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물결, 시니어들도 활짝 열어 보세요”
“친절한 눈높이 교육에 컴퓨터가 재미있게 다가와요”, “연륜과 경험이 뭍어난 강의로 하나하나 세심히 가르쳐 주시는 열정에 감사해요.” 분당구청 정보화 강사 김낙구(59ㆍ이매동)씨 대한 수강생들의 칭찬 댓글들이다.
분당구청 ‘칭찬합시다’ 홈페이지에 단골 인사로 등장하는 그는 평균 연령 50~60대, 많게는 80을 넘긴 고령 수강자들에게도 깍듯이 존경받는 강사다.
다니던 직장에서 정보통신 분야와 IT관련 기술 총괄, 미디어 기획 등의 업무를 주로 맡아왔던 그에게 퇴직 이후 주어진 강사라는 직책은 만족감을 주는 소박한 행복 일터다.
퇴직 5년 전부터 은퇴 준비, 인생 2막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 컴퓨터 기초와 인터넷 활용 등 이제 막 컴맹에서 탈출해 보려는 수강생들과 만나고 있는 김낙구씨.
시니어 파워 유저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아직도 컴퓨터가 낯선 시니어들에게 활짝 열린 온라인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는 그다.
지금은 그를 우러르고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일구고 있지만 은퇴 전에는 그도 고민이 많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마음의 준비와 꾸준한 배움을 통해 2막 인생을 개척해왔던 점.
“직장 다니다가 퇴직하면 나이 먹은 사람들의 경험은 소외당하기 일쑤예요. 내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지요. 원래 미디어에 관심이 많아 퇴직하기 5년 전부터 동영상과 촬영 기술 등을 배우고 동호회 활동들을 꾸려왔어요.”
준비한 자에게는 기회가 온다고 했을까. 퇴직 이후 황망하게 보낼 시간도 없이 바쁘고 규칙적인 생활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분당구청의 정보화 교육 강사에 응모 해 발탁이 된 것. 비록 용돈벌이 수준의 봉급이지만 따박따박 나오는 강의료도 그에겐 발군의 동력이다.
온라인 세상을 여는 안내자 역할이 즐거워
그가 가르치는 수강생들은 왕초보 수준의 신규 입문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데다 나이들도 많아 배운 것을 익히지 않으면 금새 까먹기 일쑤.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숙제도 내주고 이메일 보내기 등 매일 익하고 활용할 수 있는 주문을 내리고 확인하는 것이 그의 또 다른 일과다.
“인터넷은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는 창입니다. 오프라인에만 익숙하던 시니어들도 이제는 온라인에 익숙해져야 해요. 앞으로는 온라인 세상이 훨씬 파워를 가지게 될 테니까요. 그런 흐름을 배우고 따라가지 않으면 그야말로 우물 안에 갇혀 고리타분한 생활로 마감하는 거죠.”
인터넷을 모르고 사는 것은 반쪽 인생을 사는 것과 같다는 그. 정보화 시대의 중심을 통과하고 있는 이 시대, 엘빈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이미 세상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거대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힘있게 역설한다.
이런 소신을 갖고 가르치는 일에 열정을 쏟다보니 그를 칭찬하는 메시지가 분당구청 곳곳에 오르게 된 것.
“하하하, 조금은 쑥스럽네요. 처음 배우는 분들은 뭐든지 다 어렵고 생소하잖아요. 그러니 하나하나 안내하고 잘한다고 용기를 줘야만 자신감을 갖게 되죠. 이분들한테 시작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처음엔 타자도 서툴렀던 분들이 1년 동안 열심히 배워 동영상도 제작하고 온라인 카페 활동도 열정적으로 하는 것을 보며 김씨는 보람을 넘는 긍지를 느낀다고.
“나이를 먹어도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성과가 있어요. 수업시간보다 일찍 오고, 수업을 잘 듣기 위한 자리에 앉고, 새로운 배움을 두려움 없이 즐기는 분들이 확실히 좋은 열매를 얻어가는 분들이죠.”
환갑을 앞두고 인생을 예찬하다
이쯤에서 환갑을 목전에 둔 김낙구씨의 인생 2막, 어느 정도의 만족도인지 궁금했다.
“사람이 직장 생활을 하다가 퇴직을 하면 삶의 우선순위가 없어져요. 그리고 사소한 것들이 많아지면서 바빠지죠. 백수가 하는 일 없이 바쁜 것 처럼요. 하지만 어찌 보면 그런 자질구레한 삶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기 삶을 누군가의 통제와 지시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가 디자인 하는 시기거든요. 가까운 사람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삶을 비로소 온전히 만들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인생 1막보다 인생 2막이 훨씬 만족도가 높아져요.”
그 또한 자전거 타기와 당구 등 취미 생활을 즐기며 여유를 찾았다. 매주 토요일은 성당 교우들과 탄천을 따라 서울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생활이 활력을 주곤 한다. 3번 실패 후에 얻은 금연 성공의 열매는 97년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본인 스스로도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열고 있다고 자부하는 김낙구씨의 인생예찬은 이렇다.
“자식들이 자신의 갈길 잘 가준 것, 작지만 매일 출근할 일터가 있다는 것, 부자는 아니지만 내가 가진 재능과 경험을 나누고 살 수 있다는 것. 지금 내가 누리는 생활이 더없이 행복할 거라는 거지요.”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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