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줄이기 비법, 저희한테 한 수 배우시죠?
지난 11월 6일, 분당 불정초등학교(교장 박남례) 전교생은 가래떡 상을 받았다. 원래는 잔반량 줄이기 목표치를 달성한 우수반만 시상할 계획이었으나, 전 학년 전 학급이 목표치를 월등히 초과하여 모두가 시상을 받게 된 것이다. 상장과 따뜻한 가래떡을 받아든 아이들의 모습은 여느 때보다 활기찼다. ‘우리가 해냈어요~!’라고 외치듯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잔반 줄이기에 아이들을 직접 참여 시켜
2학년 4반 급식시간. 2학년 아이들답지 않게 앞치마와 모자를 두르고 스스로 배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배식대 앞에서 급식담당도 아닌 한 아이가 아이들이 받아가는 급식판을 뚫어지게 보며 점검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다름 아닌 2학년 4반의 ‘바른식생활지킴이’ 박예은 양. “친구들이 음식을 적게 가져가는 것은 아닌가, 편식을 하는 건 아닌가 지켜보는 거예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점심식사가 진행되었고,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하나씩 깨끗이 비운 식판을 가지고 나왔다.
식사를 마친 예은이는 어느새 앞으로 나와 잔반통에 잔반을 수거한 후, 교실에 배치된 전자저울에 무게를 쟀다. 측정 후에는 잔반 일지를 기입했다. 다른 반 아이들도 잔반통을 4반으로 가져와 무게를 측정하고 돌아갔다. 잔반 측정에 대해 아이들의 관심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했다. 이날 2학년 4반 잔반은 거의 0g에 가까웠다.
이 잔반 일지는 매주 이혜숙 영양 교사가 걷어 통계를 낸다. 혹시 아이들이 잔반량에 너무 신경을 쓰는 나머지 배식량이 줄이거나 반찬을 골라 받지 않도록 편식아동 영양상담 및 관리를 하고 있다.
전체 학급 1인당 한 달 잔반량 최소치 달성해
불정초 박남례 교장은 부임 첫날부터 지금까지 전교생을 대상으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펼쳐왔다. 잔반량 목표를 정해 상장과 간식 부상을 걸어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환경사랑 교육을 자연스럽게 해왔던 것. 이러한 노력이 인정받아 불정초등학교는 지난 9월 환경부 지원 음식문화개선 시범학교로 지정됐다. 지정된 전국 6개교 중 유일한 초등학교이다.
환경부 예산을 지원받게 된 불정초는 제일먼저 반별 잔반통을 구입하고, 학년별 잔반측정 전자저울을 구입했다. ‘음식물쓰레기 ZERO화 운동’을 선포하고 각 반에 2명씩 바른식생활지킴이를 선정하여 매일 급식 후 잔반량을 저울에 측정하는 임무를 맡겼다. 이렇게 아이들을 직접 참여시킨 결과는 깜짝 놀랄 만 했다.
“아이들이 친구들 보는 앞에서 직접 저울에 재고, 매일 잔반일지를 기록하게 했더니 서로 경쟁심이 생기게 된 거예요. 반 아이들끼리 급식을 남기지 말자고 독려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이제는 선생님들도 애들 눈치 보느라 절대 음식을 못 남기죠.” 박남례 교장의 설명이다. 결국 잔반 측정 운영 두 달 만에 전교생 급식 잔반 총량이 620.7g에서 119.5g으로 19% 이상 획기적으로 줄었다. 지난달 1인당 잔반량 목표치가 20g이하였는데 10월에는 1인당 2g 이하로 측정됐다. 전체 37학급이 모두 목표치를 훨씬 초과하여 달성해낸 것이다. 박 교장은 다음 달 잔반량 목표치를 얼마로 정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 급식지도는 학교의 밥상머리 교육
가정교육의 가장 으뜸은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즈음은 온 가족이 둘러 한 끼 식사하기도 어려운 각박한 시대이다. 아이들은 밥상 앞에서 음식을 소중히 하는 마음,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 모나지 않은 식성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개성이 강해 식사습관이 제대로 안 잡힌 채 입학을 한다. 그래서 초등저학년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급식지도라고 한다. 하지만 불정초등학교에서는 ‘음식물쓰레기 ZERO화 운동’을 벌이면서 교사들이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가정주부들도 실천하기 힘든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를 아이들이 솔선수범하여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배식 후 깨끗이 남긴 음식은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푸드뱅크에 보내 나누어먹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불정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식재료와 양념까지 유기농을 사용하고 있다. 간식까지도 가공식품이 아닌 천연식품으로 직접 만들어 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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