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점심먹기 프로젝트② 문화와 함께 하는 6천원 점심 먹기

푸짐한 6천원, 행복한 문화 나들이

지역내일 2010-10-27 (수정 2010-10-27 오후 10:20:37)

1,2년전 까지만 해도 주부들이 점심모임 평균 수준은 ‘5천원’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밖에서 먹는 점심은 ‘6천원’(수원,동탄,태안 기준)이 보통이다. 물가가 오르고 인건비도 오른 탓이다. 하지만 6천원 점심도 잘만 고르면 1만원 짜리 정식 못지않다. 푸짐하게 한 상 먹을 수 있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맛있는 점심, 게다가 그 주변에 문화를 즐기며 산책까지 해 볼 수 있는 두 곳을 찾아가 보았다.


#1. 10월 19일 오후 1시 17분, <사모아生참치>가다
사모아生참치(권선동 수원온천(구.온수골)건물3층 031-237-2643)는 점심값이 그야말로 순진하다. 5천원이면, 생선알이 톡톡 터지며 씹히는 맛이 일품인 알밥, 참치가 그득하게 들어있는 회덮밥, 따끈한 국물에 쫄깃한 우동, 진한 소스에 먹음직스러운 메밀국수 중 하나를 맛볼 수 있다. 감칠맛 도는 대구탕은 6천원이다. 리포터와 일행은 알밥과 회덮밥을 주문했다. 먼저 잘게 썬 양배추 샐러드가 나왔다. 깔끔하게 입안을 환기시킨 다음, 주요 메뉴를 기다리자 색색깔로 장식한 고구마샐러드와 세가지 반찬-숙주나물,무나물,김치-이 뒤를 이었다. 우동집에서 주로 보던 까만 그릇, 그 안에 미소된장국도 얌전히 따라왔다. 평범한 상차림이지만 깔끔하고, 반찬보다는 주요 메뉴에 비중을 둔 것이 특징이다. 기다렸던 알밥과 회덮밥이 나왔다. 뜨겁게 데워진 뚝배기형 그릇에 갖가지 야채와 생선알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가운데 첫 번째는 양에 놀라고 두 번째는 맛에 감동한다. 회덮밥 또한 가격대비 만족도 100%-자잘한 깍두기처럼 썰어 넣은 참치회가 그득하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푸릇푸릇한 야채와 함께 고추장을 넣어 쓰윽쓰윽 비볐더니 일품 점심이 됐다. 집에서 이렇게 차려먹으려면 5천원으로 될까 싶기도 한데, 한참을 먹어도 그득한 양은 그대로여서, 주인 인심도 후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참치를 주요리로 하다 보니 분위기가 일식집과 유사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생선 횟집에서 풍기는 비릿한 생선 냄새도 나지 않고, 조용하고 편안한 것이 주부들의 점심 모임 장소로 딱이다. 든든해진 몸과 마음을 안고 그냥 가면 살찌는 건 당연지사! 다이어트용 산책을 빼 놓을 수 없다. 건물을 나와 길을 건너 경기평생교육학습관으로 향한다. 길지 않지만 학습관 가는 길은 참 운치있다. 가을이면 나뭇잎이 스스로의 뜨거움에 못 이겨 떨어지고, 남수원중학교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예쁘다. 학습관에 도착하면 <윤슬>이라는 소담한 갤러리가 기다린다. 좋은 전시를 무료로 만나기 좋은 <윤슬>에서 미술전을 관람하고, 학습관 내 어린이실에서 아이 책 두 권을 빌려 나왔다. 개관한 지 2년밖에 안 된 터라 책이 깨끗하고, 신간도 무척 많다. 학습관에서 조금 더 걸어올라 사거리에서 좌회전, 농수산시장에서 바알간 홍시 한바구니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산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2. 10월 22일 오후 12시 15분, <자선농원>가다
자선농원(광교산 비석거리 근처 031-247-6093)에 도착한 것은 12시 15분. 점심시간이 막 시작됐는데도 주차장에는 차량이 꽤 많다. 황토색 벽지가 인상적인 방안에선 호박도 팔고, 국화나 이름모를 꽃화분으로 아기자기하기 꾸며놓은 문앞을 보면 영락없는 시골집이다. 등산화를 신고 벗기가 번거로운 등산객들은 야외 식탁을 이용한다. 리포터 일행은 해맑은 가을햇살이 좋아 야외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보리밥,청국장,묵무침,콩국수,버섯파전 모두 6천냥 되시겠다! 어느 걸 먹어야 하나 고민 끝에, 보리밥으로 결정! 보리밥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차려진 것은 끝없는 접시의 행렬이다. 1번 타자는 치커리 야채 무침,2번 타자는 풋고추와 상추 및 야채,3번 타자에 열무김치,4번 타자는 참나물,취나물,쑥갓나물을 비롯한 여섯가지 나물에 이어 5번 타자는 강된장마냥 자작하게 끓여낸 된장찌개, 6번타자는 무한리필 가능한 선지국, 7번 타자에 이르러 보리밥이 등장했다. 과연 6천원 맞냐는 같이 간 친구의 질문에, ‘당연히~!’라는 쿨한 답변으로 마무리한 뒤, 고추장과 야채를 넣어 맛깔지게 비볐다. 먹는 방법은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비벼 둔 보리밥으로 상추쌈을 싸 먹어도 되고 된장으로 보리밥을 비벼 깔끔하게 야채와 곁들여 먹기도 한다. 대낮이지만 묵무침에 막걸리로 목을 축이는 장년층의 모습도 드문드문 보인다. 오랜 단골인 듯한 주부들도 보이는데 “광교산에 보리밥집은 많잖아. 그런데 이 집이 깨끗하고 제일 맛있어”라는 50대 남자 손님들의 대화가 그냥 나온 말은 아닌 듯 싶다. 오랜만에 야채와 된장, 보리밥 등 몸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었다는 생각에 흡족하다. 나오는 길에, 달콤한 커피를 디저트로 마무리! 광교저수지까지 천천히 걷기로 했다. 단풍으로 옷을 바꿔입고 있는 광교산과 물푸른 광교저수지가 한껏 가을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비석거리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가다 보면 광교 저수지 입구로 통하는 작은 산책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등산이라기엔 조금 부끄럽고, 산책이라기엔 약간 버겁지만 맑은 산소를 마시기엔 충분한 코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천천히 산길을 걸으며 가을 광교산을 천천히 음미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어쩌면 ‘먹는다’는 일은 참 중요하다. 같은 맛을 느끼면서 오고 갔을 그 많은 대화 속에서, 따뜻한 관계와 문화적 코드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오늘, 서먹해진 친구 혹은 오래 만나지 못했던 사람에게 넌지시 점심 먹자는 얘기를 꺼내보면 어떨지. “자기야, 밥 먹자...나, 좋은 곳 아는데...” 짤막한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하자마자, 금방이라도 그가 당신에게 달려올 것이다.


권일지 리포터 gen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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