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배우고 싶다 - ③신도중학교평생교육원 서예반
먹물 한 방울에 담긴 배움의 기쁨
특별한 소질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시작해 전문가가 될 수 있어
오후 햇살이 따뜻한 교실 가득 묵향이 은은하다. 먹물을 담뿍 머금은 붓끝이 한 마리 새처럼 종이 위에 앉는 듯 미끄러져 내려간다. 앉은 듯, 선 듯, 날아가는 듯 조화롭게 자리를 잡은 궁체의 단아함. 생동과 고요의 절묘한 만남이다.
한벗 최창규 선생(중앙)과 서예반 주부들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의 평온이 생겨
신도중학교 학부모 방과후 평생교육원 서예반의 오후 2시 풍경이다. 한벗 최창규(63) 선생 과 신도중학교 학부모로 구성된 서예반은 따뜻하고 온화한 분위기다. 그러나 함부로 근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진지함과 고고함에 옷깃을 여미게 한다.
그러나 최창규 선생은 “붓글씨는 특별한 소질보다는 정성과 마음만으로 누구나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취미활동이다”라고 말한다. 글을 쓰는 동안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의 평온 을 찾을 수 있어 주부에게는 더없이 유용한 취미활동이라고 한다.
꾸준히 서예를 배우고 있다는 진생 이금주씨는 정신적인 안정감에는 이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얀 종이를 펴고 검은 먹물을 보며 글을 쓰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도를 닦는 기분이랄까요?(하하) 아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돼 더 좋아요.”
지금 한창 궁체 정자를 쓰고 있는 이씨의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 여기서는 바쁜 현대인들의 표정을 찾을 수 없다. 하나 같이 너그럽고 푸근한 얼굴이다. 우리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과 멋스러움이 사람에게도 배인 것일까?
단계별로 교본 통해 배우니
최창규 선생은 신도중학교에서 체육교사로 명예퇴직하고 7년째 자원봉사로 서예를 가르치고 있다. 붓글씨가 좋아 혼자 공부하다 결국 또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는 최선생은 주부들에게 서예를 적극 권한다.
한글 서체는 7가지가 있는데 학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보통 처음 시작하면 판본체를 배운다. 날마다 집에서 조금씩 연습하면 누구나 금방 쓸 수 있다고 한다. 그 다음 궁체 정자, 궁체 흘림, 민체 등을 개인별로 배운다. 단계별로 교본이 있어 따라 쓰다 보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고 한다. 실력보다는 정성과 노력이 중요하다.
“한글이 어느 정도 되면 한자를 쓰고 싶어 하죠. 서예는 정진하다보면 조금씩 단계를 밟아가는 재미가 있나 봅니다.”
공모제 출품해 입상의 기쁨까지
신도중학교에서는 연초에 가정통신문을 보내 평생교육원 신청서를 받는다. 지인의 소개로 배우기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교내 학예제에 작품을 내기도 하고 공모제에 출품해 입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주부로 살아온 세월. 바쁘고 힘들었지만 무언가 좀 허전했다면 이제 나만의 일을 찾아보자. 아이들에게 예체능을 가르치며 다음에 더 풍요로운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은 엄마라면 모두 같다. 그러나 엄마의 삶이 풍요로울 때 내 아이의 삶도 함께 아름다울 수 있다. 깊어 가는 가을, 무언가 배우고 도전하고 싶었던 마음의 날개를 펴보자. 배운다는 것이 바로 젊음이고 청춘이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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