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 갈등해소법

부모가 변하니 아이가 달라졌다”

문제 아이들 뒤엔 100% 문제 부모 있어 … 부모교육도 필요해

지역내일 2010-11-29
지난 15일 내일신문이 대전지역사회교육협의회 세미나실에서 ‘부모와 자녀와의 소통’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한 달 여전 13살 이 모군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불을 질러 일가족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부모와 자녀의 소통부재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불러오는지 짚어보고, 올바른 부모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좌담회는 초`중`고`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자녀양육에 대한 경험담과 부모교육전문가 윤혜숙 회장(대전지역사회교육협의회), 청소년전문상담사 박계진 센터장(공부습관 트레이닝센터 ‘주인공’ 센터장)의 다양한 상담사례 및 조언 등의 내용으로 진행됐다.

참석자
부모교육전문가 윤혜숙(대전지역사회교육협의회 회장)
청소년전문상담사 박계진(공부습관트레이닝센터 ‘주인공’센터장)
부모
이은희(대학2 아들)
이혜경(중2 딸, 초5 아들)
백은옥(고3 아들)
강지현(초4 딸, 초2 아들)


사회 : 많은 가정이 자녀들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다. 자녀를 키우면서 경험한 갈등 사례와 또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

이은희 : 지금은 아들이 신학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고등학교 1학년 초 자퇴를 선언해 큰 갈등을 빚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보름 정도 다니더니 자퇴 하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 자퇴를 막아보려했지만, 결국 한 학기 만에 자퇴하고 말았다. 아이가 자퇴 하는 이유와 이후 계획을 꼼꼼하게 적어 보여주는데 ‘잘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허락을 했다.
그런데 웬걸. 자퇴 후 한동안 게임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는데 속이 까맣게 타 들어 갔다. 아들에게 짜증 섞인 말을 해 댔고 그럴수록 사이가 나빠졌다.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러워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부모교육도 받았다. 교육을 통해 자녀와의 대화법을 배웠고, 부모는 자녀를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도 다시금 깨닫게 됐다. 남편도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믿는다’는 말을 자주 해 주었다. 부모가 변하니 아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검정고시 합격증까지 손에 쥐었다.
아들의 일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뭐든 강요하면 안 된다는 사실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네가 해 볼래?” “네가 한번 생각해 봐”라며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의견을 존중했다.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금은 대학생활을 잘하고 있다.

이혜경 : 아들이 PC방에 자주 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많이 불안하고 속이 상했다. 아이를 다그치기보다 PC방 가는 시간을 줄여주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트레킹을 다니자고 제안했다. 주말마다 걷기 시작해 올 가을 94㎞를 함께 걸었다.
지도를 건네주고 앞장서 목표지점을 찾아가 보라고 했다. 난 아이에게 잘 찾아갈 거란 믿음을 보여주고 칭찬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길을 걸으면서 대화의 시간도 많이 가졌다. 아이는 믿어주는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목적지를 열심히 찾아 길을 안내해 주었다.
트레킹을 하던 어느 날 “엄마, 가끔 갈등은 생기는데 이제 PC방은 가지 않으려고요”라고 하는데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런 문제를 겪으면서 아이가 한층 더 성숙해 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윤혜숙 : 앞서 얘기한 사례처럼 부모의 믿음은 자녀들을 변화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친정 오빠가 대학시절, 등록금 고지서 금액을 고쳐 아버지에게 갖다드린 적이 있었다. 그 동안은 오빠에게 등록금을 납부하라고 주셨는데, 그날따라 아버지가 직접 은행에 납부하러 가셨다. 아버지는 고지서가 고쳐졌다는 사실을 알고 되돌아오셨다. 은행에 사람이 많아 되돌아왔다면서 오빠에게 직접 납부하라고 고지서와 등록금을 건네주셨다. 오빠는 거짓말을 알고도 모른 척 지나가 준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고, 희망대로 의사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친정아버지가 참 지혜로운 분이셨던 것 같다. 아버지의 믿음이 오빠를 변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믿는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그 말이 진심에서 우러난 믿음인지 그저 말로만 건네는 믿음인지 바로 느낀다. 아이들에 대한 믿음은 진심이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사회 : 13살 이 모군의 아파트방화사건이 부모와 자녀사이 소통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해 주었다. 자녀와 소통이 안 돼 힘들었던 적은?

이혜경 : 사춘기가 찾아온 딸과 남편이 갑자기 대화하겠다며 시도하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부딪힘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난 엄마로서 그동안 뭘 했나’라는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됐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이런 사람’이라고 차근차근 얘기해주며 그 벽을 허무는 시간을 가졌다. 아빠를 이해하는 폭이 훨씬 넓어지면서 어느 날 딸이 ‘아빠가 일 하시느라 많이 힘드시겠다’라는 말을 하는데 참 고마웠다. 대화가 단절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소통이 이루어지기 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젠 아이들의 마음속에 아빠의 자리를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것 같다.

박계진 : 상담 학생 중 부모와의 의사소통 부재로 힘들게 사춘기를 맞았던 김 모군(중2)이 있었다. 김 군은 상담을 받으면서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 ‘아빠가 운전하는데 목소리가 듣기 싫어 뛰어내리고 싶었다’ ‘아빠가 방문 앞을 지나가는 발소리만 들어도 피가 거꾸로 솟구쳐 오른다’고 했다.
학생의 부모는 규모가 큰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집안환경때문인지 김 군의 마음속엔 늘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아가 커지면서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내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 군은 부모님의 기대감 때문에 힘들다고 했지만 정작 부모님은 공부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군 스스로의 강박관념이 힘들게 했던 것이다.
부모님과도 이야기를 나눠보니 아이와의 소통방법과 이해, 사춘기의 특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김 군이 힘들어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소통의 부재가 가져온 결과였다. 소통이 없으면 부모와 자녀 사이는 극과 극을 달리는 화성인과 금성인이 되고 만다.

윤혜숙 : 이야기를 듣다보니 인터넷 상에 화제가 되고 있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아빠는 왜?’라는 시가 생각난다.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예뻐해 줘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그런데…….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다.
요즘 아빠들은 자녀들과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지 놀이방법을 모른다.
상담 받는 아이들에게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무섭다. 권위의식을 내세우고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이번에 이슈가 된 이 군의 아파트방화사건도 아들을 자율적 존재로 인정하지 않은 아버지의 강압적 태도와 의사소통의 부재가 큰 원인이 되지 않았나.

사회 : 부모님들의 사례와 전문가의 조언을 종합해 보면 부모와 자녀간의 소통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자녀들과 어떤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백은옥 : 현재 고3인 아들이 중3 때 자퇴하고 싶다는 말을 꺼낼 때 가슴이 ‘쿵’ 내려앉는 줄 알았다. 검정고시로 고등 과정을 패스하고 남들보다 대학을 빨리 가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인생은 결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 학교라는 사회가 삶에 있어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나의 학창시절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하더니 다행스럽게 자퇴결심을 철회했다. 자녀와 갈등이 생겼을 때는 진심어린 대화가 해답을 찾아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 같다.

이은희 : 아들 문제로 부모교육에 참여하면서 자녀와의 대화법에 대해 배우게 됐다.
아들과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교육을 받기 전에는 아들이 밤늦게까지 게임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서 “언제까지 할 거냐?”고 타박을 하며 말싸움을 했다.
대화법을 배우고 나서는 목소리 톤을 낮추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몇 시까지 게임할래?” 했더니 스스로 어느 시간까지만 하겠다며 약속을 정했다. 말싸움이 아닌 대화가 되면서 아들과의 관계도 매우 좋아진 것 같다.

강지현 : 아이들에게 대화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에게는 공부 하라고 하고 난 거실에서 TV를 봤다. 아이들이 “엄마는 왜 공부 안 해?”라며 슬금슬금 나와 내 옆에 앉더라.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공부할 때는 같이 책이라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줘야 했는데 ‘아차’ 싶었다. 각 가정에서 흔하게 목격되는 일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부모의 모습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임을 항상 생각하며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사회 : 올바른 부모 역할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박계진 : 상담을 하거나 센터를 찾는 아이들을 보면 부모에게 인정받는 아이와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의 표정은 확연히 다르다. 인정받는 아이는 부모와의 소통이 원활하고 당당하다. 얼굴 표정도 밝다. 그렇지 않은 아이는 자신감이 없고 어깨가 축 쳐져있다. 얼굴 표정도 어둡고 자기부정성도 커진다.
아이들과 소통을 하려면 아이를 훈련이나 양육의 대상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 인정해야 한다. 또 신뢰해주고 기다려주는 느긋한 마음도 있어야 한다. 부모교육도 꼭 권하고 싶다. 아이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문제 아이들 뒤엔 100% 문제 부모가 있다. 부모교육을 받고 아이들과의 관계가 개선된 사례가 많다. 이젠 ‘부모자격증’도 챙겨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윤혜숙 : 상담을 하면서 강조하는 부분이 아이들의 말을 많이 들어주고 호응해 주라는 것이다. 한 예로 여중생 아이가 미장원에서 머리를 깎았다. 머리가 원하는 길이보다 많이 짧아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엄마를 보자마자 “미장원 폭파 시켜버릴거야”라는 말을 했다. 엄마는 머리를 만지면서 “미장원 언니가 실수했나 보다. 속상하겠다”라는 말로 아이의 말에 동조를 해줬다. 아이는 자기 방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더란다. 엄마가 자기의 감정을 읽어주고 동조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화가 풀린다.
부모는 아이의 말을 경청해주고 주어야 한다. 또 얘기를 들으면서 아이들과 웃어주고 울어주면 아이들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친밀해진다.
또 대화를 할 때 STS 기법(S-Stop, T-Think(마른침 3번 삼키는 시간 가져라), S-Speak)을 권하고 싶다. 아이들과 문제가 생겼을 때 일단 멈추고, 생각하고, 시간을 두고 말하라는 것이다.
사회 : 내일신문 오치석 부장
정리 : 김진숙 리포터 kjs99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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