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짱-영복여고 뮤지컬부 ‘R.U.N’

런웨이를 향한 당당하고 야무진 발걸음을 보라~

지역내일 2010-11-03 (수정 2010-11-03 오후 10:53:49)

처음엔 다들 ‘그냥 아이들의 풋풋함이 묻어나는 정도겠거니~’ 그랬다. 하지만 뮤지컬 ‘Runway’가 끝나자마자 선생님들은 기립박수를 쳐야만 했다. 재작년 경기도경제단체와 함께하는 청소년연극축제한마당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저력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그 비결을 들려줄 영복여고(교장 서정규) 뮤지컬부 ‘R.U.N’ 16명의 소녀들을 만났다. 


배우의 특성을 살리는 탄탄한 대본, 철저한 의상선정까지
 “무대에서 180도 달라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놀래기도 했고, 그런 열정 때문에 저도 더불어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됐죠.” 계발활동과 점심·저녁시간도 모자라 지난 여름방학, 주말을 반납하면서 공연연습에 몰두했던 아이들을 두고 노우현 담당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뮤지컬부의 ‘Runway’공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수원시연극축제에서 첫선을 보였고, 10월의 축제, 그리고 또한번의 청소년연극축제한마당(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내일신문 주최, 수원·군포·안산 탁틴내일 주관)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본을 수정 중이란다. “무대의 특성에 따라서도 그렇고, 연습을 하면서 배우의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게 다듬어야 하거든요.” 대본과 연출을 맡은 김현정(고2)양이 똑부러지게 말한다. 100% 창작, 최상의 ‘Runway’가 탄생하기까지 1년 여 가까운 장고의 시간을 보냈다. 작년 겨울방학부터 아이디어를 모으고 모아 지난 4월, 첫 대본이 완성됐다. 처음엔 시골에서 상경한 친구의 디자이너 성공기였다면 지금은 ‘봉순’이와 대결을 펼칠 ‘춘희’가 등장했다. 춘희역을 맡은 김선민(고2) 기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파리유학파에 프라이드가 대단하지만, 가만 보면 천부적인 능력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요. 그래서 타고난 재능을 가진 봉순이를 시기하고 미워하게 되고요.” ‘춘희’는 보편적인 우리의 모습이다. 학력이나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려 드는 우리의 ‘선입견’, 그런 춘희에게 봉순이와의 스케치북 사건은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편견덩어리였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선입견에 빗장을 단단히 채우게 하는 장치로서 의상도 적극 활용했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춘희의 의상 대(對) 촌스럽기 그지없는 봉순이의 의상, 톡톡 튀는 소녀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선후배와의 끈끈한 애정이 ‘R.U.N’의 저력
 ‘Runway’에는 4~5곡의 뮤지컬 곡이 등장하는데, 실제 기성뮤지컬 무대에서 많이 들어봤음직한 노래들이다. 뮤지컬 음악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는 음향담당 김지원(고1)양은 “MR을 구하느라 엄청 애먹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림도 잘 그리고 손재주가 많은 김주은(고1)양은 의상·소품을 맡았고, 아이디어가 많은 이진경(고1)양은 홍보·조명담당으로 참여했다. 누구는 배우, 누구는 스텝, 역할을 나누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예상은 빗나갔다. 조예나(고1)양은 “지원 분야별로 회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정말 자신이 잘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고 했다. ‘R.U.N’은 저마다 자신이 가진 재주를 활용해 친구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2학년 친구들 중에서 연기는 뮤지컬배우가 꿈인 박혜지 양이, 발성연습은 김선민과 강은지 양이, 안무와 스트레칭은 이서현과 이소희 양이 맡아 훈련을 주도했다. 지난해와 달리 막중해진 책임감으로 후배를 챙기고, 위로는 3학년 선배들의 조언을 구하며 중심을 다잡았다. 1기 선배를 비롯해 졸업한 선배들도 찾아와 격려해주고, 인터넷커뮤니티인 싸이월드에 근황을 올려주는 걸 볼 때 감사와 함께 자부심이 가슴 가득히 올라온다. 탄탄히 다져놓은 터가 있었기에 이만큼 맘껏 뒹굴 수 있지 않았겠는가. 동아리활동의 장점은 어디나 다 비슷하겠지만, “뮤지컬이란 특성 때문인지 친밀감이 더한 것 같다”는 지원이는 “동아리 활동이 너무 재밌고 애정이 넘친다”는 말로 ‘R.U.N’의 분위기를 전했다. 

꿈을 키우는 터전, 영복여고생이라 행복해요~
 박혜지(고2)와 하지윤(고1)양에게 학교는 ‘꿈의 터전’이다. 뮤지컬을 하고 싶어서 일부러 영복여고를 찾아왔다. PD를 꿈꾸는 현정이에게도 꿈을 갖게 해준 매개체가 됐다. “제겐 고등학교 생활의 활력소”라 말하는 서현이는 “교정이 정말 예쁘다. 특히 눈 속에 묻힌 교정은 더하다”고 자랑한다. 아이들의 의견을 잘 받아주시고, 이해해주시려는 선생님들이 많은 것도 장점. 2010년 사교육없는 학교로 선정, 선생님 한분이 4~5명의 학생을 담당해 수학·영어 개별화 심화수업을 진행하고, 여느 족집게강사 못지않은 실력으로 영역별 심화수업을 하는 등 교육여건 면에서도 만족하고 있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선후배와 친선관계를 맺는 ‘돌’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시스템”일거라고 박수인(고1)양은 자부한다. 그렇게 맺은 연을 이어가며 서로를 챙겨주는 일이 신입생에게는 더없이 반갑고 고마운 일이라고.
 마지막 질문이 던져졌다. 내게 있어 뮤지컬이란? 혜지가 답한다. ‘시간 잡아먹는 괴물.’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 연기까지 남들보다 더 많은 연습량을 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 하고픈 말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전해져온다. 그래도 무대에 서는 순간, 정말 짜릿하고 행복할 뿐이다. 오늘도 저녁식사 시간을 쪼개어 연습에 몰두한다. 
 16명의 소녀들은 ‘결코 멈추지 않고 고귀하게 빛난다’는 뜻의 ‘R.U.N(Radiant Uncommonly Neverstop)’을 점점 닮아가고 있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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