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나의 일- 조영숙 미술치료사

지역내일 2010-10-27

 그림으로 마음을 읽어 열린 마음을 선물한다
 
 몸이 아프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 치료받지만 마음의 병이 생겼을 경우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경우가 있다.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그 중에서 그림이나 조소 디자인 등의 미술활동을 통해서 심리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미술치료사''가 있다.
  ''미술치료사''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10년 전부터 미술치료사가 된 조영숙(49 가양)씨. 이젠 카톨릭대, 건국대 등의 평생교육원에서 미술치료를 강의하며 미술치료사들을 배출하고 있다. 그림으로 마음을 읽어 열린 마음을 선물해주는 행복에 푹 빠진 그녀를 만났다.

상담봉사, 나를 변화시켜 
 "16년 전, 강서교육청 상담자원봉사자로서 처음 세상나들이를 했죠. 가족 뒷바라지에 푹 빠져 있던 내가 새로운 눈을 뜬거죠"라는 조영숙 미술치료사. 막연히 남을 도와줄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하다보니 좀 더 전문적으로 도움도 줄 수 있고 자신의 일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고민하던 차에 ''미술치료''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기에 망설임 없이 대구대학원에서 입학원서를 넣었다.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던 합격통지서를 남편에게 내밀었다. 남편은 조용히 5학기 등록금이 든 통장을 선물해 주면서 힘을 돋아주었다.
 서울에서 대구로 일주일에 두 번 기차를 타고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KTX도 없던 시절이라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타고 다니며 힘든 줄도 모르고 신나게 공부를 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결혼을 하면서 포기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니 너무 행복해 새벽 3~4시까지 공부를 했다. 신기하게도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여기저기 까닭 없이 아팠던 자신의 병이 싹 낫는 경험도 했다.
 일일이 챙겨주던 아이들에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자율을 허락하자 엄마의 빈자리를 스스로 채워 나갔다. 엄마가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두 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더니 자신의 적성에 꼭 맞는 전공을 찾아 엄마처럼 행복해 하는 모습이 기쁘기만 하다.
 대학원을 마치고 지도교수님과 동기들과 함께 ''서울미술치료연구소''를 열었다. 그 곳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많은 임상과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언어가 익숙지 않은 아이들의 느낌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의사소통 수단인 그림으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커가면서 나름의 고민과 갈등, 비밀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의 생각을 제대로 읽고 마음의 문을 열어 다가서고 싶은 부모들 사이를 미술치료로 오가며 자연스럽게 부모와 아이를 한 울타리로 엮어줄 때 보람도 느꼈다.
 강서교육청 학생상담자원봉사를 지금껏 놓치지 않고 현재 회장으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자원봉사자로서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 많은 상담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봉사하고 발맞춰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끝없는 도전은 아름다워
 “웰빙을 외치는 요즘, 정신이 건강한 진정한 웰빙을 맛봐야 삶의 질도 올라갈 수 있죠”라며 남보다 한 걸음 빨리 일을 시작했기에 미술치료사로서의 자리도 굳건하게  잡을 수 있었다고. 문화센터는 물론, 카톨릭대, 건국대 평생교육원에서 미술치료사 과정을 강의하고 청운대, 동원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심리치료 이론에 기초하여 미술활동을 매개로 정서적·사회적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전문인 ‘미술치료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심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진단하고 미술활동을 통하여 자아표현, 자아수용, 승화, 통찰에 의해 개인의 갈등을 조정하고 심리문제를 해결하며 자아성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술을 특별히 전공하지 않아도 도전할 수 있고 학교, 상담기관 연구소, 유치원, 사회복지시설 등 점점 많은 곳에서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강의를 할 때 부모교육을 하면 정말 신나요. 미술치료를 배우다보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거든요”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먼저 변한 엄마의 모습에 가족들이 하나 둘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 수강생들의 한결같은 반응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미술 활동으로 스스로 돌보는 마음으로 관계를 맺고, 관계 맺는 경험으로 아이의 감정이 정화되고 정서적 안정감도 얻게 된다. 개방된 마음으로 가족들을 대하게 되고 자신의 동기, 욕구, 편견, 갈등에 대한 이해와 정서적 문제에 대한 통찰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자신이 선택한 이 일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고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자신의 능력과 인간적인 면에서의 성숙과 자기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것도 미술치료사가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자질 중 하나이다. 그래서 조영숙씨는 치매노인과 미술치료를 접목한 논문을 써서 ‘사회복지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땄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풍부할수록 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 행운이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앞으로 더욱 경력이 쌓이면 제대로 된 미술치료와 관련된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나’를 알고, ‘나의 가족’을 알고, 나와 나의 가족이 아닌 ‘타인’을 알게 되는 미술치료의 매력에 푹 빠져보면 ‘나’ 혹은 ‘나의 가족’ 그리고 ‘그들’에게 스스로가 누구인지에 대해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할 수 있다. ‘미술치료’를 선택했기에 너무나도 행복할 수 있었다는 조영숙씨. 그녀는 오늘도 가장 잘 아는 그 길에 접목한 색다른 도전을 꿈꾸고 있다. 끝없는 도전은 아름다우니깐.
황윤정 리포터
hyj66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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