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도, 봉사도 ‘살림’처럼 하면 모두가 화합 되죠
지난 12월 중순, 성남시자원봉사센터가 주최한 2010 자원봉사대회가 열렸다.
이곳에서 단체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성남중원교통질서연합회’. 1등상을 받은 단체인 만큼 특별한 이슈가 있으니 6년째 여성회장이 수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 아침마다 복잡한 도로에 나와 아이들의 등굣길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출근 길 시민들의 교통 체증도 완화시켜 주기를 15년. 자발적인 참여로 모인 회원들이 오늘도 아침 도로를 지켜주기 위해 모인 곳. 단체의 빛나는 연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영선(55·상대원동)회장을 만나보았다.
교통질서연합회, 경찰서 소속의 무보수 명예직
1982년 경찰청 교통국 소속 ‘선진질서추진연합회’로 출발, 2000년 교통질서연합회로 명칭 변경되어 각 경찰서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 녹색어머니회와 모범운전자회 등이 포함된 연합체로 회원 수만 360여명에 이르는 단체의 총괄 대표인 장영선 회장.
지금이야 멋스런 제복에 사무실, 명패를 갖춘 곳의 수장이지만 그이가 처음 지역을 위해 일을 하기 시작한건, 지금은 27살이 된 막내가 3살 무렵부터였다. 상대원1동 새마을 부녀회장으로 지역 봉사를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만 해도 배곯고 힘겹게 사는 아이들이 태반. 청소년 마을 공부방을 만들어 2002년까지 아이들 밥 해먹이며 방과후 지도와 부족한 공부를 봐 주는 봉사를 해왔다. 아침 9시부터 시작, 밤 12시가 돼서야 끝나는 일과였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하나 가지면 어려운 이웃과 나눠야 마음이 편한 타고난 마음 씀씀이 탓(?)이었다. 그렇게 이웃과 나눠쓰고, 돌봐주고, 함께 고락을 나누면서 남이 알아주는 말든 지역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해왔다.
성심으로 일을 하니 공은 더욱 빛났다. 공부방이 성남시 최우수 시범 공부방이 되었고 2000년에는 도지사상까지 받는 등 인정을 받았더랬다. 지역의 일꾼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급기야 중원교통질서연합회의 회장으로 추대가 된 것이 2004년.
“당시만 해도 이런 자리에 여성회장이 오르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임원들이 모여서 만장일치로 저를 추대한거예요.”
봉사로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
중원교통질서연합회의 회장이 되면서 해야 할 일은 더욱 많아졌다. 변변한 예산 지원이 없던 때라 회원들의 입회비로 경비를 운영할 때. “유니폼이며 겨울점퍼, 순찰차 지원 등이 전혀 없던 때였죠. 하다못해 야간 교통 질서 계도시 야광봉도 저희 사비로 구입해 써야 할 정도였죠.”
그이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이곳저곳을 다닌 결과 조금씩 지원을 얻어낼 수 있었다.
지금은 성남시청에서 연합회 운영 경비는 지원 받고 있지만 회원들의 활동은 무보수 명예직. 어려운 지역 민들을 위한 경로잔치나 봉사는 자발적인 회원들의 각출로 이루어진다.
“우리 회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봉사를 열심히 하고 있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새벽밥 먹고 나와 매일아침 1시간씩 교통 봉사하고 한 달에 한 번씩 교통 캠페인과 민방위대 봉사, 성남시청이나 중원구청의 행사시 교통 요원으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뿐만이랴 해마다 지역 차상위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벌여오는 것도 회원들의 단골 봉사. 이때도 각 회원들은 성금을 모아 경비를 모으고 그것으로 어르신들을 극진히 대접해드린다.
“경로잔치가 좋다고 입소문이 나서 해마다 어르신들이 저희 예상보다 많이 오시곤 하시죠. 삼계탕과 떡, 빵과 제과 등 주변에서 물품지원도 해주셔서 저희가 어려움 없이 진행 할 수 있었어요. 모두 고마운 분들이시죠.”
그렇게 연합회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작년엔 봉사부문 도지사 장려상을, 올해는 성남시장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연임도 있다
하지만 400명 가까운 거대한 조직의 여성회장으로서 어려움도 많았을 터.
“남자들도 똑똑한 사람 많은데, 여자 회장은 적합하지 않다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 자리를 탐내는 분들의 억지스런 공격들…수도 없이 많았죠.”
그런데 그이를 감싸주고 믿고 따라와 준 것은 360여명의 회원들. 온갖 모함과 비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그이를 보좌해주며 심지어 6년 동안 연임이 되도록 강력한 지지를 보내주었다.
“원래 회장 임기가 2년인데 임원진들이 저 몰래 투표를 해서 회칙을 바꾸고 계속 저를 회장직에 앉히는 거예요. 저 말고 좋은 분이 오셨으면 좋겠는데 회원들이 놓아주질 않으니 이렇게 장기 집권을 하고 있네요. 웃음”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엄마의 마음으로 다가가니 처음엔 외면하던 사람들도 나중엔 열혈 팬이 되더라는 것. 단체를 이끌며 엄마같이 품어주고 ‘살림’하듯 꾸려간 것이 회원들과 화합을 이룬 작지만 큰 원동력이었다.
회장이 아무리 잘 나고 똑똑해도 회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그이. 집안이 편안해 봉사도 열심히 할 수 있었다며 가족들의 지원과 협조도 늘 고맙다며 공을 다른 이들에게 돌린다.
“내년 임기가 끝나면 다음회장에게 반드시(?) 넘기고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저희 제복 멋지지요? 이 제복에 부끄럽지 않은 더 당당하고 멋진 활동으로 매진하겠습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