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사람들 - 우리나라 最古의 인쇄사 ‘유신당’ 대표 류정열

“인쇄, 정직해야 결과 얻는 일”

3대 걸쳐 100년째 인쇄 가업 이어 … 하루 인쇄물량 지구 한 바퀴 반

지역내일 2010-11-28
“나는 이제껏 인쇄라는 것만큼 정직한 결과를 얻는 일을 보지 못했습니다. 정직함이 없다면 결코 해내지 못하는 일이 바로 인쇄업이라 생각합니다.”
류정열 유신당 대표는 “인쇄는 정직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류 대표는 할아버지인 고 류석종씨부터 3대째 가업인 인쇄사를 운영하고 있다. 유신당은 올해로 창업 100주년을 맞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대전의 자랑스러운 향토기업이다.
1910년 약관의 청년 류석종이 대전 중구 은행동에 9평 규모로 ‘일도당’을 설립했다. 당시 명필로 소문났던 류석종은 성냥갑 위에 천자문을 쓰고 쌀알에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새겼던 일로 유명했다. 편집과 인쇄가 병행되어야 했던 시대적 특성상 류씨는 한학에도 능통하였고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2대 대표 류성춘, 3대 대표 오죽상(현 류정열 대표 어머니), 4대 대표 류대열을 거쳐 현재 류정열 대표로 유신당의 연혁은 이어졌다.
특히 지금은 하루 인쇄물 생산량이 신문지를 양쪽으로 펼쳐 1100만장이나 된다. 지구 한 바퀴 반을 도는 분량이다.
류 대표는 “인쇄술은 인류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 끝에 발명한 것으로 인류문화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며 “인쇄란 모든 문화를 기술적으로 진보시키는 확장된 개념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인쇄사에 굵은 획을 그은 유신당 대표다운 말이다.
“3대째 가업을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제 아들 역시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유신당은 분명 4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는 가업을 4대째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마침 류씨의 아들도 가업을 잇겠다고 결심했다. 류 대표는 아들에게 바닥부터 폭넓은 경험을 싸게 한 후 유신당에서 일하게 할 생각이다.
그는 가업을 이어받을 아들이 보다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경기도 김포시 양촌산업단지에 공장을 신축해 이전했다. 공장의 높이에서부터 외벽 인테리어까지 여러 차례의 설계변경을 해가며 후대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 이전과 신축에 든 예산은 100억원이 넘었다.
류 대표의 집무실 벽엔 뮤지컬 ‘켓츠’의 포스터 앞에서 찍은 가족사진이 걸려 있다. 또 다른 벽에는 1대부터 4대까지의 대표들이 열을 지어 전시돼 있다. 대전에서 100년을 경영해 온 류씨 일가의 단단한 결속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류 대표는 인쇄문화협회에서 주는 인쇄문화대상(경영관리부문)을 수상한 소감 뒤에도 “형님들이 안 계셨더라면 지금의 류정열과 유신당이 건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해 돈독한 가족애를 과시했다.
내년 초에는 대화동 공단 안에서 공장 식구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도 계획 중이다. 즐겁고 신나게 일하기 위한 일환으로 공단음악회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누구 하나에게도 소홀함이 없는 류 대표의 경영철학이 그의 계획 중간 중간 묻어 나왔다.
3대째 100년의 가업을 이어온 비결을 묻자 그는 “무엇보다 끈끈한 가족애”라고 간명하게 답했다. 그는 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회사 일을 내 일처럼 해 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직원들 역시 가족”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같은 인쇄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의 표시다. 그는 “꿈을 원대하게 갖되, 현실에 맞게 키워가야 한다”며 “자기 분수에 맞게 조금씩 눈을 굴리듯 키워 나가면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상과 현실을 혼동하지 말 것이며 언제나 정직하라”고도 당부했다.
류 대표는 옛 것을 소중하게 재조명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과거 없는 미래는 없다”며 “시간 나는 대로 옛 인쇄기계 등을 수집해 인쇄박물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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