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시니어가 사는법

자기능력개발연구소 권오정 소장

지역내일 2010-12-20

이소룡의 눈빛, 제가 닮지 않았나요?

한때 이소룡을 사랑했던 무수한 이들 중 한 사람. 그러나 늘 그렇듯 잊히고 마는 비운의 스타에게서 40년을 한 결 같이 에너지를 받고 있다는 사람. 자기능력개발연구소의 권오정(55·상현동)소장이다.
우연히 그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다양한 관심사와 다소 매치가 어려운 이력에 묘한 인상으로 남았었던 그. 블로그로 맺은 끈만으로 인터뷰를 청하기까지는 6개월의 시간이 걸렸지만 작심 하고 요청전화를 건 순간, 채 1분도 안 돼 호탕하게 수락한다. 역시나 전화 목소리에서도 파워풀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흥미로운 인터뷰의 출발이었다. 

성공보다 행복을 전달해 주는 사람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은 것은 신문사 사무실. 벨벳 슈트에 단정한 헤어스타일, 강렬한 눈빛으로 첫 대면을 하는 순간, 역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전문 강사답게 음성도 에코가 들어가 있나 착각할 만큼 크고 명료하다. 
“사람들에게 없는 능력은 만들어내고, 있는 능력은 더욱 개발해서 업그레이드 하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자신감을 살리고 매사를 열정적으로 살도록 기를 불어 넣어주는 일이죠.” 연구소에서 하는 그의 일에 대한 짤막한 답변이다.
대뜸 “사람들은 왜 일을 하고 노력을 하는가” 라고 묻는 권 소장.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성공이 아니라 행복”이라며 웃음을 보인다. 그가 하는 일을 명확하게 대변해 주는 말인 듯 싶다. 대기업 임직원, CEO, 공무원, 대학생, 비즈니스, 취업 준비생 … 그가 만나며 성공보다 행복의 기운을 전달해 주는 사람들이다. 리더십 업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도 처음엔 섬유공학을 전공한 미술학도였다고. 행복을 찾기 위한 그의 인생 여정을 풀 스토리로 들어보았다.

서울엔 앙드레 김, 부산엔 권오정
영남대 섬유패션학과, 섬유마다 들어간 고유한 문양과 스타일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텍스타일을 전공한 그. 1차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텍스타일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전문화 시킨 인물. 그가 엮은 섬유 디자인 책은 아직까지 여러 대학에서 교재로 쓰일 만큼 섬유산업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장본인이었다.
“당시만 해도 의상은 앙드레 김, 텍스타일 디자인은 권오정으로 통할 만큼 잘나가던 때였죠. 50여개 대학에 세미나, 특강, 워크숍 초대를 받으며 불려 다닐 만큼 주가를 올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섬유 디자인에 대한 특강을 펼치면서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말에 경청하고 반응하는 것에 묘한 희열을 느꼈다는 그. 강의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에너지가 넘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성공의 여세를 몰아 텍스타일 디자인 연구소를 창업, 본격적인 교육 사업에 발을 들여 성공의 발판을 딛으려던 무렵, 갑작스레 IMF가 터진다.
“교육생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어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죠. 지금이야 쉽게 말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 죽을 마음까지 먹었으니까요. 성실하게 살아온 내가, 아무 잘못도 없는 내가 왜 이런 시련을 당해야 하나 억울했죠.”
어떡하든 억울하고 분통한 마음을 쏟아내야 했던 그. 당시의 울분을 생생한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누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라는 제목의 IMF비망록. 당시의 상황, 나라의 위기, 위정자들의 잘못 등 날카로운 비판과 관점으로 쓰여진 이 책이 조금씩 호응을 얻으며 여기저기서 특강이 밀려왔다. 청중 앞에만 서면 오히려 기운을 얻고 에너지가 생겼던 그의 선천적인 강의 본능(?)으로 인해 역시나 많은 호응을 얻게 된다. 그렇게 그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던 위기가 또 한 번의 기회로 찾아온 순간이었다.

문·무·예를 고루 갖춘 2막 인생 살고파
현장성 있는 강의와 내용으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다시금 강의를 주업으로 하는 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든 것이 자기개발연구소. 1999년부터 시작했으니 만 12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를 일으켜 세워 준 소중한 일터다. 40대 초반에 닥친 시련을 이겨내고 강연 전문가로 자리를 잡으니 그의 나이 50을 훌쩍 넘긴 시니어. 하지만 그는 지금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빛나는 황금기라고 말한다.
“55세에서 60세까지는 사람이 자기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하고 정직한 시기라고 봅니다. 어느 정도 인생 경륜과 내공도 쌓였고 또 아직까진 눈에서 빛이 나고 총기도 살아있을 때니까요. 하하하”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해야 할 시기. 그의 2막 인생은 어떤 모습으로 준비되고 있을까.
“저는 문·무·예를 고루 갖춘 사람이 되고자 해요. 공부도 게을리 하지 말고 강건한 체력을 위해 이소룡처럼 쿵푸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또 예술적인 감수성을 위해 시도 쓰고 그림으로 인생을 예찬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사춘기 소녀의 그것과 비슷할 만큼 다양한 곳에 관심을 보이는 그. 아직까지도 세상에 대한 열정으로 눈을 반짝이는 그에게서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 이라는 말이 저절로 수긍이 되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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