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ㆍ용인 ‘의료생협’이 궁금하다

지역내일 2010-11-04 (수정 2010-11-04 오후 5:14:41)

주민이 주인인 ‘마을 병원’ 들어보셨나요?
조합원들이 공동 출자해 의료기관 만들고 건강, 나눔, 소통 

안전하고 믿을 만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민들이 조합원이 되어 건강한 먹을거리를 구입하고 소비하는 ‘생활협동조합’ (생협)은 대표적인 참여형 소비 형태다.
마찬가지로 몸이 아프거나 병에 걸렸을 때 나와 가족의 건강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게 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세운 병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바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근거해 설립된 비영리 보건의료협동조합(의료생협)이다. 현재 원주 의료생협을 비롯해 전국 10여 곳에 의료생협이 들어서 지역의 보건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성남과 용인지역에도 각각 ‘우리한의원’과 ‘해바라기의료생협’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직은 다소 생소한 ‘의료생협’, 지역의 사례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 보았다. 
권미영 리포터 리포터myk31@paran.com 

성남 의료생협 ‘우리한의원’
건강과 나눔의 공동체 만들어 가요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메드위즈 건물 9층에 위치한 ‘우리한의원’. 얼핏 보기엔 일반 한의원과 크게 바를 바 없지만 이곳은 지역 주민 1000여명이 조합원이자 주인으로 참여하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이다.
지난 2008년 2월에 ‘의료생협’을 설립하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한의원을 개원한지 이제 9개월. 채 1년이 안되었지만 현재까지 다녀간 환자만도 천 여명에 이를 정도로 근방에서는 입소문이 난 곳이다.
설립부터 개원, 운영까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돼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의료기관인 이곳. 지역 주민의 믿을 수 있는 주치의가 되려는 노력과 취약 계층에게 찾아가 의료활동을 펼치는 지역 보건 의료의 1차적 기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믿을 수 있는 약재, 처방으로 지역 주민에게 신뢰 얻어
“성남지역엔 예전부터 생협이니 공동육아, 신협 등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 활동이 많았어요. 그러던 차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조합 활동들을 모으는 구심점이 필요했고 또  건강한 삶에 대한 요구도 많았을 때였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보건ㆍ의료에 관심을 갖고 의료생협을 만들어보자는 것으로 모아지게 됐지요.” 장지혜(46)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렇게 한의원이 개원하게 됐고 취지에 동참한 박재만 한원사가 역시 조합원이자 원장으로  참여해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주치의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다른 일반 병의원과의 차이점을 많이들 물으세요. 요즘은 병의원들도 문턱이 낮고 서비스도 훌륭하니까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의료생협은 영리가 목적이 아니에요. 때문에 의사가 의료의 중심에 있는 기존의 병의원과 달리 조합원과 지역민이 의료의 주체가 된다는 점이 죠. 의사도 조합원의 한명으로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과잉 진료나, 부당 청구, 3분 진료와 권위적인 의사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주민들이 편안하게 질병에 대해 상담하고 최소한의 처방으로 건강을 지키고, 사전 예방 교육에 중점을 둔 의료 활동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친환경 한약재의 사용과 처방에 대한 신뢰가 있어 성남, 분당 뿐 아니라 용인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이곳의 특징.
“아직은 개원한 얼마 안돼 경영 안정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고요. 지금 준비 중인 ‘사회적 기업’ 인증도 목표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재정 안정을 통해 그동안 꿈꿔오던 사업을 하나씩 펼쳐 나갈 생각입니다.”
조합원들의 힘과 의지를 모아 주민 참여형 의료서비스를 만들고 주민과 밀착된 병의원인 양방과 한방, 치과, 검진 센터, 장기요양기관과 가정간호사업 등 의료생협의 비전으로 세워둔 많은 일들을 현재 하나씩 일궈 나가는 중이다.                                              

성남 ‘우리한의원’ 박재만 원장
일상에서 건강 찾는 모든 활동이 의료활동입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병원에서 활동하고픈 욕구와 의료인으로써 뿌듯함을 얻기 위해 설립초기부터 조합원이자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는 박재만(39)원장. 현재 행복한 한의사로 마을 주민과 만나고 있다.
매달 진행되는 건강강좌와 저소득층 건강검진, 이동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방문 진료 등 일반 병원과 다른 진료 환경도 그에게는 보람을 주는 일이다.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한 공공 서비스로의 진료가 이뤄지니 약제부터 치료 내용에 대해 주민들이 기본적인 신뢰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젊은 조합원과 가족들의 이용이 많아 침이나 뜸보다 한약재의 처방률이 높다.
한약에 대한 우려가 높은 요즘, 농약 범벅된 한약재 걱정 따윈 이곳에서는 할 필요가 없다.
“재배부터 약재 납품까지 친환경 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진 약재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약재보다 단가가 15% 정도 높지만 안심할 수 있어서인지 멀리서도 찾아 오시죠.” 
박 원장은 한의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약재에 대한 정보를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고 전국 의료생협 한의사들과 모여서 보다 좋은 한약재를 공급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친환경 약재를 재배하는 곳으로 조합원들과 ‘약초탐방’도 해볼 생각입니다. 또 인근 의료생협과 함께 소비할 수 있는 유통 구조를 만들어 좋은 약재를 구입하고 단가도 낮출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고요.”
주민들의 주치의를 표방한 만큼 진료실 뿐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에서 건강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그가 말하는 진료의 핵심이다.
“최근에는 의료가 전문인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가진 주부들이 오히려 의사보다 더 풍부할 수 있습니다.”
약을 쓰기 전에 요가나 여행을 권해주고, 혹은 대인관계를 좋게 풀어가도록 상담해 주는 것. 질환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고 치유 할 수 있는 중요한 접근이라는 것.
“약보다 오히려 그 사람의 모든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 치유의 과정인거죠.”
그것이 의료인, 그리고 조합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생활의 소통이라는 것. 그가 우리한의원에서 행복한 한의사로 지낼 수 있는 이유다.

TIP 성남 의료생협 ‘우리한의원’ 이용
진료 과목 한방내과, 소아과, 부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침구과, 사상체질과 등
진료 시간 평일 오전 9시30분~7시 / 토요일 오후 4시/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휴진이며    매주 수요일 직장인을 위해 밤 9시까지 야간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용 방법 조합원 가입비는 1만원이며 10월부터는 생협법 개정으로 비조합원 및 주민 누구라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문의 031-755-9752


용인 ‘해바라기의료생협’
병원 개원 목표로 하는 사회적 기업

용인 신갈 오거리에서 성남 방향으로 약 500m쯤, 한솔 플라자 2층에 자리하고 있는 해바라기 의료생협. 지역 주민과 의료인이 협동하여 가족과 이웃의 의료와 건강, 생활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지역 주민 자치조직이다.
처음엔 용인지역 장애아동의 복지, 치료를 위해 노력해온 부모 모임에서 출발했다. 그렇게10년 가까이 지역의 단체와 후원회원들을 중심으로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가 건강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웃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는 인식에 동참, 의료생협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졌다. 2007년 3월, 320명의 조합원 창립 총회를 열고 같은 해 8월 생협법인으로 정식 출범을 하기에 이르렀다.
아직 의료기관이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친환경 건강한 먹을거리를 취급하고 있는 ‘녹색가게’와 장애아동들을 돌보는 ‘특수 아동센터’, 저소득층과 맞벌이자녀의 학습을 도와주는 ‘방과 후 공부방’, ‘장애아 차량 이동서비스’, 장애인 가정을 돌봐주는 ‘재가서비스’ 등을 운영하며 의료 생협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30일에는 용인에서 두 번째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지역 주민을 위한 공공 서비스와 일자리 사업도 벌여나가고 있다.
현재 600여 가구가 조합원으로 참여해 공공 의료 서비스를 만들어 가고 있는 해바라기의료생협. 협동조합을 활성화 시키려는 목적으로 병원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현재는 소아 청소년과나 한의원, 가정의학과 등을 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환자의 아픔을 충분히 수렴하고 들어 주는 차별화된 진료로 마음의 병까지 치유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 조합원들과 지역 주민들의 꿈. 내년 중반기까지의 가장 큰 숙원사업이다.
지역 주민들이 건강을 위해 서로 이웃과 협동하고 병원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이 소통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용인 해바라기 의료생협의 모토이자 꿈꾸는 그림이다.

용인 해바라기 의료생협 정상은 이사
마을 사랑방 같은 병원 만들고 싶습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의 외국에서는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생협의 역사를 이제 막 만들어가고 있지요.” 용인 해바라기 의료생협의 상근이사로 활동 중인 정상은(46·구갈동)씨의 설명이다.
그는 1차 의료의 특징은 마을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의사가 마을에 함께 거주하며 마을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주민과 밀착되어야 하는 게 의료 생협이 추구하는 마을병원의 모습이라는 것.
“2, 3차 병원도 넘쳐 나고 1차 병원도 곳곳에서 문을 닫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병원들끼리 장비 경쟁에 나서고 있고요. 소아과, 한의원 등은 폐업 1순위로 몰리고 있지요. 의사가 마음에 안 들면 슈퍼마켓처럼 여기저기 쇼핑 하듯 다니고 그러다 보니 과잉 진료에 항생제를 남용해서라도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병원들마다 있는 겁니다.”
의료생협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에서 대안의료의 개념으로 출발한 것.
“저희도 내년 중반 쯤에는 병원건립을 목표로 열심히 조합원 모집과 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용인해바라기 의료생협은 의료인은 없지만 다양한 소모임이 활성화 되어 있어요.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과 쉼터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많이들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TIP 용인 해바라기 의료생협 이용
녹색가게 유기농 제품만 엄선하여 운영하고 있고 거리 판매도 진행 함.
특수아동센터 장애아동 부모의 급한 용무가 있거나 아동의 꾸준한 학습이 필요할 때 이용이 가능하다.
방과 후 공부방 저 소득층과  맞벌이 자녀의 방과 후 학습과 보육을 담당하고 있다.
차량 운행 장애아를 목적지까지 차로 안내하는 운행 사업.
문의 031-282-0791

의료생협이 궁금하다 Q&A

의료생협은 왜 필요한가?
건강을 지켜나가는 일은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고 함께 노력할 이웃이 필요하기도 하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질병의 조기 예방 및 발견을 위해 건강한 일상생활을 위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건강을 지켜 나가기 위해 필요하다.

의료생협이 운영하는 병원과 일반 병원은 어떻게 다른가?
비영리 법인인 의료 생협에서 운영하는 병원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영리를 추구하기보다, 병원의 주인인 조합원과 지역 주민을 위한 의료 기관으로서 공익적인 사업과 운영이 가능하다.

의료생협은 어떻게 가입하나?
기본 출자금(1~3만원)을 내면 의료 생협에 가입하여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출처: 한국의료생협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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