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공신을 찾아서

류수진 (양영중 3학년)

지역내일 2010-11-30

민사고 스펙이라고 꼭 민사고 가야 하나요?
중학교 3학년 까지는 공부를 잘하기 위한 준비기간, 이제부터 시작이라 생각 

특목고에 대한 애정이 어느 지역보다 강한 분당. 때문에 각 중학교마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분당에 있는 일반고가 아닌 자사고나 특목고를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올해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지역에 남는 최상위권이 많아 진 것. 류수진 양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양영중 전교 1등인 류 양은 민사고 대신 분당의 일반고를 선택했다.
“주변에서 당연히 민사고에 진학하는 줄 알아요. 사실 그동안 민사고를 준비해 온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막판에 진로를 바꿨어요. 여러 가지 고려해 본 결과 제가 진학하고 싶은 대학에 가려면 이 길이 더 맞다 싶었거든요.” 

민사고 스펙 갖췄지만 소신 있게 일반고 선택 
류 양은 16세 소녀답지 않게 무척이나 당차고 야무지다. 민사고에 가려고 한 것도 포기한 것도 스스로의 결정이었으니 말이다.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인 류 양. 진학하고 싶은 대학은 서울대 의대로 정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단계가 고교의 선택이었다고 류 양은 말한다.
“목표는 고등학교가 아니라 대학이잖아요. 원하는 대학에 가장 잘 갈 수 있는 길을 늘 고민해 왔어요. 당연히 입시정책의 변화에 민감했죠. 스스로 전략만 있다면 공부는 어디서든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제 결론이에요.”
중학교 3학년인 류 양의 스펙도 화려하다. iBT토플 110점, 텝스 890점, 민사고 수학경시대회 상위권 수상, 국어능력인증시험 3등급 등 그야말로 민사고 진학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두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도전해 얻어 낸 결과다.
“어려서부터 무엇이든 도전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어요. 도전은 성적 같은 결과보다 준비하는 과정에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입시를 위해 쓰지 않았으니 불필요한 것들이 되었지만 그 시험들을 준비하면서 얻은 성취감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어요.”

예습복습 안하는 대신 수업시간에 모든 것 소화하려 노력
류 양의 학교 성적은 보통 평균 98점선으로 전교 1등이다. 이 정도 성적을 유지하려면 숨 쉴 틈 없이 책과 씨름하겠다 싶지만 류 양에게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다를 좋아하고 TV와 인터넷도 끼고 산단다. 그래서인지 위트와 여유가 넘치는 류 양이다. 우등생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예습과 복습을 류 양은 해본 적이 없다. 시험 준비도 보통 2주전부터 시작한다고.
“예습이나 복습을 안 하는 대신 수업시간에 완전히 집중해요.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될 수 있으면 그 시간 안에 다 소화하는 편이죠. 너무 뻔한 말 같지만 시험에 나오는 것은 선생님말씀과 교과서에 다 있거든요. 그래서 제 책은 선생님 말씀을 적은 글씨가 빼곡해요. 수업 중 메모를 철저히 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선생님께 들은 내용이나 교과 개념을 토대로 생활 속 상황과 연결시켜 보는 것도 류 양의 습관이다. 예를 들면 과학 시간에 달에 대해서 배우면 밤에 달을 쳐다보고 궁금한 것은 책이나 인터넷 등을 이용해 바로 바로 해결해 나가는 것.

과학은 원리이해, 사회는 흐름이해 과목별 특성 살려 공부
“모든 과목에 대해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써요. 늦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 방법이 가장 빠른 것 같아요. 개념이나 원리가 약한 상태에서 문제만 많이 풀다보면 점점 핵심에서 멀어지고 유추하는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류 양에게 과목별로 공부 비법이 있는지 물었다. 사회는 흐름의 이해, 과학은 원리의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이 류 양의 설명.
“교과서에서 과학 원리를 배우면 그 내용을 누구에겐가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내 것이 됐다고 할 수 있어요. 사회도 마찬가지죠. 암기과목으로 알고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흐름을 알면 암기도 쉬워지는 것은 당연하죠.”
수학은 지나친 선행보다는 자기진도에 충실한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류 양은 강조한다. 지나치게 선행을 할 경우 자기진도에 충실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고.
“민사고수학경시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수학 선행을 하게 됐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학기 정도만 앞서 나가는 정도였어요. 친구들에 비해 늦은 편이었죠. 질리지 않아서 그런지 어느 순간 수학에 재미를 느끼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 같아요.”

토론 좋아하고 즐겨, 논리갖춘 타고난 전략가
누구나 부담스러워 하는 글쓰기도 류 양에게는 재밌는 일이다. 그래서 수행평가 과제로 내주는 글쓰기 숙제를 좋아한다고. 류 양은 2010년 성남시교육지원청이 개최한 청소년토론대회에서 동상을, 철학올림피아드에서는 대상을 거머쥐었다. 
“외동으로 자라서 늘 외로웠나 봐요. 어려서부터 집에 누가 오는 것이 좋고 수다 떠는 일이 정말 즐거웠어요. 그래서 제가 좀 시끄러워요. 하하.”
이런 류 양의 습관은 평소에 공부할 때도 이어진다. 즉 들어줄 대상이 없어도 공부내용을 소리내어 계속 설명하는 것. 학습 내용을 정리하는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고 류 양은 말한다.
“제가 선생님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거에요. 때론 온 방을 걸어다며 설명하기도 하죠. 한참 설명하다 보면 어느새 내 것이 되어 있어요."
류 양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어리지만 참 타고난 전략가란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에 고정되지 않은 생각과 사고나 표현의 유창성을 물론 사람에 대한 친화력까지 골고루 갖췄다.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제겐 더 큰 꿈이 있어요. 제가 좀 나이가 들었을 중년 이후에 나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뭐냐면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작은 대안학교를 만드는 것이랍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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