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사람 사는 세상 가르칩니다”
지난 달 30일 파주시 금릉중학교(교장 종억기) 교정에서는 과학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첫 번째를 맞는 금릉 중학교 과학축제는 과학 영재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준비한 행사다. 이 날 가까운 지역의 주민들 약 500여명은 오후 5시까지 여러 가지 과학 실험에 참여하고 창안품을 둘러보았다.
금릉중학교 과학 영재반을 지도하며 과학 축제를 성사시킨 일등 공신은 금릉중학교 임대환 교사다. “어떻게 하면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과학으로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사는 그는, 가는 학교마다 과학 축제, 로봇 동아리 등 과학의 붐을 일으키는 별난 교사다.
과학 선생이니까 과학 공부로 아이들 만나야죠
수업이 끝나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그는 끊임없이 과학의 원리를 이용해 무언가를 만든다. 호기심 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참기 어렵고, 한번 배우기 시작하면 완전히 마스터 할 때까지 다른 생각 하지 않고 파고든다는 그는 마치 배움에 목마른 학생 같았다.
“내가 실험하고 기구 만드는 게 재밌어야지 그게 수업시간에 고스란히 애들한테 전달되는 것 같아요. 내가 공부를 게을리 하거나 재미없어 하면 따분해지는 거 같아요. 교사가 행복해야 애들이 행복하죠.”
올해로 교직에 몸담은 지 13년이 되는 그는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많고 거창한 생각을 많이 하는 교사였다’고 말했다.
“이것도 읽어 봐라, 저것도 생각해라,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았어요. 애들이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왜 이렇게 철이 없나 실망하기도 했죠.”
그러는 동안 자신에게 실망하고 능력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어느 순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과학 동아리와 실험 활동이었다. 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학과 봉사를 접목한 지역 과학축제 만들어
고양시의 백신고, 한수중, 무원고를 거쳐 금릉중까지 그의 행보는 늘 인상적이었다. 무원고에서는 과학 축제를 처음 열었다. 학생들이랑 과학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자기 관심사만 갖고 노는 아이들이 안타까워 직접 데리고 과학 축전을 보러 다녔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여는 행사를 구경하다보니 학교에 돌아가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무원고가 고양시의 과학교육선도학교여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지역의 과학교육을 활성화 하자는 선도학교의 취지에도 맞고, 학생들은 동아리를 통해 과학 공부로 봉사 활동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첫 회 때는 사람들이 안 오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뜻밖에 사람들이 많이 와주셔서 알려지게 됐죠.” 이제 무원고 인근 주민들은 매년 5월이면 하는 행사라고 기다릴 만큼 과학 축제는 지역 속에 자리를 잡았다.
뭐든 하나 배우면 푹 빠지는 그는 ‘가장 행복했던 기억’도 로봇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했던 일이라고 대답했다.
“2008년 무원고에 있을 때 M로봇이라는 로봇동아리 아이들을 데리고 전라남도 광주에서 대한민국 과학축전을 한다고 내려갔죠. 9인승 승합차에 12명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려서 4박 5일동안 합숙 하면서 애들이랑 뒹굴었던 게 가장 행복하고 재밌었어요.”
아침 10시부터 다섯 시까지 봉사활동하고 몇 백 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켜주고 저녁에는 마지막 날에 열리는 로봇 대회에 참가할 연습을 하는 고된 생활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 가장 인기를 끌었던 부스였다면서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학의 장 열어주고 싶어
그가 지도하는 금릉중학교 부설 영재학급은 금릉중, 문산중, 금촌중, 봉일천중 학생들 4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방과 후에 모여 과학 수학 통합 교육을 배운다. 주로 학교에서 해보지 못한 수업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물을 주제로 20시간, 소리를 주제로 20시간’과 같이 하나의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영재학급에서 배우는 학생들은 의무적인 봉사활동 6시간을 이수해야 하는데 임대환 교사는 그 시간을 과학 축제로 보낼 것을 제안했다. 과학축제는 금릉중학교 종억기 교장의 지원과 장진아 자연 과학 부장교사의 도움으로 원활하게 진행 되었다. 장은주, 이영미, 김금 교사들의 도움도 컸다.
“파주 지역이 도농 지역이라 과학을 연계한 행사에 대한 갈증이 많아요. 예상 인원보다 세배가 더 많이 와서 깜짝 놀랐어요.”
무엇보다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영재 학급 학생들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나니 애들이 달라 보였어요. 행사장에서 다 정신없이 네 시간동안 지역주민들 위해서 목 쉴 때까지 고생하다 보니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걸 알고 의젓해지더라고요. 그때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어요.”
아이들에게 무언가 강요하려고 애쓰던 그는 이제 아이들을 믿는 교사로 바뀌었다.
“애들이 변화할 수 있는 자극을 못 받아서 그렇지,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는 장이 주어지면 성장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오늘도 알을 두드린다. 여기 밖으로 나와 눈을 크게 뜨고 보라고. 과학이라는 도구로 학생들이 사람 사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그는 이 시대 진정한 스승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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