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 학교에서 선호 학교로 - 부산남고등학교

역량을 키워가는 교육이 우리 학교의 경쟁력

변방에서 4년 만에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주목하는 학교로 거듭나

지역내일 2010-12-17 (수정 2010-12-17 오전 9:22:52)

푸른 바다 넘실거리는 영도. 탁 트인 조망과 천혜의 자연 환경으로 사랑받는 곳이지만 안타깝게도 인문계 고등학교는 인기가 없었다. 특히 남고등학교는 뒤처지는 학력에 학생도 교사도 의욕을 잃은 채 전교 10위 안에 들어도 부산대 합격이 최고 성과일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부실한 결과는 딱 2007년 전까지의 과거지사가 됐고 이제는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주목하는 학교로 인정받을 만큼 학생들이 선호 학교로 탈바꿈했다.


남고학생들과 박경옥 교장


공모 교장과 공모 교사가 학교 변화의 기틀 마련

2007년 개방형 자율학교로 지정된 남고는 공모를 통해 교장과 교사를 채용했다.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교사들은 허약한 학교 체질을 확 바꾸고자 새로운 시도를 모색했다.
교육과정부장 백영선 교사는“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나부터 돌아봤다. 인문계고교의 기본은 잘 가르치고 잘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콘셉트를 ‘기본에 충실한 학교’로 정하고 비전은‘미래를 여는 교육’으로 잡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제대로 가르치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믿음 아래 교사들은 말 그대로 수업에 충실했던 것.
“암기적 지식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이다. 어떤 문제에 직면해도 해결 능력을 갖추게 만드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고 봤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진짜 필요한 교육은 핵심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라는 확신 아래 문제풀이식 교육 대신 스스로 탐구하고 기획하는 힘을 축적하는 데 주력했다”며 요즘 대두되고 있는 자기주도학습을 4년 전부터 실천했더니 자연스레 학력이 신장됐다고 밝혔다.


과제연구 발표 대회


역량을 키우는 교육으로 학생의 경쟁력 길러

학생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기획·탐구 하는 힘을 기르는 데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대학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됐다. 그래서 학교측은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 학교라기보다는 입학사정관제 실시가 반가운 학교라는 표현이 맞다고 말한다.
백 교사는 이어“대학에 간 학생들을 모니터해본 결과 스스로 기획하고 탐구하는 수업이 대학 생활과도 잘 맞아떨어져 도움이 많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역시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역량을 기르기 위한 남고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은 ‘Art Science 탐구대회’와 ‘과제 연구’다.
‘Art Science 탐구대회’는 일상에서 바라보는 자연과 공존하는 조형물의 아름다움 이면에 숨은 과학 원리를 찾아 작품을 만들고,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자율적인 기획능력을 기르게 되고 이러한 활동은 수업으로 이어진다.
‘과제 연구’는 2학년에서 주당 2시간씩 정규교과로 운영된다. 관심 주제를 정하고 개인별, 팀별로 자료탐색이 이루어진 후 주제가 정해지면 스스로 정한 절차에 따라 정보수집과 탐구 실험 활동이 전개된다. 보고서가 완성되면 학급 내 발표를 통해 나온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우수 보고서로 선정되면 과제연구 보고서 발표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가 시작부터 쉬웠던 건 아니었다. 처음 접하는 자율적인 교육에 학생들은 힘들어했고 부모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기주도적인 학습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2009년 학교평가 고등학교 부문 최우수학교로 선정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통해 진가를 드러냈다.


연간 1회 학교에서 열리는 부자캠프

배움과 돌봄에 충실한 학교 문화로 모범 사례가 되다


이러한 부산남고의 노력은 2007년 이후 250여개의 기관과 학교 방문에서 모범 사례로 널리 알려졌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당시 제1차관)을 비롯해 전국대학진학협의회 대표단, 포항공대 총장 및 입학사정관, 유니스트 입학사정관, 서울대와 부산대 입학관리본부장 등의 방문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남고를 ‘서울대의 입학사정관 전형에 가장 적합한 학교’라고 치켜세웠다. 그리고 서울대 등 명문대에 30명 이상이 합격하는 쾌거도 이뤄냈다.
남고는 4년 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학교에서 이제 누구나 부러워하는 명문으로 힘찬 날개짓을 하고 있다. 이 모든 성과를 교장은 교사에게 교사는 학생에게 다시 학생은 교사에게 공을 돌렸다. 한 쪽의 열정만으로는 이런 결실을 맺지 못한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 제대로 된 하모니를 냈기에 가능한 성과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격려하며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라 남고의 비상은 더욱 값져 보인다.




미니 인터뷰
부산남고등학교 2학년 이상규 학생


이상규 학생


“선생님들의 학생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어요.”
아트사이언스 탐구 대회는 설계부터 시작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2학년 때 이루어지는 과제 연구 역시 스스로 탐구하는 활동이다. 처음에는 자율적으로 탐구하고 기획하는 일이 습관이 안 되어 있어 힘들었지만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한다고.
우수학생에게 주어지는 아이비리그 탐방 기회와 일본 여행도 매력적이란다. 또한 학교에서 학습 플래너나 오답노트, 모의고사 기출문제지를 직접 편집해서 지원하는 등 물질적으로도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고 했다.
“입시 위주 공부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제를 탐구하는 활동이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이런 여건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동기부여가 돼요. 가장 좋은 건 선생님들이 절대 저희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퇴근도 미루면서까지 개별 상담도 많이 해주시고요”라며 교사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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