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 잘하는 기준이 뭡니까?

지역내일 2010-12-15
많은 이들이 저를 보고 대한민국에서 제일 말을 잘하는(?) 화술박사라 부릅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화술에 관한 책을 30여권 쓴 사람이 없고 박사학위 논문도 화술에 관한 스피치스타일을 이론적으로 정립했으며 주요 기관에 무수히 출강하고 있으니 당연한 호칭이기도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저는 말 잘하고 싶은 이들에게 가장 쉽게 코칭하는 스피치컨설턴트라고 불리고 싶습니다. 아무튼 요즘 트렌드 중 하나가 화술이다 보니 너나 나나 말 잘하고 싶은 것이 첫 번째 희망사항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말을 잘하는 것의 기준이 무엇입니까?
어떤 이는 다양한 상식을 가지고 논리적인 표현을 잘해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재미있게 사람을 웃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 말수는 적지만 조리 있게 할 말을 하는 사람 등 말을 잘한다고 느끼는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특히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은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필자는 화술을 연구하고 화술을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상황에 맞는 말을 필요한 것만큼만 하는 것입니다. 논리적인 말이 아니라 정서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말이어야 된다는 뜻이지요. 말이 많지 않아도 그 사람이 하려는 말의 의도를 상대방이 이해하고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안다면 의사소통에는 별 문제가 없겠지요. 말을 잘하는 건 단순히 학식이 많아서 풍부하게 자신을 잘 표현해내는 것도 있겠지만 상대방과 진심으로 마음을 소통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열려 있으면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될 테고 자신만의 말만을 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겠지요. 도대체 어느 자리에서건 말 많은 사람치고 환영받는 꼴 못 보았으니 ‘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말이란 모름지기 말다워야 말이라 하더이다. 말이 가장 싫어하는 놈은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놈이고, 그보다 더 미운 놈은 말 사이 끼어드는 놈이며, 그 보다 더 미운 놈은 말머리 돌리는 놈입니다. 그리고 가장 미운 놈은 말을 더듬다가 말을 바꿔 타는 놈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말은 상대적인 것이며 상대와 나에게 필요한 만큼만 할 수 있는 절제력과 판단력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그 사람의 인격의 척도이며 인품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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