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 침입한 나쁜 세균이나 독소를 물리치는 면역세포가 체내 면역시스템의 오작동으로 멀쩡한 정상세포를 공격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 한동안 파장을 일으켰던 행복전도사 최윤희씨의 자살원인도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인 루푸스로 알려졌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들에게 잘 발생하는 특징이 있어 전문가들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여성들의 발병률이 높은 자가면역질환의 종류와 치료·예방법을 알아봤다.
▷류마티스관절염-조기발견 치료해야 관절 파괴·변형 등을 막을 수 있어
주부 조모(인계동·41)씨는 손·발목의 부종과 통증으로 매일 아침 눈 뜨는 것이 괴롭다. 그녀의 병명은 류마티스관절염. 여자의 발병률이 3배 정도 많으며 주로 30~50대에서 흔한 질병이다. 조씨처럼 관절이 붓고 아프며, 특히 아침에 관절이 뻣뻣해 펴지지 않는 증세가 1시간 이상 지속되면 류마티스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오른쪽과 왼쪽이 대칭적으로 같이 아프기도 하고 쉬 피곤하며, 전신적으로 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주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서창희 교수는 “초기 증상이 경미해 무심코 있다 심해져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치료를 해도 충분히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며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기대응이 늦어지면 관절손상을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행 정도에 따라 주변의 뼈를 파괴하고, 동맥경화·골다공증·세균감염 등의 합병증까지 일으킨다.
*치료와 예방 : 현재로서는 류마티스관절염을 완치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환자 스스로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약을 잘 챙겨 먹으면서 염증을 잘 조절하고, 적절한 휴식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염증이 있어도 팔다리 관절을 굽혔다 펴는 운동을 계속해 관절이 굳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염증이 호전되면 걷기·수영·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병행해 근육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서교수는 조언했다. 류마티스관절염에는 채식위주의 식사와 비타민C·D, 청어·고등어·연어 등의 어류에 풍부한 오메가3지방산의 섭취가 도움이 된다. 골다공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충분한 칼슘의 섭취도 권장된다.
▷루푸스-극심한 통증 유발, 합병증 없는 상태는 일상생활 영위 가능
최윤희씨가 ‘700가지 고통에 시달렸다’고 유서에 남겼듯이 루푸스는 자가면역질환 중에서도 가장 심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루푸스’ 는 라틴어로 늑대라는 뜻으로 환자의 피부가 늑대에 물린 모양처럼 붉게 된다는 말에서 유래됐다. 루푸스의 90%이상은 여성이고 15~44세 사이에 첫 증상을 보인다는 서교수는 “흔한 증상으로는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피부에 홍반(붉은 반점), 구강궤양, 관절염 등이 생기며, 심한 경우 뇌·폐·심장·콩팥과 같은 주요 장기에 염증을 일으킨다. 일부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병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치료와 예방: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특정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에서나, 감염·자외선·과도한 스트레스·약물·호르몬 등의 환경적 요인으로 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과로나 스트레스를 피하고 가능한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에 다양한 임상증상이 나타난다. 치료는 염증을 감소시키고 정상적인 신체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일반적으로 루푸스로 진단 받아도 합병증이 없는 상태에서는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다. 하지만 합병증에 대비한 균형 잡힌 식생활이나 건강관리가 요구된다. 신장질환이 있을 때 저염 식사가 필요하며, 루푸스 환자의 50% 정도에서 발생하는 빈혈방지를 위해 철분과 기타 조혈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영양소도 보충해야 한다. 평소 비만이거나 약물로 인해 체중이 증가했을 때 합병증 예방을 위한 체중조절은 필수적이다.
▷베체트병-혈관이 있는 곳 어디서나 증상 나타나
누구나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입안이 헐거나 입술이 부르튼 경험이 있을 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한 달에 한 번씩 염증이 생긴다면 베체트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주로 혈관에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입안뿐만 아니라 시간이 경과하면서 신체 어느 부위에나 증상이 진행된다. 구강·성기·눈 점막에 염증과 궤양이 반복되고, 피부 발진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에는 관절·심장혈관·위장·신경계 등에까지 이상을 초래해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베체트병은 주로 20~30대에, 우리나라에서는 여자에게 더 많이 발병한다.
*치료와 예방 : 개인의 증상을 조절하여 눈이나 중추신경계 등에 심한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기 진단으로 치료와 질병관리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 베체트는 긴장,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악화된다. 조금만 피로해도 입안이 자주 허는 등의 증세가 있는 사람은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긴장을 줄이며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쇼그렌증후군-눈물샘과 침샘에 생긴 염증으로 눈과 입이 건조해져
1년 전부터 눈이 가렵고 뻑뻑하고, 따끔따끔했던 이모씨(천천동·46). 나이 탓이라고 안약만 넣었는데 알고 보니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침샘이나 눈물샘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중년 여성에게 잘 생기는 쇼그렌증후군의 대표적 증세’라는 서교수는 입이 마르거나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뻑뻑한 증상이 있으면 의심해 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질환 없이 안구·구강·피부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1차성 쇼그렌증후군과 류마티스관절염·루푸스 등 전신질환이 동반되는 2차성으로 나뉜다.
*치료와 예방 :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으나 진단을 빨리하고 치료하여 치주질환, 안구손상 등과 같은 합병증을 막는 것이다. 일차성인 경우에는 눈에 인공눈물을 정기적으로 넣고, 식사 때나 평상시에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이차성일 때는 그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서 보존적인 치료를 병행한다. 겨울철과 같이 실내건조가 심한 환경에서는 가습기를 이용하여 적정한 습도를 유지하고,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는 담배 연기 등도 피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 등으로 치아 관리를 해야 한다.
도움말 아주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서창희 교수/ 대한류마티스학회
사진 제공 대한류마티스학회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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