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친구 같은 가게
고양시가 2008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인 합법적인 노점상 길벗가게. ‘길 가는 사람들의 친구 같은 가게’라는 의미를 담은 이 말은 길거리에서 물건이나 먹을거리를 사는 일상 속 즐거움과 정감을 담고 있기도 하다.
백화점이나 마트도 좋지만 가끔은 덤도 얻고 가격 흥정도 가능한 재래시장을 닮은 길벗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소소한 행복일 터. 노점상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최초의 기초자치단체로 이미 타 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하고 모범적인 사례로 지정되기도 한 우리 고양시의 길벗 가게 중 몇 군데를 둘러보았다.
신선한 채소를 저렴하고 푸짐하게
채소가게 ‘신(新) 장보고마트’
마두역 5번 출구 올림픽센터 앞에 위치한 B-38호 채소가게 ‘신 장보고마트’. 까맣게 그을린
다부진 체격의 김석태 사장(34)이 어머니, 누나와 같이 꾸려나가는 가게다. 원래 아내도 같이 일을 했는데 얼마 전 예쁜 공주님을 출산하고 또 양육하느라 지금은 집에 있다. 작년 12월에 결혼하고 한참 신혼인 김석태 씨는 마두동에서 떡볶이 포장마차를 운영했던 부인과 전국 노점상 연합회 회원으로 2008년 만나 연애를 했다. 그리고 2009년 2월, 시에서 허가증을 받고 길벗가게를 운영하게 되었고 그해 겨울 결혼식도 올렸다.
채소 이름도 제대로 몰랐던 시절, 김석태씨는 다른 가게에서 두 달간 월급 한 푼 안 받고 일하며 배운 결과 지금은 채소 박사가 되었다. 매일 새벽 4시에서 5시가 되면 서울 가락동 시장까지 가서 직접 물건을 사오는 김씨. 대형마트보다 40% 정도 저렴한 비결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거나 눈이 펑펑 쏟아질 때를 제외하고는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자리를 지키는 김씨. 그러나 가락동에 일요일 경매가 없어 그도 일요일 새벽이면 모처럼 단잠을 즐긴다고. 계절마다 들여오는 채소가 바뀌기는 하지만 가격만은 마트보다 저렴하도록 최대한 맞춘다는 그가 주로 취급하는 채소는 오이, 애호박, 감자, 가지, 고추, 버섯류 등. “올 여름은 참 무더웠었는데 벌써 찬바람 부는 겨울이네요”라고 해맑은 미소를 보이는 그의 얼굴에서 진정한 땀의 가치가 새삼 느껴진다. 동절기에는 채소가 어는 경우가 있어 오후 7시면 문을 닫는다.
위치 : 마두역 5번 출구 올림픽센터 앞 B-38호
영업시간 : 오전 9시~오후 8시(동절기는 오후 7시까지)
예쁘고 편안하게 입어요
옷가게 ‘마두역 민들레’
마두동 뉴코아와 마두역 사이에 위치한 ‘마두역 민들레’. 꽃내음 나는 정감어린 상호와 무척 잘 어울리는 허보경(54) 사장이 웃으며 맞이한다. “8년간 노점을 했어요. 그리고 2년 전부터 B-13호라는 합법적인 내 길벗가게 ‘마두역 민들레’를 운영하고 있지요. 무엇보다도 마음 편하고 떳떳하고 그리고 저요, 사업자 등록증 내서 세금도 꼬박꼬박 내요.” 당당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지난 8년간 겪었을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원래 남대문 시장에서 큰 도매업을 했던 그는 직접 옷도 만들었던 디자이너 출신. 1989년부터 잘 운영해온 가게가 1998년 외환위기 때 문을 닫게 된다. 그 후 노점을 연 그는 특유의 안목으로 원단과 디자인을 직접 까다롭게 골라 천연섬유 면 소재의 원피스와 블라우스 종류를 팔게 되고 덕분에 단골들이 많이 생겨났다. 찬바람 부는 겨울철에는 니트류를 주로 판매한다고. 특이하게 신제품과 구제를 같이 파는 이곳은 신제품이 3-4만원대, 구제품은 주로 1만원부터 1만 5천원이다. 구제라고는 하지만 허보경씨가 워낙에 꼼꼼하게 물건을 고르고 또 틈나는 대로 팝송을 들으며 실밥 뽑는 게 취미라 새 옷 못지않다.
토, 일요일은 휴무일이고 평일에는 비가 많이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항상 가게에 있다는 그이는 늘 즐거운 마음으로 팝을 들으며 장사한다고 한다. 분위기를 아는 멋쟁이 사장, 허보경씨. 사간 옷을 예쁘게 잘 입고 있다는 고객의 인사를 들으면 힘이 난다는 그의 ‘민들레’가 언제까지나 시민들의 친구로 영원하기를 바란다.
위치 : 마두동 뉴코아와 마두역 사이 B-13호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8시 (토, 일요일 휴무)
엄마 마음 가득 담은 곳
스낵코너 ‘맘 떡볶이’
길벗가게 초창기부터 3년째 ‘맘 떡볶이’를 운영해온 최명숙(56)씨. 아이들 다 키워놓고 평소 음식솜씨를 아는 지인들로부터 음식점 하나 내보라는 권유를 종종 받던 중 길벗가게를 오픈하게 됐다. 정발산역 웨스턴돔 건너편에 자리한 B-69호 ‘맘떡볶이’는 그래서 생긴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단골이 꽤 있다. 특히나 TVN ''막돼먹은 영애씨'', MBC ''살맛납니다'' 프로그램에서 촬영장소로 섭외가 되면서 매스컴도 탔다. 현재 시트콤 ''몽땅 내사랑'' 취재 일정도 잡혀있는 상태. ''살맛납니다'' 프로그램에서는 꽤 여러 번 얼굴이 방송을 타 알아보는 이가 많아져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고.
“장사도 장사지만 사람들 대하는 게 재미가 있고 정말 살맛납니다”라고 전하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 최명숙씨. 보통 스낵카에서 플라스틱 덮개를 쓰는 데 반해 그이는 랩으로 된 일회용 덮개를 쓰고 있다. 이유인즉 플라스틱 덮개보다 관리가 용이해서라고. 조금만 지저분해져도 그냥 랩을 뜯어내고 새 랩을 사용하니 청결 면에서 오히려 더 낫다는 것. 손님이 없는 시간에도 늘 분주히 식음료대를 치우는 바지런한 최씨는 명절 당일과 어쩌다 일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늘 ‘맘 떡볶이’를 지키고 있다.
겨울엔 불을 지피는 장사라 따뜻하지만 여름엔 꽤나 덥겠다는 리포터의 말에 그래도 일하는 게 즐겁다며 넉넉한 웃음과 여유를 보여준다. 떡볶이와 각종 튀김 4개, 어묵 4개가 각각 2천원, 핫바와 소시지는 각각 천원에 맛 볼 수 있다.
위치 : 정발산역 웨스턴돔 건너편 B-69호
영업시간 : 오전 12시~오후12시
멋쟁이들이 즐겨 찾는 집
의류 소품점 ‘레깅스가 예쁜 집’
길벗가게가 생기기 전에는 하루에도 짐을 펴고 접기를 수차례 했어야 했다. 그러나 3년 전 길벗가게가 도입된 후부터는 도로점령비로 일 년치를 연초에 내면 아무런 제재 없이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다고 B-33호 남영옥(52) 씨는 길벗가게 예찬론을 펼친다.
일 년치로 납부하는 도로점령비도 큰 액수가 아니어서 길벗가게를 운영하며 정말 만족스럽지만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으니 바로 의류 제품을 다루고 있어 눈비에 취약하다는 것. 하지만 그것 빼고는 편안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하는 남영옥 씨. 좁지만 소중한 공간인 매대에는 전기패널을 깔아 추운 겨울에도 발 시릴 걱정을 덜었다고. 그곳엔 심심풀이 주전부리도 갖추어 놓았고 내비게이션을 갖다놓아 가끔 텔레비전 시청도 하고 또 손님이 뜸할 때면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주로 목도리와 옷, 수세미를 뜬다는 남영옥 씨는 비와 눈이 많이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오전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자리를 지킨다며 멋쟁이 단골들이 멋진 소품들의 진가를 알아보고 많이 찾는다고 귀띔한다.
백석동 김슬기(27) 씨는 “레깅스가 쫀쫀하면서 디자인이 좋고 또 다른 데서 잘 볼 수 없는 힙 워머와 남성용 레깅스도 있어 얼마 전 남성용 레깅스를 남자친구에게도 선물했는데 좋아한다”며 자주 찾는 곳이라고 전한다. 스타킹 재질의 레깅스가 3천원대, 요즘 인기인 니트 레깅스는 1만원대, 가죽기모 레깅스는 1만 5천원대로 구입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수면 양말이 2천원에서 3천원, 워머는 5천원으로 구입 가능하다.
위치 : 장항동 라페스타 초입 B-33호
영업시간 : 오전 12시~오후 11시 (눈, 비 올 때 휴무)
박정은 리포터 mintlady77@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