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출근하는 기분, 콧노래로 답할께요
남들은 인생의 후반기 취미 생활과 여가를 즐길 나이에 다시금 출근 기록부에 도장을 찍는 이가 있다.
전직 은행지점장 출신으로 32년간 근무하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그것도 10년 만에 재취업에 성공한 최경식(67·용인 마북동)씨다.
한때 잘나가던 은행지점장으로 승승장구하던 그. 미국 뉴욕지점장으로 발령, 화려한 비상의 시절도 보내왔다. 하지만 퇴직 이후엔 그도 어쩔 수 없는 삼식이(하루 세 번 집에서 밥 먹는) 생활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인생2막에 다시금 출근 버스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삶이 주는 우연마저 진정성 있게 살아낸 이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일이었다.
아내 따라 강남간다, 사회복지학 공부
그가 다시 출근하고 있는 곳은 제도권 금융회사 이용이 곤란한 금융소외 계층에게 창업·운영자금 등 자활자금을 무담보·무보증으로 소액대출(Micro Credit)해 주는 ‘미소금융’.
각 지점 마다 여러 소외계층들의 자활의지에 맞는 특성화된 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그는 ''SK미소금융'' 송파지점에서 용달사업자 금융 지원을 맡고 있다.
얼핏 보면 은퇴 전 하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가 느끼는 직업 만족도는 180도 다르다. 사연을 들어보면 이렇다.
“퇴직하고 아내일 도와주는 평범한 백수로 지냈습니다. 성당을 열심히 다니는 아내가 봉사도 할 겸 소일도 할 겸 요양보호사로 환우들과 만나고 있는데 어느날 저도 우연치 않게 따라갔어요. 그곳에서 아내가 와상노인들을 케어 하는데 여성의 몸으론 힘에 부쳐 보이더라고요.”
아내 사랑이 남다른 그는 요양보호사를 취득해 아내를 돕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집 근처 대학 평생교육원 요양보호사 교육원에 등록을 하러 방문, 수강생 전원이 여성인 것에 기함을 하고 만다.
“남자는 나 혼자뿐이야,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남자도 할 수 있는 비슷한 과목이 뭘까 생각하다가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된 거에요.”
뒤늦게 시작한 공부, 최우상으로 수료
그렇게 강남대 평생교육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1년 과정을 거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그것도 가장 최고령에 성적 최우수상 수료라는 기록(?)을 남길 만큼 열심히 공부했던 그.
평생교육을 열심히 실천하며 ‘노인건강관리사’ 공부도 병행해 2개의 자격증을 취득 하기에 이른다.
“공부를 하면서 이제 남은 생은 봉사를 하면서 살면 되겠구나 싶어 여기저기에 문을 두드렸어요. 때마침 미소금융에서 연락이 왔고 그렇게 생각지 않게 봉급이 나오는 회사에 취직이 된 거지요.”
비록 퇴직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겸손한(?) 봉급에 직원 수라야 그를 포함해 달랑3명이 전부인 곳이지만 삶의 희망을 놓지 않도록 지원하고 연계해주는 이 일이 그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사명이다.
“어려운 이웃들의 딱한 사정도 들어보고 또 그들에게 자활을 도울 수 있는 금융지원 상담도 하면서 비록 제 돈을 아니지만 다리역할이 돼서 이분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달아드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할 때는 어떤 곳에서든 자신의 조그만 노력이 보탬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최씨. 매일매일 미소금융의 미소 뒤에 웅크리고 있는 서민들의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어 보람 충만이다.
아내와 노후를 건강하고 즐겁게 살렵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미인이란 소리를 듣는다는 아내와 만나게 된 사연도 서슴없이 들려주는 그. 들어보니 당시로선 흔치 않은 로맨틱한 스토리가 담겨있다. 사실 그는 아내와 대학 때 캠퍼스 커플로 만났다. 4학년, ROCT 임관할 때 1학년 신입생이었던 아내가 꽃을 달아주며 인연을 맺고 사랑을 꽃피웠다.
낭만적인 러브스토리의 핵심은 아내를 얻기 위해 안다니던 성당에도 열심히 다녀 세례도 받고 그렇게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된 지점.
경상도 토박이 유교집안의 아들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사랑에 눈이 먼(?) 젊은 청년에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미인을 아내로 맞이한 최씨. 지금도 아내 사랑은 변함없이 팔불출에 가깝다.
“우리 아내와 3살 차이밖에 안 나지만 밖에 나가면 부부사이로 보지 않을 만큼 아내가 젊어 보여요.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서인가 봐요. 그런 아내와 자식들 출가시킨 지금, 앞으로 남은 생을 봉사하며 살고 싶어요.” 미소금융의 계약이 끝나는 2년 뒤에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사회복지기관에서 봉사를 좀더 하며 살고 싶다는 그.
“고맙게도 다시금 일을 할 수 있는 일터가 생겼고 하늘이 건강을 계속 허락해 주신다면 남은 열정을 쏟으며 보람 있고 윤택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이모작 인생을 열심히 개척해 보렵니다. 하하하.”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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