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은 집안의 겨울맞이 행사 중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날씨가 쌀쌀해지면 주부들은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다. 친정이나 시댁에서 김치를 하는 주부는 거리가 부담스러워도 행복한 편! ‘나 홀로’ 김장을 해야 하는 주부는 올 한해 고공 행진한 각종 야채와 마늘 등 부산물 가격을 생각하자 걱정이 앞선다. 김장을 담그기 위해 안산농수산물시장으로 장보러 가는 한 주부와 동행을 했다.
나 홀로 김장 2년째
작년부터 혼자 김장을 해 온 김미화 주부는 올 김장준비가 더욱 어렵다. 멋모르고 덤빈 작년과 올해는 여러모로 많이 다르기 때문. ‘뭐 처음인데 이 정도면 준수하지’ 하며 지원해 준 가족의 응원을 올해도 똑같이 바랄 수는 없다. 게다가 올해는 김장비용도 비싸 가격대비 맛이 좋아야 하는 상황. 그래서 김장 매뉴얼을 머리에서 되새김질하듯 익혔다. 어려운 일일수록 경험담이 중요한 것. ‘작년보다 비용이 두 배는 더 들지만 알뜰히 준비하면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지인의 말을 기억하며 농수산물시장으로 총총히 들어갔다. 농수산물시장의 가장 큰 대목은 명절과 김장철이 아닐까?
김장의 주인공은 역시 배추. 채소동 앞에는 산지에서 싣고 온 배추가 가득 쌓여 있어 김장철을 실감나게 한다. ‘해남 땅끝 마을에서 온 싱싱한 배추’라는 말에 가격을 물으니 배추 3개들이, 약 12kg에 1만1000원. 한 뼘 길이의 깍두기 무는 5개들이, 약 10kg은 8000원이다. 작년엔 20포기 김장을 했는데 조금 남았다. 그리고 올해는 비용도 비싸니까 15포기만 담그기로 작정한 그녀는 배추 값으로 5만5000원을 지불하고 ‘비싸다’라는 말을 연달아 터트렸다. 그러자 ‘오늘은 날이 풀려 그래도 가격이 내린 거다. 어제는 같은 물건이 2000원 더 나갔다’며 상인 아저씨가 한마디 한다. ‘동네에서는 시들한 것도 6800원 하는데 여기는 싸네’ 하며 사가는 사람을 보며 동치미용 무 7개들이 두 개를 1만원에 산 그녀, 동치미도 한번 담가 볼 작정이다.
농산물시장에서 발품, 예상비용보다 20% 절약
김치처럼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이 또 있을까? 우선 마늘, 이곳저곳 마늘 파는 곳을 돌아보던 그녀는 가격도 괜찮고 질도 좋아 보이는 충청상회에서 걸음을 멈춘다. 무엇보다 그 자리에서 마늘을 갈아주는 것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 작년 믹서기에 마늘 갈면서 한 고생을 생각하자 주저 없이 그곳에서 구입을 결정한다. 반관에 중국산은 1만2000원 내외, 국내산은 1만5000원 내외. 내친김에 생강도 굵은 것으로 4알 골라 3000원을 냈다. 김장에 사용되는 홍갓은 3단에 9000원, 쪽파 1단과 미나리는 각각 5000원, 무는 8000원을 지불했다. 채소값에 사용된 금액은 11만원. 그 다음 그녀가 찾아간 곳은 고춧가루 상점. 빨갛다 못해 붉은 기운 도는 고추가 포대자루에 한 가득 담겨있다. 코를 자극하는 매콤한 맛! 국내산 태양초고추가루가 1근에 1만2000원, 15포기에 필요한 고춧가루 양으로 3근반은 사왔다. 4만2000원, 수산시장에 가서 통통한 칼세우를 3만5000원에 샀다. 예쁘다고 깎아주는 미래수산 아주머니 덕분에 2000원 절약. 지갑에 300,000만원을 챙겨왔는데 만원짜리가 제법 보인다. 가격으로 매길 수 없는 신선도를 제외하더라도 예상 비용보다 20% 절감된 비용이다.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김장준비
작년 혼자 김장을 하면서 친정엄마 생각에 많이 울었다는 그녀. 꾹꾹 눌러 바리바리 싸는 엄마에게 ‘너무 많다. 이걸 누가 다 먹느냐’며 타박을 하던 자신이 너무 철없다고 말한다. ‘힘든데 절인 배추 주문하지?’라는 남편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도 그 많은 것을 일일이 씻고 다듬고 한 엄마의 노고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 ‘내년에는 저도 일일이 배추를 사러 다니지 않을지도 몰라요. 절인배추가 맛도 있고 위생적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가격도 그리 많이 차이 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배추를 고르고 부재료를 사고 게 재미있네요. 베란다에서 남편과 아들 녀석과 함께 끙끙 거리며 배추 다듬는 것도 재미있고요. 올해는 작년보다 배추를 더 부드러운 것으로 잘 골라 맛이 좋을 것 같아요. 하늘나라 우리 엄마도 내 딸 기특하다며 웃고 있겠지요‘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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