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펙 없어도 대학이 원하는 글로벌 인재
소신 있고 일관된 준비로 글로벌 리더 자질 검증받아 연대 국제학부 최종합격
수능이 끝나고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입시전략을 세우기에 바쁜 시기다. 하지만 일찌감치 대학합격증을 받아놓는 학생이 있다. 바로 숭신여고 3학년에 재학중인 김하진 학생. 김 양은 연세대학교 국제학부에 수시전형에 응시해 최종합격했다. 숭신여고(교장 최금순)을 찾아 김 양의 합격스토리를 들어보았다.
겸손하면서 당당한 그래서 깊은 신뢰감 주는 학생
“하진이는 숨은 진주라고 할까요? 솔직히 이른바 스펙이라 말하는 것만을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연대국제학부에 합격가능성은 낮은 편이었어요. 평소 이 학생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눈여겨 봐왔던 터라 최대한 그 잠재력을 어필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입시에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어요.”
김 양의 담임을 맡고 있는 이덕순 교사의 말. 이 교사의 말을 들으면 과연 김 양의 숨은 잠재력이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김 양이 지원한 수시전형은 수능성적과 관계없이 내신과 비교과를 포함한 서류와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
“글쎄요.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같은 전형에 지원한 다른 학생들에 비해 여러 면에서 화려한 스펙을 갖추지 못했어요. 솔직히 연세대학교에서 저를 선발한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지나치게 겸손해 하는 김 양이다. 하지만 김 양과 몇 마디만 나눠 봐도 열려있는 인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겸손하면서도 당당함에서 오는 신뢰감 같은 것 바로 그것이 김 양의 큰 잠재력인 것이다.
공부보단 음악 쪽이라 생각, 첼로는 오랜 친구 같은 존재
3학년 때는 줄곧 1등급을 유지했지만 김 양의 내신은 평균 1.8등급으로 경쟁자들에 비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2학년때 내신은 2.5등급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국제학부 학생들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토플이나 텝스 성적이 내신을 만화할 만한 수준도 결코 아니다.
“iBT토플 시험은 안 봤어요. 그래서 저는 성적이 없죠. 수능을 준비하면서 텝스를 봤는데 870점 정도 받았어요. 이 성적은 국제학부에서는 절대 높은 성적이 아니에요. 토플 115점 이상에 텝스 900점대 후반인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여기에 명함도 내밀기 힘든 성적이죠. 하하.”
스스로 ''공부할 스타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김 양.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앞 뒤 재지 않고 빠져드는 성격이라는 김 양은 과거에 예중을 지원했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첼로를 좋아했고 꾸준히 연주해 왔다. 공부에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위안이 되어 준 것도 바로 첼로였다. 첼로뿐만 아니라 피아노, 드럼 작곡까지 김 양에게 음악은 마냥 즐거운 일이다.
학생회장 시절 학교 오케스트라 창단해 연주 봉사 나서
김 양의 악기연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급기야 숭신여고에 그 전에는 없었던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만들었다. 2학년 때 학생회장을 맡으면서 김 양은 악기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오케스트라를 만들었고, 정기적으로 재활원이나 지역에 있는 병원을 찾아다니며 환우들을 위한 연주회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처음에 학교에서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연주단이에요. 음악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정말 행복했어요.”
덕분에(?) 김 양의 성적은 많이 떨어졌다. 내신 성적이 2.5등급까지 밀려나게 됐으니 말이다. 선생님들의 염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이야 입학사정관 전형이나 다양한 수시전형이 있어 이런 활동들이 의미가 있지만 그 땐 지금처럼 다양한 전형이 없었어요. 때문에 하고 싶은 것들을 뒤로 미루고 우선은 공부를 하는 것이 정답이었죠. 생각해보면 제가 참 용감했던 것 같아요.”
인도로 떠난 봉사활동 오히려 얻은 것 더 많아
김 양의 무모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남들은 다 공부에 매진한다는 2학년 때 인도로 봉사활동을 떠난 것이다. 18세 소녀가 에이즈가 창궐하는 인도로 봉사활동은 떠난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목회자인 아버지 덕분에 선교활동이나 봉사활동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목회자여서 다른 학생들보다 많은 것을 보고 듣게 되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참여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인도의 빈민가 지역에 가서 페인트칠하고 벽화 그리는 일을 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제 스타일대로 이것 저것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간다고 했죠. 미술공부하는 친구들과 함께 그냥 출발한 거에요.”
김 양은 그림을 그리는 일과 영어로 통역하는 일, 그 곳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영어특강 같은 일들을 수행했다.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린 순간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도와주러 갔지만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온 것 같아요. 사랑은 나누면 적어지는 반이 아니라 두 배가 된다는 것도 그 때 절하게 깨달았어요.”
너무나 떨렸던 입시 면접, 당당하고 차분하게 임해
‘폭력에 대한 합리화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영어로 된 관련지문을 읽고 독해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영어로 답해야 했다. 김 양이 치뤘던 구술면접 내용이다. 김 양은 이 순간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가장 떨리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를 들어 전쟁으로 인해 평화를 누리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폭력이 합리화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들어 설명했어요. 예측하지 못했던 주제가 나와 처음엔 무척 당황했지만 생각을 가다듬고 소신 있게 잘 말한 것 같아요.”
사교육의 손을 거치기 않은 거친 자기소개서도 김 양만이 가진 매력 포인트였다. 학교 측의 도움을 받으며 혼자 작성했고 가족회의를 통해 첨삭이 이루어졌다. 선생님 조언과 가족들의 의견과 지적을 받아들여 거칠지만 진솔한 자기소개서가 완성된 것이다.
“전문가에게 첨삭을 받아볼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웬지 획일적인 글이 나올 것 같아 그만두었어요. 어떤 내용을 넣을지는 학교 선생님의 조언만으로도 충분했어요. 선생님은 내가 모르는 장점과 가능성까지도 찾아주시는 저를 가장 잘 아는 분이니까요.”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