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키운 배추로 김장 담그는 도시농부들, 그 기쁨 비할 데 없네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워볼까. 주말농장에서 가족과 텃밭을 가꿔볼까. 누구나 쉽게 도시 농부를 꿈꾸지만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또 막상 실행에 옮겨도 부지런히 땀을 흘리는 농부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잡초만 무성한 텃밭이 되기 일수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정성껏 농사를 짓다보면 어느새 풍성한 결실이 찾아오게 된다. 이 기쁨은 돈과는 바꿀 수 없는 열심히 땀을 흘린 자가 누릴 수 있는 큰 행복이기도 하다. 일년 내내 땅에서 땀을 흘린 도시 농부들이 한해를 갈무리하는 잔치를 열었다. 덕양구 대자리와 선유동, 도내동과 벽제동, 김포와 강화도 등지의 땅에서 함께 농사를 짓는 ‘풍신난 도시농부들’이다. 그들의 잔치 소식을 전한다.
풍성하고 신바람 나는 도시농부 공동체를 꿈꾼다
풍신난 도시농부들은 2007년 덕양구 대자리에 200평 규모의 밭을 나눠 일구면서 시작됐다. 해마다 조금씩 농사의 규모를 키워 지금은 대자리와 선유동, 도내동과 벽제동, 강화도까지 땅을 넓혀 농사를 짓고 있다. 동네마다 작물을 정해 도내동에서는 마늘 감자 등을 재배하고, 선유동에서는 고구마와 야콘 등을 재배한다. 대자리 농장은 개인 텃밭으로 회원들에게 분양하고 있다. 풍신난 도시농부들은 도시에 자연을 담아내고 도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도시 근교의 자투리 땅, 방치된 땅, 당분간 개발계획이 없는 땅, 농사지을 사람이 없는 땅 등을 활용해 유기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유기물 퇴비를 이용한 친환경 순환농법으로 작물을 키우며, 공동생산하고 공동소비하는 자급자족 소농 도시공동체의 삶을 꿈꾸고 있다. 풍신난 도시농부들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근이씨는 “처음엔 사람들을 만나고 막걸리를 마시는 즐거움으로 농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도시 농부를 꿈꾸는 70여명의 이웃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며 “이웃들과 함께 풍성하고 신바람 나는 도시농부 공동체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인터넷 카페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도시농부는 3천여명에 이르며, 이들은 선배농부 이근이씨와 김재광씨의 도움으로 도시농부의 소박한 꿈을 키워가고 있다.
내가 키운 배추로 김장 담그며 자급자족 실천해
지난 12월 11일 풍신난 도시농부들 대자리 농장에서는 도시 농부들의 한해를 정리하는 갈무리 잔치가 열렸다. 이날 잔치에는 도시농부들이 직접 키운 배추로 담근 김장을 선보이며, 맛있는 김장김치를 선정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번 배추 농사는 기후 변화로 인해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에 상황은 더 심각했다고 한다. 도시농부 이경애씨는 올해 집근처 텃밭을 얻어 배추 모종 250포기를 심었으나 20여 포기만 수확했다고 한다. 나름 텃밭 내공이 있는 이경애씨가 이 정도였다면 다른 도시농부들의 배추작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지만 정성으로 가꾼 배추들은 맛있는 김장김치로 변신해 도시농부들의 가정에 풍성하고 든든한 먹거리로 한 자리를 차지했다. 김장김치에 담긴 도시농부들의 사연도 갖가지다. 이경애씨는 “제법 큰 텃밭에 배추를 많이 심어 여러 이웃들과 나누고 싶었으나 늦여름 기습 폭우로 작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도내동 농장 회원인 이장수씨는 ‘김장소생공동체’로 농장에서 키운 배추로 김장을 했다. “올해는 무엇보다 서울 토박이 아내와 가평 토박이 어머니가 함께 김장을 해서 매우 뜻 깊었다”며 “김장을 통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고부간의 정을 돈독히 한 김치여서 그 맛이 더 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초보 도시농부인 황봉훈씨는 대자리 농장에서 처음으로 주말농사를 시작해 고군분투 끝에 배추 13포기를 수확했다. 소박한 작황이지만 어찌나 귀하고 애틋한 지 아내와 함께 정성으로 김장을 했다고 한다.
갈수록 김장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김치를 먹지 않는 가정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풍신난 도시농부들은 스스로 배추를 기르고 직접 김장을 하며 자급자족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2011년 풍신난 도시농부들은 6500여평의 땅에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먹거리 자급과 노동에 따른 공동분배, 도시에서 농사지으며 공동체로 살아보기를 실천하며 또 다시 땅에서 땀 흘리는 한해를 보낼 예정이다. 도시 속에 귀농해 농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동체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1년 단위 공동체로 모집하는데 한 명당 평균 30평(개인텃밭 10평, 공동텃밭 20평)을 경작해야 한다.
풍신난 도시농부들 인터넷 소통 공간 http://cafe.naver.com/daejari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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