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키’는 단연 관심사다. 또래들에 비해 키가 작을 때 부모들의 고민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키가 큰 아이들이 ‘성장’할 때 키 작은 아이 부모들은 내 아이가 ‘발육’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따르게 된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녀의 성장을 돕는 한방 치료책을 알아보았다.
키 크려면 원인 파악 후, 음식습관부터 살펴야
아이의 키가 좀처럼 크지 않을 때는 그 원인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부모 두 사람이 모두, 혹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키가 작을 때 아이는 키가 작을 확률이 높다. 특히 남자 아이는 어머니 키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임산부가 너무 어리거나 고령일 때, 임신 중 영양불량이나 흡연, 혹은 음주 시에도 아이의 키는 작아질 수 있다. 그런가하면, 아이가 영양이 부족하고 장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가 있다. 밥을 잘 먹지 않고 장염이 잦아 설사와 복통을 자주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런 아이들도 성장에 지장이 올 수 있다. 주로 밥보다 치킨,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된 단 음식을 좋아하게 되면 장기능에 이상이 오고, 영양 섭취가 불균형하므로 성장에 저해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자녀의 성장을 돕기 위해 어떤 해결책을 주어야 할까. 줄넘기같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시하게 하고, 저녁 11시 이전에 숙면을 취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요, 감기에 안 걸리게 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5대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게 하여 적당한 음식과 장내 영양분 흡수를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겠다. 그 중에도 단백질은 성장에 도움이 되고, 장기능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매우 중요하다. 육류나 콩, 생선을 고루 섭취하게 하되, 한꺼번에 먹는 것보다 적은 양을 주기적으로 먹게 한다. 육류를 섭취하더라도 소갈비찜이나 닭백숙, 수육 등 쪄먹는 요리가 좋다. 지방을 제거하고 성장을 돕는 선조들의 지혜가 숨 쉬는 조리법이다. 반면, 삼겹살 등의 과다한 동물성 지방이나 튀김류나 치킨 등의 튀긴 음식은 좋지 않고 밀가루 음식은 장내 흡수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정제된 설탕과 설탕 대체물질을 사용한 단 음식과 인스턴트는 당연히 몸에 좋지 않다. 이 음식들이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성조숙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성장에 치명적인 성조숙증, 초기에 잡아야
성조숙증은 사춘기가 빨리 찾아오는 이른바 ‘사춘기 조발증’이다. 여아가 남아보다 3배 정도 많은데, 남아는 원인을 약 60%정도 찾을 수 있지만 여아는 특별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안타깝다. 밝혀진 바로는 비정상적인 체내지방이 축적되거나 환경호르몬의 영향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 관련 호르몬은 성장호르몬,갑상선호르몬,성호르몬,췌장생산성 인슐린,부신피질 호르몬 등이다. 특히 여아는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비만이 되면 과도한 체지방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합성을 촉진시키게 된다. 결과적으로 성장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서 초경이 빨리 온다. 이처럼 지방이 축적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지방을 분해하는 데에 쓰여야 할 성장 호르몬이 지방 대사에 주로 관여하게 되므로, 성장에 지체가 오게 된다. 흔히들 초경이 오면 성장하기 어렵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가 말랐더라도 초경이 빨리 온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이 경우에는 장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른 아이 중에는 잘 먹더라도 영양이 불균형하거나 소화기능에 문제가 있는 아동도 있는데, 이 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장기능 상의 문제다. 다크서클도 자주 생긴다는 특징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흡수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성장치료에 도움되는 발효한약, 한국인에게 잘 맞아
그렇다고 해서 단백질을 안 먹일 수도 없는 노릇.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은 단백질 분해요소가 부족하다고 알려져있다. 특히 그 옛날 보릿고개 넘던 한국인은 가정형편이 어렵다보니 고기보다 곡식과 채소류의 식사를 주로 했을 것이며, 이런 형질이 대대로 전해오면서 유전자로 이어졌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장흡수와 음식물 분해를 돕기 위해 한방 약재를 발효시켜 사용한 것도 한국인에게 맞춘 치료법이다. 신곡,맥아,강반하 등의 소화를 돕는 한약재는 소화를 돕는 작용이 탁월하기로 유명하다. 이같은 한약재에다 최근에는 한약 자체를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납두균(청국장균),효모균,광합성균,황국균,홍국균 등의 유익한 균으로 발효시키는 발효한약의 단계까지 진화했다. 흔히 건강을 위해서는 김치같은 발효식품을 권장하는데, 연탄가스 중독도 동치미 국물로 해결했을 만큼 발효음식의 해독과 재생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우유가 발효해 치즈가 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한약도 마찬가지. 한약의 효과를 제대로 보게 하려면 장내흡수가 중요한데, 한약을 복용해도 흡수가 안 되면 소화에 문제가 생기거나 대변으로 배설되어 버린다. 일반적인 한약의 경우,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흡수를 돕는 한약재를 첨가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발효한약은 발효균으로 장내 흡수력을 월등히 높였다. 고분자로 이루어진 한약재를 발효균을 통해 저분자로 분해시키면서 장내에 흡수되는 효과를 높였기 때문이다. 저온에서 발효되므로 한약재 유효성분이 열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다는 장점까지 갖추었다. 발효한약은 유산균의 영향으로 약간 신 맛이 나고, 초정광천수처럼 톡 쏘는 탄산 맛이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방 성장치료는 지나치게 비만이거나 반면에 수척한 아이, 감기에 잘 걸리는 아이 혹은 장기능이 좋지 않아 영양 흡수에 문제가 있는 아이에게 적절하다. 특히 여아는 가슴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인 초등3학년 무렵에 문제점을 조기 발견하고, 발효한약을 써 주면 성장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초등5학년 정도로 초경이 빨라지면 성조숙증이 있는지 재빨리 파악하고 식생활부터 바꿔주는 것도 중요하다. 생리가 시작되면 성장판이 2년 안에 닫혀 성장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기 때문이다. 부모가 늦게 크기 시작했다 해서 아이도 나중에 크겠지라며 넘겨짚는 건 오산이다. 지난 세대와 현재 세대는 식생활과 성장 속도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남녀아 구분없이, 1년에 4cm이하로 자라거나 또래보다 평균키가 작을 때, 잘 자라다 갑자기 성장이 느려질 때는 성조숙증을 염두에 두고 한방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
도움말 영통 삼성한의원 안재선 원장
권일지 리포터 gen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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