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대안학교를 찾아서

행복하게 배우니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학교

지역내일 2010-11-26 (수정 2010-11-26 오전 8:54:14)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아이들 주변은 알게 모르게 경쟁의 공간이다. 세상의 흐름을 무시하고 행복한 교육, 결과가 빛나는 교육을 내세우던 엄마도 일이년만 지나면 불안한 게 현실이다. 어디까지 함께 달려 가야할지 아니면 고집스럽게, 때론 외롭게(?) 가야할지 모른다.
분명 현실은 이상적이지 않다.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어린아이들이 경쟁관계에 놓이고 있다. 누구의 문제일까? 부모? 공교육? 사회? 모두가 정답이다.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공교육의 벽을 넘어, 사회의 벽을 넘어 희망과 행복을 노래하는 교육의 현장. 그 용감한 행진에서 우리가 어떤 내일을 찾을 수 있을까?
부산시내에 있는 가까운 대안학교들을 찾아 교육의 또 다른 발상을 들어 본다.


감성과 지성이 빛나는 발도르프교육 ‘사과나무학교’

2008년 9명의 아이들과 시작한 남구 대연동의 ‘사과나무학교’가 지금은 초등1~4학년까지 36명의 재학생으로 성장하여 중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라기엔 작지만 그 작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행복한 교육. 우리 교육의 또 다른 가능성을 기대하며 그 문을 두드린다.




몸과 마음 깊은 곳에서 의지를 키우는

발도르프학교는 1919년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전 세계에 천여 개의 학교가 있다. 1996년 UN이 인류를 위한 가장 모범적인 교육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발도르프교육은 몸의 건강과 의지력, 가슴으로 느끼는 정서와 예술, 총명한 지적능력이 조화롭게 발달하는 전인교육을 목표로 한다. 이 중에서도 건강한 신체와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통해 몸과 마음 깊은 곳에 의지를 기르는 유아시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초등 시기는 가슴으로 느끼며 배우고, 사춘기 전후해서는 고도의 지적과제를 다룬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조기교육과 자극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건강하고 감성적이며 지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하나의 주제로 이어지는 에포크수업

“사과나무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털실로 뜨개질을 하고 매실을 담그죠. 또 모내기를 하고 추수, 탈곡, 음식 만들기를 한답니다. 선생님이 말로 해 주는 동화는 그 무엇보다 인상적인 교육과정입니다.”
사과나무학교 교사의 학교 자랑이다. 미술, 음악 등의 예술 교육은 물론 예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모든 과목들을 합리적인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살려 나가며 배운다고 한다.
여러 특징 중에서도 약 4주 주기로 하나의 주제나 과목을 매일 오전 두 시간씩 공부하는 에포크수업이 돋보인다. 교사가 반드시 사용하도록 강제되는 교과서는 없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최종적으로 교사가 판단해야 하므로 아이들을 가장 잘 파악해야 하는 것도 교사이다.
사과나무 학교에서는 반과 담임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형제에 버금가는 친구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고 한다. 교사도 아이들에 대해 잘 파악해 섬세한 배려가 가능하다.
결국 사회로 나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성인, 그래서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추구한다.
“선생님 숙제 좀 내주세요”라고 아이들이 말한다는 사과나무학교. 행복한 학교는 분명하다. 학교와 학부모가 같은 뜻으로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희망을 꿈꾸는 어른들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가꾸어 가는 사과나무학교. 우리 교육의 아름다운 부분으로 성장해 가길 기대한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우린 다 다르다 그래서 거침없는 ‘우다다학교’

‘우린 다 다르다’를 줄인 ‘우다다’ 학교. 2001년 ‘부산도시속작은학교’로 시작해 2006년, 학교의 애칭으로 불리던 ‘우다다’로 학교명을 변경했다. 거침없는 우다다학교는 어떤 특출한 개인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특히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을 위해 도시 속에서 도시의 여러 자원을 활용해 행하는 대안교육을 표방, 치열한 삶의 현장과 동떨어진 삶이 아닌 주어진 상황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축적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학교다.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크게 두 부류로 나눠보면 부모가 먼저 대안적인 삶을 실천하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권하는 경우와 아이가 제도권 학교의 획일적인 수업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대안학교를 찾게 되는 경우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부분은 대안학교를 찾는 아이들이 기존의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체험학교를 미리 경험하고 준비해

두 아들 모두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는 장은주(44·남산동)씨는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학교와 맞지 않았어요. 학생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 교사의 컨디션에 따라 수업이 좌지우지 된다는 느낌도 많았고요. 그래서 아이가 커가면서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라고 운을 뗐다. 외국에 나가서 살까 궁리도 해봤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단다. “지금 첫째가 고2인데 초등학교 때는 근처에 대안학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반 학교를 다니게 했어요. 대신에 양산에 있는 ‘창조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받게 했지요.”
중학교 무렵 우다다학교를 알게 되었고 기숙학교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는 친구와 떨어지는 것을 섭섭해 했고, 그래서 처음에는 썩 내켜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예비학교 격인 체험학교를 보내 미리 준비하게 했더니 창조학교 때 만났던 형, 동생, 친구들이 있어 그나마 안심하면서 학교를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아이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어요. 아이 역시 지금은 대안학교를 선택한 것에 고마워하고 있지요. 둘째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연계되어 있는 ‘꽃피는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라며 소비가 미덕인양 권하는 세상에서 삶의 내용이 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장씨의 큰 아들인 구슬한(18)군은 “일반학교에 비해서 좀 피곤할 수도 있어요. 스스로 모든 일을 계획하고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니까요. 가끔 일반학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공부만 하면 되겠다 싶기도 하고. 특히 학교에서는 남을 배려해야 하는 삶을 중요시하는데 아무래도 몸에 밴 생활이 아니라서 쉽지만은 않아요”라며 학교생활에서 느낀 점을 풀어놓았다.
우다다학교의 좋은 점은 학교 분위기가 가족같이 친밀하다는 점. 교사도 딱딱한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슬한군. 사람 됨됨이를 중요시하는 학교에서 익힌 대로 따뜻한 감성을 지닌 멋진 연주자로 성장할 미래가 밝아 보인다.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ver.com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꽃피는 학교’

어린 시절 하루종일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꽃도 꺾고 흙도 만지고 물고기도 잡고 해가 지는 줄 모르고 놀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밥 먹어라”는 엄마의 부름에 집으로 뛰어가는 풍경.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는지 몰라도 요즘은 그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닌가 싶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에 과외에 시달려야 한다. 친구를 만나려면 학원에 가야하니 딱히 놀 장소가 없어서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배우는 아이들이 있다. 이름부터 자연의 향이 물씬 풍기는 꽃피는 학교다.




남다른 교육을 선택한 아이들의 학교
 
양산시 평산동에 위치한 꽃피는 학교는 천지인 사상을 바탕으로 온전한 삶을 추구하는 김희동 교장의 교육 철학에 뜻을 같이 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모여 만든 대안학교다. 유치과정부터 고등과정까지 15년 과정을 모두 갖춘 유일한 대안학교이기도 하다.
지난 2003년 3월 21일 하남학사 개교를 시작으로 전국 학사들이 속속 문을 열었다. 경기도 하남(하남학사), 충남 공주(대전학사), 경남 양산(부산학사)에서 유치·초등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중등과정은 충북 제천(제천학사)에, 고등과정은 서울(서울학사)에 개설돼 있다. 유치과정 3년, 초등과정 5년, 중등과정 4년, 고등과정 3년으로 구성된다. 흔히들 대안학교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다닌다고 생각하지만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그냥 보통의 아이들이라고 강조한다. 그냥 공교육에서 배우지 못하는 다른 교육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선택한 학교일 뿐이다.




초등과정에 만족해 중·고등으로 진학해

부산학사에는 유치과정부터 초등과정까지 약 46명 정도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건강하게 놀 수 있는 방법부터 놀이를 통해 학습을 하는 등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따라 단계별로 일관성 있는 교육을 해 나가고 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녀야할 참다운 가치를 추구하고 실천하며 옳은 것이면 선택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갖게 돕는다. 한편 인간에 대한 예의, 즉 존중과 조화의 마음을 길러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고,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한다. 
“남들과 다른 교육과정을 밟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학교의 교육에 만족하고 중등 고등과정으로 진학하고 싶다”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말한다.
미인가 대안학교이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해도 학력은 인정되지 않아 검정고시를 통하여 학력을 인정받아야 하고, 학교 운영비도 학부모들의 몫이라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경쟁적 교육에서 탈피해 자연친화적이고도 자유로운 교육을 펼치는 대안학교. 그 기대와 인기가 주목된다.

장정희 리포터 swt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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