도 멋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돌하우스월드 김정미씨가 설명해준다. 북일러스트, 책표지, 광고, 영화 등 곳곳에서의 미니어처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효과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돌하우스월드 속 수강생들의 꿈은 무엇일까.
“김정미 선생님의 ‘포장마차’란 작품에 꽂혀서 여기 왔는데, 그런 작품을 만들어보는 거요?(웃음) 공방 운영하면서 작품 판매도 하고 싶어요.”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야무진 꿈을 밝히는 황진혜씨, 김정미씨가 한마디 거든다. “카페가 있는 돌하우스월드 1,2,3호점을 차리는 게 여기 수강생분들 꿈이래요.(웃음)” 충분히 그럴만하다. 꽃집, 이층집, 빵집 등이 하나의 도시를 이루는 미니어처의 세계가 ‘차’라는 테마와 만났다. 작업실이던 공간이 카페로 변신하면서 돌하우스월드는 더욱 더 동화 속 세계가 됐다. 동화처럼 개인용 철판 쟁반에 담겨내어진 커피와 작은 초록화분, 설탕 담긴 작은 주전자...이런 커피는 세상 어디에서도 만난 적 없다. 그들은 그런 커피와 마주하고 앉아, 1월에 있을 전시회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2010년 12월의 끝자락에서 말이다.
♡돌하우스월드의 소품제안_ 미니어처는 아트적인 성격이 강하다 보니 기본기는 익혀둬야 한다. 하지만 돌하우스카페에서 제안하는 ‘커피+케이크세트만들기’나 ‘커피+연필꽂이만들기’는 반제품 상태로, 조금의 설명만으로도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실용적이고 앙증맞은 소품이 선물로서도 괜찮을 듯하다. 좀 더 정성을 들이고 싶다면 카페 한켠에 전시된 반제품도 구입해볼 수 있다.(248-2003)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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