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안산서초등학교 배구단
“배구선수 김연경, 배유나 언니가 우리학교 출신이죠!”
전국 최강 배구명문, 국가대표 프로선수도 여러명 배출해
원곡동에 있는 안산서초등학교 체육관, 초등학생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키가 큰 여학생들이 배구 스파이크 연습을 하고 있다. “때려!” 코치가 던져주는 공을 “아-” 기합과 함께 훌쩍 뛰어 네트 너머로 내려치는 아이들. 몇 년 뒤 우리나라 여자배구를 대표할 꿈나무선수들이다.
안산서초등학교는 배구명문 초등학교다. 1989년에 배구단을 창단한 이 학교는 3년만인 1992년 전국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시작으로 2001년에는 전국 6개 배구대회 우승을 휩쓸었고, 올해에는 전국대회를 3번이나 우승했다. 국가대표급 쟁쟁한 선배들도 많이 배출했다. 여자배구 최고의 거포로 불리며 일본프로배구 2009~2010시즌에서득점왕을 차지한 김연경(22.일본 JT 마블러스) 선수, GS칼텍스에서 뛰고 있는 배유나 선수가 바로 이 안산서초 출신이다.
배구부 창단 21년 된 배구명문교
배구부 감독은 현직 교사인 이병설 씨. 5,6학년 체육전담을 하면서 배구부감독을 겸임하고 있는 이 교사는 안산서초 배구부 창단 주역이다. 창단 때부터 배구부 감독을 맡았고 지금 이 학교에 세 번째 근무 중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교사가 다시 와서 감독을 맡고나면 배구부가 최고 성적을 낸다는 것. 두 번째 부임에서 길러낸 아이들이 2001년에 6개 전국대회를 제패한 것은 이 교사에게 무척 의미가 크다. 배구부 코치 없이 직접 훈련시킨 아이들이 최고의 성적을 냈던 것이다. 2001년 우승 때는 배윤아가 대활약을 했지만 그 이전에 키워낸 김연경은 지금 최금 여자선수 중 최고로 꼽히고 있다.
이 교사가 세 번째로 부임해 온 후 올해는 전국대회 3번 우승을 하면서 안산서초 배구역사상 2번째 좋은 기록이 나왔다. 21년 동안 배구부를 지도해온 이 교사는 초등배구지도전문가다. 그는 “초등학생은 기본기를 충실히 하면 기술이 꾸준히 향상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좋은 성적의 배경에는 감독의 숨은 열정이 있었다. 이 교사는 1995년부터 아예 승합차를 사서 우수 선수를 발굴하러 다니고 선수들의 등하교를 책임지며 모든 비용도 사비로 부담하고 있다. 배구지도를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훈련과정을 이겨내는 모습을 볼 때”라고 한다. 방학 때 무더위와 강추위 속에서 어른도 견뎌내지 못할 훈련을 해내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 짝이 없다고. 그러기에 자신이 기른 선수가 배구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
우승하면 훈련 때 고생 다 잊어
배구부코치를 맡고 있는 김미혜씨도 안산서초 출신이다. 한국도로공사와 안산시청 배구선수를 했던 김 씨는 후배들에게 멋지고 착하고 ‘짱’인 언니코치. 김씨는 “초등학생을 지도하는데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지만 배구부 분위기를 보면 화기애애하기 짝이 없다.
공부 잘 하고 인성 좋고 책임감이 있는 아이가 운동도 더 잘한다는 것이 이병설 감독의 지론. 배구부 아이들은 학업성적도 평균 80점 이상이다. 오전수업만 있는 수요일에는 외부강사를 불러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개별지도도 받고 있다.
현재 배구부원은 14명. 올해 대회 우승의 주축이 된 6학년 배구부원은 6명이다. 연습 중 잠깐 나온 배구부원들을 보니 키는 커도 얼굴과 재잘대는 모습은 영락없는 초등학생이다. . 키가 178cm로 가장 큰 지민경은 엄마가 프로배구선수 출신, 고모는 국가대표였던 지경희씨로 배구선수 DNA를 타고났다. 민경이는 공격과 블로킹 수비 다 잘 하는 전국 최강선수다. 시합 때는 주장답게 팀이 뭉치고 힘내도록 만든다. 김채린은 힘이 세서 공격을 잘 하고 정지민은 팀분위기 메이커, 끼가 많은 하효림은 블로킹을 잘 하고, 차소정은 수비도 잘하고 속공이 좋다. 센터 김은지는 소심한 편이지만 블로킹 할 때는 확실하게 한다. 시합에 나가 우승을 하고 나면 훈련 때 고생한 거 다 잊고 보람을 느낀다는 이들도 배구를 하기 싫을 때가 있다. 수정이가 “운동장 뛰고 개인수비 하는 게 싫다”고 말하자 다른 아이들이 “코치님 앞에서 너무 솔직한 거 아니냐?”며 까르르 웃는다.
안산서초 배구부 아이들의 꿈은 다 똑같다. 바로 국가대표배구선수가 되는 것. 제2의 김연경 배유나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공휴일도 방학도 없이 체육관에서 공과 함께 산다.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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