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영어마을’ 건립 무산 되나?

지역내일 2010-11-02 (수정 2010-11-02 오후 6:40:27)

용인시 “투자규모 440억 쭭 88억으로 축소하겠다”
한국외대 “기관간의 협약 일방적 파기로 절차상 하자”

“한국외대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용인 영어마을’ 조성사업을 재검토하겠다.”
지난달 15일 김학규 용인시장이 용인시의회 시정 질의 답변에서 영어마을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이후 이를 둘러싸고 용인시와 외대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용인시는 이달 12일 “영어마을 운영시 용인시의 출연금이 아닌 법인 수익금만으로 운영하고, 시는 영어마을 사업 예산으로 책정한 88억원의 예산 범위 내로 사업 규모를 축소해 추진하겠다”는 공문을 외대에 전달했다.
김학규 시장은 19일 내일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영어마을 전면 재검토는 용인시의 재정 상황이 몹시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어마을을 추진할 당시 용인시의 재정 상황은 재정자립도 70%대로 전국 지자체 중 상위에 랭크 될 정도로 건전했으나 대규모 개발 사업과 10억 단위 사업만 190여 개에 이르는 등 방만한 운영으로 시 재정이 상당히 악화 됐다. 때문에 2008~2010년 예산에 확보한 88억 원만 지원하고 운영적자는 보전해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협약변경 요청 공문을 외대에 보내게 된 것이다.”
김 시장은 “외대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영어마을 사업 자체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외대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윤재욱 행정지원처장은 “용인시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서 맺은 구속력 있는 협약서 내용을 위반해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고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끼쳤다”며 “예산이 문제라면 향후 영어마을은 어떤 플랜으로 가는 것이 좋은지 논의해야 하는데 공공기관 간에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4년 이상 진행해온 사업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축소 내지 폐지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2009년 첫 삽 뜨기까지 = 용인 영어마을은 서정석 전 시장의 공약사업이다. 2006년 9월 서 시장과 박 철 한국외대 총장이 영어마을 조성 및 운영에 합의하면서 외대가 처인구 모현면 대학 캠퍼스 부지(6만456㎡)를 제공하고, 용인시는 440억원을 들여 건축연면적 2만1079㎡, 수용인원 400명 규모로 2012년 완공할 계획이었다.
2008년 4월, 용인시의회에서 영어마을 설립안이 통과 될 당시 몇몇 시의원들은 사업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당시 K의원은 “2010년 기준으로 용인시 학생 1만 4000명을 파주 영어마을에 보낼 경우 17억 원이면 된다. 그 예산만 가지면 용인 영어마을에 수백 억원을 지출하지 않고도 용인 학생들을 다 보낼 수 있는데 시민들에게 16만원을 내고 영어교육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비판했다.
설립안은 통과됐고, 그해 12월 서 시장과 박 총장은 “별도의 독립 법인을 설립해 영어마을을 운영하고, 운영비는 법인 수익금과 용인시 출연금으로 충당한다”는 내용의 협약서에 서명했다.

◆“시 재정 어려워 적자 보존 못해준다” = 김학규 시장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협약서는 용인시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성됐다. 적자를 온전히 용인시가 보전해주도록 한 건 상식 밖의 일”이라며 “외대가 영어마을을 계속할 의지가 있다면 운영 주체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의 이 같은 지적은 이미 인수위 시절부터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6·2지방선거 당시 김학규 당선자 인수위에서 영어마을 사업을 검토했던 한 관계자는 “영어마을 협약서를 보니 외대는 땅을 내놓는 것 외에 단 한 푼의 운영비도 내놓지 않고, 운영비 부담은 고스란히 시의 몫으로 떨어지게 해 놨다. 영어마을이 용인시민과 학생을 위해 해볼 만한 사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자체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적자 보전을 해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하며 “외대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운영비를 몇 % 댈 수 있는 것인지 수치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용인시의 재정 규모는 경기 침체와 개발여력 저하 등으로 2008년 1조 7220억 원을 정점으로 2009년 1조 7017억 원, 2010년 1조 4549억 원으로 감소했다. 시는 향후 9000억 원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용인시의 100억 이상 투자사업 규모는 총 1조 5939억 원이지만 투자 가용재원은 9773억 원 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용인시가 영어마을에 쏟아 부어야 할 440억원 재원 마련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용인시 교육체육과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영어마을 사업을 과감하게 중지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용인 학생들에게 저비용으로 영어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인프라 확보라는 긍정적인 면을 감안해 사업비를 축소하는 선에서 협약 내용을 변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어 교육 50년 노하우 접목시켜 적자 안 낼 수 있어” = 용인시의 사업 축소 방침에 대해 윤재욱 외대 행정지원처장은 “협약서상에 (영어마을 건설)사업에 대한 중대한 결정이나 변경을 할 때는 양자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시장이 바뀌었다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한 협약까지도 무위로 돌리려는 건 용인시가 우위적 입장에서 횡포를 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용인시가 영어마을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면, 일부는 외대에서 겨울방학이나 주말 프로그램에서 얻어지는 수익으로 영어마을 적자 폭을 줄여나갈 수도 있다”며 “외대는 외국어 교육 50년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자신있다”고 덧붙였다.윤 처장은 “용인시가 일을 진행하는 방법론에서 분명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서 용인시와 외대간의 논의 테이블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용인시와 이렇게 일방적인 행정을 하면 누가 신뢰를 맺고 용인시와 일을 진행할 수 있겠는가. 외대와 용인시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다가 결국 못 찾게 되면 그 때 가서 사업 자체를 접어도 늦지 않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쟁점 1_ 용인시 “외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라”

용인시는 “협약서 대로라면 흑자가 나면 외대가 가져가고 적자가 나면 용인시가 다 떠안아야 한다. 이건 매우 불공정한 협약”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윤재욱 처장은 “영어마을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용인의 초·중·고 학생이 될 가능성 높은데 여기서 적자가 발생했을 때 외대가 책임지라는 것은 외대에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학생들의 돈으로 영어마을 적자를 보전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사립학교법상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쟁점 2_ 적자 보전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vs
                교육 명품도시 용인을 위한 ‘투자’

외대측은 영어마을 메인 프로그램을 ‘4박5일 체험 코스’로 잡고 있다. 윤 처장은 “4박5일 코스 비용을 아무리 적게 잡아도 35만원이 들어가지만 비용은 20만원 선에서 책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차액 부분을  용인시가 보전해달라는 것이다. 이건 ‘교육 투자’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영어마을이 적자를 면치 못하기 때문에 용인 영어마을도 그러하리라고 예단하는 것도 문제”라며 “외대는 주말 프로그램과 방학 프로그램으로 상당부분 수익을 창출해본 경험이 있고 또 자신도 있다”고 말했다.
윤 처장은 “그러나 수익에만 집중하다 보면, 용인시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 적자를 내지 않게 할 수 있지만, 영어마을에서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모든 용인 학생들에게 교육 받을 기회를 뺏을 수밖에 없게 된다. 용인시가 영어마을에 운영비를 대주는 것은 ‘명품 교육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교육 투자’”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용인시 교육체육과 담당자는 “영어마을 프로그램 비용 등 운영에 관한 그 어떠한 것도 정확하게 논의 된 바 없다”면서 “만약 외대가 외국어 교육기관으로서의 메리트를 가지고 적자를 내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그 비용이 얼마든 외대의 책임하에 영어마을을 운영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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