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기(氣)와 혈(血), 정(精)과 신(神)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와 신은 에너지적인 생명력을 말하며, 정과 혈은 그 생명력이 구현된 형체를 구성하는 물질적인 요소를 일컫는다.
양자물리학에서처럼 물리량을 나누어 나가면 파동만 남듯이 생명현상도 마찬가지이다. 생명체를 나누면 유형체인 음과 무형체인 양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음양도 상호의존적인 관계에서 성립되는 인위적인 나눔일 뿐이다. 오랫동안 임상을 하다보면 인체 또한 색즉시공(色卽是空- 색은 유형체, 공은 무형체)의 법(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음양이 뚜렷해지고 색공이 벌어지면 병이요, 아주 멀어지면 죽는 것이다.
모든 병은 막혀서 온다고도 했다. 무형의 생명력이 유형의 조직체에 잘 출입하면 정상, 출입이 잘 안되면 병, 영 출입을 못할 정도로 막혀서 빠져 나가버리면 죽음이다.
막히는 원인을 찾아보면 다치는 것 말고는 기후, 음식, 기거, 마음(喜怒憂思悲驚恐의 七情)뿐이다. 그래서 같은 병이라 해도 원인을 잘 살펴서 치료를 다르게 해야 한다.
과거에는 열악한 의식주로 인한 병이 많았다. 식사가 부실해서 소화기병과 전염병이 많았고, 더위와 추위에 상해서 오는 것도 많았다. 현대는 의식주의 수준은 높아진 반면에 정신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칠정(七情)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음으로 인한 병이 많다. 기후관계나 음식관계, 과로 등은 병리가 비교적 간단하고 조심하기도 쉽다. 그러나 칠정, 즉 스트레스로 인해서 생기는 병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며 알아도 평소에 원인을 제거하거나 증상을 해소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수천 년 전 한의학의 원전인 황제내경 소문에 나오는 다음의 구절을 마음에 새기면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도 좋은 바이블이 될 수 있겠다.
‘상고 성인들이 아랫사람들을 가르칠 때에 말씀하시길 헛되고 삿된 것, 몸을 해치는 것, 좋지 않은 풍속 등을 항상 피하고 마음을 편안하고 담담하게 해서 잡념을 비우고 없애면 생명력이 온 몸에 꽉 차서 지켜줄 것이니 도대체 병이 어디서 좇아오겠는가? 그렇게 하면 뜻이 한가로워서 욕심이 적을 것이고 마음이 편하면 겁낼 것도 없고 몸을 좀 수고한다 해도 게으름이 안 나며 원기가 따라서 순조로워서 오장육부와 피혈육근골(皮血肉筋骨)도 각기 제 기능을 온전하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 음식이나 다 영양이 되고 자기 맡은 일에 불만이 없으며 그 풍속을 즐기며 높고 낮은 것이 없이 멸시도 부러움도 없으니 그러므로 그 백성을 순박하다고 이른다. 그러므로 마음과 입의 욕망이 눈을 수고롭게 하지 않고 마음이 정돈되어 있어 미추의 껍질에 흔들리지 않으며 어리석은 자나 지혜 있는 자나 어진 자나 갖지 않은 자나 제 정당한 욕심을 내므로 아무 걱정이 없다.’
도움말 : 세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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